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타이 마을 결혼식

메마른 농토, 헐벗은 산줄기
황야 무법자의 거친 산등성 넘어
강바닥 자갈길 물속 거침없이 달려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지만
사륜 지프차 허덕이며
황토 흙먼지 뒤집어쓰고
두 시간 달려가니

척박한 곳에도
생명의 꽃이 만발하고
사랑의 열매가 충만하네!

우리 주님 함께하는 곳엔
아무리 높고 깊고 황량한 곳이라도

생명이 있고
사랑이 있고
꿈이 있네.

2013년 4월 20일 토요일
바랑가이 리방, 빈타이 마을
시장, 시의원들과 함께 청년 결혼식에 다녀와서



세르반테스 읍청사 휴게실에서 북쪽에 난 확 트인 창으로 바라보면 북서쪽으로 넓게 펼쳐진 산군이 바라다 보인다. 날씨가 좋을 때 그리고 아침 안개가 막 차오를 때는 볼만한 경치를 자아내는 산군이다. 가장 멀리 병풍처럼 높게 둘러싸고 있는 큰 산은 베상파스가 있는 산이고, 그 아래 작은 산맥들이 좌우로 여러 개 나있다. 멀리서 보면 별로 사람이 살지 않는 평범한 낮은 산줄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직접 그곳을 가보니 전혀 생각과는 다르다. 황량한 들판을 지나면서 곳곳에 집들이 보인다. 차도 안다니는 곳, 논과 밭도 별로 보이지 않는 곳, 울창한 나무숲도 없는 곳, 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무엇을 먹고 살까! 집집마다 평균 자녀가 7명 정도는 되어, 차타고 가는 도중에도 초등학교를 두 개나 본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척박한 곳에서 살까! 먹고 사는 게 참으로 용하기도 하다.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여유만 있으면 조금이라도 서로 나눠 먹기를 즐겨하는 분들이 이곳 산 사람들의 모습이다. 산은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품고 사람들을 푸근하게 만드는가보다. 산 사람들은 언제나 맑고 선한마음으로 산다.

이들에게 있어서 결혼식도 나눔의 한 일부이다. 그렇게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지만 결혼식을 맞이하여 시장님, 시의원, 보건소 직원 등 공무원들을 초청하였다. 차량으로 2시간이나 달려가야 하는 비포장 자갈길과 도로도 없는 계곡 물속 자갈 바닥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결혼식장을 향하여 달린다. 초청하는 이도 대단하고 가는 이들도 대단하다. 모두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고 성장하여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가보다. 나는 공무원도 아니면서 이들이 가자는 바람에 항상 직원처럼 함께 따라 다닌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자 스피카를 통하여 이번엔 은은한 왈츠 곡이 흘러나오고 여러 팀이 쌍쌍이 나와 손에 손을 잡고 왈츠를 춘다. 산골 마을사람들이 이렇게 우아한 춤을 추다니! 아마 이들의 춤은 약 350년 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배하에 있으면서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된 모양이다. 가난하지만 마음에 여유를 갖고 늘 축제하며 사는 이들의 모습에서 살맛나는 인생의 모습을 보게 된다. 출세 지향적으로 숨 가쁘게 사는 도시인들보다, 자연친화적으로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어쩌면 더 성숙한 인생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가난하다는 것도 상대적인 판단이다. 도시국가인의 입장에서 도시인의 생활수준과 비교하여 볼 때 가난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지, 이들끼리의 삶 속에서는 구태여 가난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냥 있는 대로 행복하게 사는 거다. 먹고사는 의식주 문제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병이 났을 때가 문제다. 병의원이나 약국이 없으니 갑작스러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심각하지 않은 보통 간단한 증세들은 침이나 뜸으로 거의 해결 되니 다행이다. 이곳에 와서 춤도 추며 내 얼굴을 팔았으니 이들이 읍내에 오면 치유선교캠프에 자연스럽게 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