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사도로 세움을 입은 바울은 소아시아 지역과 유럽 지역에 복음을 전하였다. 많은 신화가 난무하는 그 당시에 하나님(또는 하느님)만이 참 신이며 그분께 가는 유일한 길이 예수님이라고 전파하였다. 베뢰아 지역에서 전도하였을 때에 그들은 바울 사도의 말에 대해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성경을 상고하였다(행 17:11). 여기에서 성경은 구약이다. 이미 정경으로 확정되어 유대인들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다. 유대인들의 필사는 얼마나 철자하였는지 유명하다. 그들은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모세오경이라 하여 모세의 저작으로 생각하였다.

그러한가? 이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원리이다. 신학이나 설교 또는 교회의 공적 가르침에 대해 성경의 가르침과 비교하며 살피는 바른 태도이다. 오늘날 목사와 신자들이 이 자세를 많이 잃었다는 생각을 한다. 신학과 관련하여서도 마찬가지이다.

신학은 여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보수신학과 진보신학이다. 두 신학은 성경(서)에 대한 이해에서 확연하게 갈린다. 보수신학은 대부분 교회의 전통을 따른다. 유대인, 예수님, 사도들, 속사도들, 초대교부들, 교부들의 입장을 따른다. 진보신학은 그 입장에서 벗어나 있다. 성서라고 지칭하며 여러 비평을 활용하여 전통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이 입장을 따르는 신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진보신학 따르미들이다. 그들은 진보신학이 현대인의 지성과 상식에 부합된다고 굳게 확신하고 있다. 보수신학 따르미들을 근본주의라며 비난한다. 원래 근본주의는 나쁜 말이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변질되었다.

현대인의 지성과 상식을 저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러한 평가는 정당한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줍찮은 우월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성경에 대한 비평은 문서설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모세오경이 모세의 저작이 아니라 몇 사람의 편집 글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J, E, D, P로 분류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의 한 가지로 창세기 1장에 하나님에 대한 기술이 엘로힘과 야웨로 나뉜다는 것을 제시한다. 그들은 창세기 1장은 한 표현으로 통일되었어야 한 사람의 저작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사람의 저자라면 두 표현을 동시에 사용하면 안 되는가? 전혀 아니다. 엘로힘은 전능자를 뜻하고 야웨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언약의 하나님을 가리킨다. 각 표현은 그 문맥에서 가장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언약 관계를 담고 있을 때에는 야웨라고 표현한 것이다. 두 표현은 두 편집자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문맥으로 인해 나타난 지극히 당연한 것일 뿐이다.

보수신학계에서는 모세에 의해 쓰여야만 정경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전혀 아니다. 모세에 의해 쓰였다는 유대인들과 교회의 전통이 잘못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모세오경이라고 보는 것이다. 문서설에 대해 깊이 연구한 결과 그 주장하는 바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진보신학계에서 Q자료는 당연시되고 있다. Q복음서라고 하며 복원하였다고 말한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예수님의 어록에서 공통된 부분이 있는데, 그것들의 원 자료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어록은 예수님께 직접 들었던 이가 기록하였을 것이다. 사도들 외에 달리 생각할 인물이 없다. 사도들의 글은 그 당시의 교회에게 정경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교회 역사에서 Q자료에 관한 기록은 전혀 없다. 예수님께 직접 들었던 이가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여 글을 적었다. 예수님께 직접 들은 적은 없지만 직접 들었던 이들에게 듣고 배워 글을 적었다. 공통된 부분이 있는 것이 잘못인가? 전혀 아니다. 당연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무슨 비밀 자료가 있고 양자가 그 자료에 입각하여 글을 적었다는 엉터리 가설을 받아들여야 현대인의 지성과 상식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에 관한 진술이다. 표면적으로 사람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실 수 없는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들 수 없는가? 하나님이 홍수를 그 당대의 사람들을 진멸할 수 없는가? 하나님이 해를 일시적으로 멈추게 할 수 없는가? 다 가능하다. 진보신학 따르미들은 그러한 내용들이 신화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두 가지를 입증하여야 한다. 하나님께서 그러한 일을 하실 수 있는 능력이 없다거나 하나님께서 그러한 일을 하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이제까지 진보신학 따르미들과 논쟁하면서 단 한 번도 그것을 밝히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라고는 현대인들이 그러한 내용을 신화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하다. 내가 하나님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도 그러한 내용들에 대해 신화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단군신화와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나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라. 하나님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분이 그 능력으로 그러한 일들을 행할 수 있다면 각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를 물어보라. 역사적 정황과 그 문맥 그리고 신약 성경의 예수님과 사도들의 입장 등을 알려주고 어떻게 생각하여야 하는지 물어보라. 나는 하나님이 있다는 입장이라면 그것을 신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하다는 답변을 들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지성이며 상식이다. 하나님이 있고 없고에 의해 갈리는 것이다. 하나님이 있다고 하면서 그것은 신화라고 생각하는 것이 비지성이며 비상식인 것이다.

