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미국을 방문한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졌던 공동기자회견 장에서 미국에서는 별로 볼수 없었던 좀 생소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회견도중 비가 내리자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 부근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해병대원 두명에게 자신과 터키총리를 위해 우산을 받쳐들고 서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즉시 해병들은 양 정상 옆에 달려와 부동자세를 취하면서 한손으로는 우산을 펼쳐 들고 다른 한손은 앞가슴 밑에 대는 의식 형태의 자세로 회견 동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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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옛날 왕정시대의 영화에서 내시나 하인들이 왕이나 고관들의 행차시에 햇볓을 가리는 커다란 우산같은것을 밭쳐들고 따라가는 장면을 볼수 있다. 현대에도 어떤 대기업의 회장같은 사람이 콜프를 칠때 비가 좀 뿌리면 으례이 뒤에 있던 비서나 수행원이 달려와 우산을 밭처들고 따라가기도 한다. 선군정치를 한다는 북한같은데서는, 어깨에 왕별을 단 장군이 우산을 들고 자기보다 나이어린 최고통치자를 받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군국주의적 혹은 권위주의적 냄새가 나는 모습은 오늘날 미국에서는 별로 볼수 없는 장면이다.

한데, 그날, 오바마는 제복을 입은 해병대원에게 로즈가든 회견장에서, 우산을 받쳐들고 서있으라고 명령을 한것이다.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이나 백악관 의전담당 비서진의 잘못이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의 실수는 백악관에 파견나와 근무하는 해병대원들의 임무를 망각하고, 마치 해병대원들을 하인이나 시종처럼 취급했다는것이다. 물론 미대통령은 미군의 최고 통수권자다. 군인에게 어떤 명령도 내릴수 있다. 특히 미대통령은 해병대원들과 친밀한 특수관계에 놓여있다. 백악관을 경비하는것은 경찰이 아니고 전통적으로 해병대원들이 담당한다. 백악관뿐 아니라 미국의 중요 기관 및 해외 주재 미 대사관도 반드시 해병대원들이 경비를 담당한다. 그것은 해병대의 중요 임무중에 하나가 ‘기지’ 경비이기 때문이다. 미국내나 해외에 산재해 있는 방대한 해군 기지 및 함정들의 경비도 물론 해병들이 한다.

백악관 건물 안팍을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무장한 해병들이, 심지어 옥상에서도 24시간 경비를 서고 있는것을 볼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해병대를 대통령의 ‘친위부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 대통령의 전용 헬기도 ‘해병 1호 기’(Marine One)이다. 대통령이 그 헬리콥터를 탑승할 때나 내릴때 경비를 하는 해병이 항상 거수경례를 부치고 서 있는것을 볼수 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마 그런 해병대원들을 친숙하게 생각하고 터키총리와의 공동 기자 회견때 비가 내리니 연단 근처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해병들에게 우산을 받쳐달라고 요청했을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만일의 경우의 어떤 공격에 대비하여 경비를 서고 있는 해병대원을 불러, 경비 임무가 아닌 ‘우산잽이’를 시킨다는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경비가 임무인 해병에게 백악관 잔디를 깎게할수 없는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해병대 규정에는 ‘해병대원은 제복을 입었을때 우산을 들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그렇다면 군통수권자라고 하는 대통령이 군의 규정을 어긴 셈이 되는것이다. 또한 백악관 근무 해병들에게 대통령을 위해 우산을 받처들게 할수있다는 어떤 규정도 없다.

무엇보다 백악관 의전 담당 비서진의 책임이 더 크다. 당일 비가 내릴것이라는 일기 예보가 있었을테데, 미리 연단에 간이 덥개 같은 설치를 사전에 할수도 있지 않았는가? 우산을 받처들도록 미리 준비했다면 군복입은 해병대원이 아니라 백악관 비서진 요원이 하도록 계획했어야 했다. 이른바 일부 매체들이 ‘우산 스캔들’이라고 부르는 이번 일은 군대 특히 해병대 임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역군인이나 군 출신 시민들에게는 가볍게 보아 넘겨질 사안이 아닌것이다.

24일,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로 가기위해 전용헬기인 ‘해병1호기’의 트랩을 올라갔던 오바마대통령이 다시 내려와 거수경례를 부치고 서있는 해병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뭔가 한마디하고 다시 탑승하는 이상한 행동을 또 연출했다. 트랩을 올라서기전 해병의 거수경례에 대한 답례를 안했기 때문에 미안해서 한 행동이라고 한다. 전용 헬리콭터를 탑승할 때, 대통령이 해병에게 거수 경례로 답례를 하는것이 원칙이지만, 어떤때 바쁘면 답례를 생략하고 트랩을 뛰어 오르는 대통령들도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제스쳐로 ‘우산 스캔들’을 무마해 보려하지 말고 공식적으로 국민들에게 해병대 규정을 몰랐기 때문에 한 실수라고 해명하던지 혹은 해병들원들에게 ‘사과’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안하다. 다시는 그런 일은 없을것이다’라는 말 한마디는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지난번 박근혜대통령 방미때 주미 한국대사관은 수행 방문단 요원들에게 특별 모집을 한 젊은 여성 ‘인턴’들을 하나씩 배치해 주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그 인턴들의 하는 일은 서류정리, 길 안내같은 것도 있지만, 차 문을 열어주고, 가방을 들어주기도 하고, 심지어 ‘커피’를 대령하는등 잔심부름도 시켰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불미스러운 사건도 터졌다.)

도대체 21세기에, ‘정부’에서 여성 인턴들에게 그런 일을 시킨다는것이 말이 되는가? 그들이 무슨 시종이나 하녀인가? 미국에서는 지금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차 문은 자기가 직접 열고 가방도 스스로 들고 다닌다. 아직도 미국이나 한국의 정부 당국자나 국민들의 의식속에 그런 ‘권위주의적’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것은 속히 청산되어야 할 구시대적 잔재다.

한국에 나갔을때 어떤 목사님과 그의 교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하고 그의 교회에 간적이 있엇다. 그 교회는 이른바 대형교회의 하나이다. 내가 그 교회 사무실쪽으로 들어가려하는데, 어떤 고급스러워보이는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가 다가와 섰다. 차가 서자 한사람이 달려 오더니 차문을 열고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데, 좀 있다가 차안에서 어떤분이 나오는것이었다. 바로 그교회 담임목사였다. 이런 권위주의적 행태는 교회에서부터 먼저 척결되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