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학에서 말하는 ‘편집’ 개념

감리교회 목사의 글에 대해 권사님께서 피력하신 답답함, 나아가 권사님의 입장에서 느끼신 감정적 좌절감 및 탄식어린 슬픔의 감정을 넉넉히 이해합니다. 이것이 “글만을 통한, 오직 글자로 나타난 문자 중심 소통의 최대 약점”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성서본문에 녹아져 있을 성서저자의 ‘예수를 향한 뜨거움과 믿음의 열정, 그리고 그리스도를 향한 구원의 감격과 신앙고백의 감회와 같은 영적, 정서적, 정신적, 심리적....인 측면들’을 감지해 내기 위해 문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서본문의 원래의 의미”를 알아내자니 얼마나 “갑갑하고 답답한 일”이겠습니까?

이러다 보니 성서신학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바울이 사용한 ‘개들(빌3:2)’이라는 단어, 심지어는 ‘스스로 베어 버리기를 원하노라(갈5:12)’라고 기록한 표현까지 ‘하나님이 허용하신 욕지거리’로 봅니다.

‘대체 바울의 이때 심경이 어떠했길래 상대방에게 “개들”이라고 한 것일까?’ ‘스스로 베어 버리기를 원하노라’는 말은 ‘남자들한테만 있는 것 짤라 버리라’는 내용인데 그런 말을 했던 바울의 감정적 상태가 어떻했었길래 이렇게 심한 말을....? 그것도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말씀’에...

그러므로 권사님께서 ‘정확하게 표현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느낍니다’라는 말씀에 당연한 공감을 표하면서 저의 글 이후에 올라온 권사님의 글에 나타난 ‘성서비평’ 관련의 글을 읽고 ‘기뻤다’며 감정표현을 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출발부분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뻤다’고 말한 이유는 “제 입장에서 볼 때” 감리교회 평신도께서 성서신학에서 거론하는 모든 성서비평 방법론들에 대한 개념들을 모두 다 충분히 섭렵하고 계신 줄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본문비평’을 거론하셨기에 당연하게도 ‘본문비평’ 다음에 줄줄이 이어지는 양식사 비평, 전승사 비평, 편집사 비평 등을 비롯하여 사회사학(사회과학적비평, 사회사적 비평)적 비평에서 수사비평, 내러티브 비평 및 이외의 또 다른 모든 성서비평 방법론들에 관한 개념들과 그 비평방법론에서 사용되고 있는 어휘들 및 용어들에 대해서도 다 잘 이해하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본문비평”이라는 어휘에 ‘사본학’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셨길래 ‘성서비평 방법론을 구사해서 본문을 해석할 줄 아시는가 보다....’ 라고 이해했습니다. 제 입장에서 볼 때 ‘본문비평’이란 어휘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한 학술적 개념이 일단 정립되면 그 다음에는 양식사 비평, 전승사 비평, 편집사 비평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줄줄이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평신도께서 성서비평 방법론을 구사하여 본문을 보실 줄 안다면?....정말 실로 대단한 일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제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이것이 감리교회이다’라며 좋아했다는 것이지요.

그 결과 성서비평 방법론 중 편집비평 방법론에서 사용하는 일반 어휘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 줄 알고 ‘한 걸음 더 나아가시면 그 동안 못 보신 것 보일 겁니다’는 본문해석 차원에서 권사님이 표현하신 ‘실망스런 의문문’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권사님에 대해 ‘오판’이 빚어졌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일 권사님과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했다면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성서학계에서 정의하고 있는 용어대로 이해하고 계신지, 권사님이 알고 계신 성서비평 방법론들의 기능과 역할 및 그 방법론들을 적용하는데 필요한 최소 요건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등에 대해 아마 질문하면서 대화의 수위를 조절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 없이 제 글 뒤에 올라 온 글만 읽어 보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지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성서비평학 중 “편집비평학”에서 말하는 “편집”개념

성서비평학의 한 분과인 편집비평학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성서편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입니다.

