사회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게 역사의 발전 법칙이라 생각합니다. 지난날의 역사를 생각하면 피의 역사, 민주투쟁의 역사, 순교의 역사 그리고 이성적, 논리적 발전의 한 부분이 지금의 우리 사회와 교회가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역사는 개혁되고 발전되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 사회 모든 부분이 민주적으로 개혁되고 발전되고 있습니다. 그중에 현재진행형의 중요한 개혁의 발전적 키워드는 <갑과 을>의 논쟁입니다.

<갑과 을>은 당사자의 전통적인 계약관계의 표시입니다. 오랫동안 당연시 되어 왔던 당사자의 표시가 올해 들어 국회를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전반에 이렇게 국민적 관심으로 떠 올리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사회발전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소위 말하는 갑과 을의 대등한 경제적 민주화가 개혁되고 있는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회분위기는 오랜 관행의 불평등한 갑과 을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등의 갑과 을의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얼마 전 필자는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님의<갑과 을>의 나라 책을 읽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갑을관계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해왔고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갑을관계로 분석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갑을관계는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왜 유독 한국 사회가 노예 관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난히 더 심한 것인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있으며 갑을관계의 역사부터 갑을관계 문화가 낳은 사생아, 브로커의 역사, 부정부패와 가면 쓴 뇌물, 선물의 역사, 시위의 역사 등을 논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사회속에 기생하고 있는 한국교회 내에 성경보다 더 강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갑을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사회의 갑을 관계의 뿌리가 관존민비(官尊民卑)라 한다면 한국교회의 갑을관계의 뿌리는 목존교비(牧尊敎卑)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의 갑을관계는 갑이 을에게 지시하고 군림하는 맛에 길들여져 있고 당연시하는 사회구조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입니다. 오늘날의 갑을관계에서도 여전히 관(官)은 민(民)을,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지배하는 갑 위치에 있기 때문이지요. 관존민비의 역사는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나라가 패망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였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역시 한국교회내에 갑을관계의 뿌리는 관존민비(官尊民卑)의 다른 옷을 입은 목존교비(牧尊敎卑)사상이라는 옷입니다. 즉 목사는 귀한 존재로 교회안에서 갑의 위치에서 하나님의 사자로 군림하는 위치에 있는 목사에게 교인은 갑의 위치에 있는 목사의 말에 순종하고 말을 잘 듣고 잘 섬겨야 하는 천하고 노예적 을의 위치입니다. 이런 갑을관계인 목존교비(牧尊敎卑)사상이 한국교회안에 신앙의 미덕으로 온존하고 있습니다.