나는 진보신학 따르미들을 대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하나님이 없는 사람들과 똑같은 관점을 가져야 현대인의 지성이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는 하나님이라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것이 지성이고 상식이다.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사고를 따르지는 않으면서 하나님이 없는 현대인의 지성과 상식을 따라야 한다고 하고 있으니 얼마나 어이가 없는 일인가?

복음서의 기록 연대를 생각해보자. 보수신학계에서는 복음서가 60년 이전에 쓰였다고 생각한다. 사도들이거나 아니면 사도들에게 직접 배웠던 이가 기록하였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진보신학계에서는 80년대에야 첫 복음서가 기록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들은 바울 서신이 50~60년대에 기록되었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바울 서신은 예수님과 그분의 행적에 대한 신학적인 기술이다. 행적과 그에 대한 신학적인 평가. 행적에 대한 신학적인 평가가 이야기되다가 50년이 지난 후에 행적이 알려졌다는 것이 상식에 부합되는가? 아니면 행적이 알려지고 그 행적에 대한 신학적인 평가가 뒤따랐다는 것이 상식에 부합되는가? 당연히 후자이다. 이런 경우에는 하나님이 있느냐 없느냐와 무관하게 상식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진보신학 따르미들은 ‘그러한가?’라는 자세 다르게 말하면 ‘왜?’라는 물음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줄로 생각한다. 보수신학 따르미들은 '왜?'에 대한 의식이 없이 그냥 성경의 진술을 옮기기만 하는 줄로 생각한다. 보수신학계에서도 세계적인 석학이 있다. 그들은 진보신학에 대해 몰라서 보수신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양자를 다함께 살핀 결과 진보신학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보수신학자나 진보신학자나 모두 성경(서)을 읽고 '왜?'를 생각한다. 그에 대한 대답이 다를 뿐이다. 얼마 전에 부자와 관련한 류상태 목사님의 글이 기사화되었다.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50이다. 이 공간의 진보신학 따르미를 대표하는 목사님께서 자신의 관점을 댓글로 기술하였다. '왜?'에 대한 자신의 답변인 것이다. 나도 부자와 관련한 기사를 올렸다.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115이다. '왜?'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제대로 보수신학을 공부한 신학자들은 나와 비슷한 관점을 피력한다.

보수신학과 진보신학. 양자가 똑같이 성경(서) 비평을 한다. '왜?'라는 의식을 가지고 연구한다. 그 전제와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어느 쪽이 정당한가의 문제가 있다. 내가 진보신학 쪽의 주장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정당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증명되지 않은 가설에 근거한 연구, 그 연구 결과들을 쌓아 증명된 것처럼 둔갑시키기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보신학에서 주장하는 것 전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그 연구 결과로 인해 배우고 생각이 바뀌는 것들이 있다. 성경에 어떤 객관적인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였던 이전과 같았으면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막 2:26)라는 기술에 대해 어떻게든지 변증해내려고 기를 썼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해서 성경의 유기적 영감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진보신학의 주장에서 옳은 내용과 그른 내용이 있으며 가려서 수용하여야 할 것은 수용하고 불용하여야 할 것은 불용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의 지성, 상식을 말하면서 왜라는 물음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는 진보신학 따르미들을 대하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싶다. 그것이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것인데도 전혀 인식하지조차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다. 어줍찮은 우월의식이다. 물론 모든 진보신학 따르미들이 다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경험한 이들은 거의가 한결같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들은 정당한 근거에 입각하여 그 잘못을 아무리 알려주어도 변하지 않는다.

나는 신천지인들을 겪으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이만희의 주장에 대해 무조건 아멘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만희의 주장에 대해 왜를 생각하고 수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게는 전혀 아니었다. 하나님 앞에서 옳은 왜가 아니었다. 진보신학 따르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보수신학계에서 자신들과 같이 생각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다. 그냥 진보신학계에서 이야기되는 바를 그대로 수용하고 옮기고 있을 뿐이다. 신천지인들과 무엇이 다른가?

그러한가는 성경이 기록되던 때만이 아니라 지금도 꼭 필요하며 중요하다. 어떤 주장에 관해 서로 다른 입장이 표출될 때에는 양자를 다 함께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어느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해서 그쪽만의 입장만을 듣고 재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 태도에 기초한 우월의식은 어줍찮은 우월의식일 뿐이다. 하나님을 의식하고 그분과의 바른 관계 안에서 살고자 한다면 당연히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