당회장 목사가 갑이라면 교인은 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담임목사가 갑이라면 교육전도사 관리집사는 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총회장이 갑이라면 노회장은 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목사가 갑이라면 이름없는 시골교회 개척교회 목사는 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회가 갑이라면 제직회 전도회, 청년회, 학생회는 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회안에서 남자가 갑이라면 여자는 을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성인이 갑이라면 어린 아이는 을의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신앙적으로 불평등한 계급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갑과의 을의 관계를 신앙적으로 믿음으로 밀어 부쳐 아무도 갑과 을의 불평등한 구조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한 결과 한국교회는 껍데기만 대형교회로 성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내면적 신앙의 성장과 외형적 신앙의 결단이 없는 갑과 을의 왜곡된 믿음의 거래만 성사되는 탓으로 교회는 대형마트와 같이 별질되어 버려 불신자들로부터 질시와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현 한국교회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 부정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모든 실마리는 목존교비(牧尊敎卑)사상입니다. 복음이 처음 전해진 부류는 을의 부류입니다. 갑의 횡포에서 낙망한 사람들의 복음을 듣고 소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구약과 신약의 역사는 철저하게 갑의 횡포를 부정학고 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 한 기록한 역사입니다. 현재 한국교회의 구조적 모순의 한 축의 원인을 제공한 해묵은 부패한 에너지는 목존교비(牧尊敎卑)사상으로 반 복음적이고 반 개혁적인 모든 실마리의 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법, 입법, 행정부 모든 공무원은 관존민비(官尊民卑)사상을 기초로 을인 국민 위에 군림하는 갑의 신분이라는 성격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관존민비(官尊民卑)에서 출발한 갑을관계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뜯어먹기로 자리 정착한 것처럼 목존교비(牧尊敎卑)사상은 하나님의 백성인 교인을 뜯어먹는 도구로 사용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갑이라는 이유로 국민위에 군림하고 국민의 행복할 권리를 박탈할 이유는 없습니다. 을이라고 피해를 받으며 노예적 삶을 강요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고 되어 있는 것처럼 신약성경 베드로전서 2장 9절에는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갑이라는 이유로 정치적·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차별을 논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을 위배하는 것인 것처럼 한국교회 안에서 갑이라는 이유로 을인 교인들 위에 군림하는 목회의 관행은 성경을 위배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연장선상인 목존교비(牧尊敎卑)사상으로 목회를 하여서는 우리사회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는 상호대등하고 수평적인 사회적 거래관계가 정상적입니다. 허지만 인간의 죄성은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수직적이며 상하 계급적인 관계로 잘못 해석하고 행동을 하거나 비열하게 망국적인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사회적 관습을 남용하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사회의 관행이 그러 하니까 현실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 참아야만 하며 노예심리적인 패배적인 고통을 겪는 것이지요. 역시 교회안에서도 이와 비슷한 양상의 목회관행이 있다는 걸 부정을 못합니다. 목사와 부 목사, 전도사의 관계가 그러합니다. 목사와 교인들간의 관계가 그러합니다.지금도 우리나라에 산업현장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갑의 횡포에 숨죽이고 일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도 없이 해고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더 조직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교회 역시 비정규직으로 위치하고 있는 부목사와 교육전도사 관리집사들은 을의 위치에서 갑의 위치인 당회장 목사의 우월적 지위의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대우와 급여의 차이가 그러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본질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약자와 가난한자와 소외된 자를 보살피고 보듬는 나라입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을의 사회적 위치에 있는 과부, 고아, 가난한 자는 늘 돌보고 배려할 사회적 약자들이었습니다. 신약에서도 예수님은 병든 자들과 귀신 들린 자들을 고치시고 치유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실체를 보여 주셨습니다.초대 한국교회의 역사는 철저하게 을을 중심으로 한 현장입니다. 교회가 가장 앞장서서 당시 노예와 천민이었던 을인 약자들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그들이 교회구성원의 중심이 되게 하였습니다. 교회는 이 세상의 질서와 흐름을 거부하고 하나님의 뜻이 실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모든 관행과 갑의 횡포에 대해 예언적 메시지를 선포해야 합니다.

교회는 앞장서서 가장 약한 자를 품고 그들에게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과 가치를 보여 주어야 합니다. 불의한 사회적 갑의 위를 대변하고 합리화 면죄부를 주는 위로의 교회가 아닌 시대의 아픔을 수용하고 을의 눈물을 닦아 주는 진정한 사랑의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우리사회에서 갑의 횡포가 사라지도록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힘 있는 갑의 사람이 힘없는 을의 사람에게 가하는 불의한 폭력이 사라지도록 교회가 정의의 메시지를 선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안에서 갑은 목사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가 갑이 되어야 합니다. 목사와 성도는 을로서 각각 그들이 맡은 달란트에 따라 역할분담을 하여 목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어가는 교회구조가 바람직한 갑과 을의 관계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를 리더 해 나가기 위해서는 관존민비(官尊民卑)의 연장선인 목존교비(牧尊敎卑)가 사라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목사들의 분골쇄신(粉骨碎身)이 있어야 합니다. 복음은 죄성을 기초로 한 갑을관계에 의해서 전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다시금 우리 사회의 갑을관계의 키워드에 대해 우리 교회안의 갑을 관계에 대해 부족하나마 살펴봤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써 봤습니다. 요즘 제 관심분야가 색소폰을 비롯한 악기 배움에 치중하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 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