30년 전에 이 용어를 처음 들었던 저도 그랬고, 그때 가르치시던 교수님도 이런 용어를 처음 대했을 때에도 그랬다고 하셨고.... 지금은 한국교회 평신도들에게 이런 용어가 나오자 그리스도교 경전에 대한 불경스런 작당질이란 것처럼 생각하는 평신도들의 심정도 그렇게....지금까지 그런 용어들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신학교 출신 목회자들도 그렇고....

“하나님의 말씀을 감이 인간이 이렇게 저렇게 짜집기했단 말야?”라는 자기 생각에 성질부터 나고 실망하고 자괴감 갖고....

그러나 그럴 필요 없습니다. “편집비평”에서 말하는 용어들은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주어진 ‘성서본문을 해석’할 때 사용되는 어휘들이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을 통해 어느 누구도 자신의 글을 세상에 초판본으로 내 놓을 때 다시 읽어보지 않는 저자는 없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세상에 내 놓기 전에 그것을 다시 한 번 읽어보는 일은 무의식적인 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기록된 내용과 차이가 난다면 그것은 명백하게 ‘단순 착오’, ‘우연한 실수’, ‘문제되지 않는 오류’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착오, 먼저 기록된 본문과의 차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서로 다른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드러내려는 성서저자의 신학이 무엇인지를 숙고해야 한다는 겁니다. 바로 이때 긴요한 성서비평 방법론 중의 하나가 권사님께서 말씀하시는 “본문비평”입니다.

‘본문비평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먼저 기록된 본문임이 틀림없는 본문과 나중에 기록된 본문임이 확실한 본문과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서로 다른 차이점’은 분명히 신학적 관심의 차이에서 비롯된 ‘서로 다름’이라고 간주됩니다.

이때 처음에 기록된 본문의 관련 내용과 나중에 기록된 본문의 관련 내용에 ‘왜 이런 차이가 나느냐’를 신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관련된 표현들, 연관 내용들이 나타나는 여러 본문들을 대조-비교합니다. 당연하게도 구약만이 아니라 당대의 모든 문학작품들까지 가능한 한 모조리 뒤져 살핍니다. 나아가 유대의 역사까지 살피며 그리스-로마사도 면밀하게 봅니다.


편집비평은 철자 하나도 그대로 지나치지 않는다는 현미경적 연구자세입니다.

권사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대제사장도 제사장입니다. 그러나 막2:26과 연관된 삼상의 기록을 보면 유대의 역사 속에서 아비아달은 다윗이 왕 되기 이전에 결코 대제사장일 수 없었습니다. 구약의 어디를 보아도 아비아달은 대제사장이 아니었습니다. 구약은 어디에서도 한결같이 아비아달을 가리켜 대제사장이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마가복음의 본문에 대제사장이라는 용어가 아비아달에게 적용되어 나타났습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은 아비아달이라는 제사장의 이름을 거론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마가복음만, 아비아달을 가리켜 대제사장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아비아달이 놉의 대제사장으로 있었을 때 다윗이 그에게 도피해서 그가 주는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상의 본문을 한 번만이라도 확인했더라도 아마 이런 착오는 없었을 것입니다. 삼상의 본문에 의하면 제사장 아비아달이 오히려 다윗에게로 피했음을 혼동할 수 없도록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하게도 삼상에 의하면 다윗에게 피했던 놉의 제사장은 아히멜렉의 아들 아비아달이었습니다. 그는 그때 결코 대제사장이 아니었습니다. 삼상이 증언하고 있는 명백한 내용에 의하면 아비아달은 아히멜렉의 아들입니다.

이 내용에 대해 아비아달과 아히멜렉을 혼용했다, 두 이름이 있었다 등으로 하여 마가복음의 표현을 두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구약의 기록을 무시하거나 구약의 기록에 대해 신뢰성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 밖에는 안 됩니다.

구약의 기록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할 때 마가복음은 아주 간단하게 그들의 처지와 상황을 바꿨다고 보게 됩니다. 아비아달이 놉의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 다윗이 그에게 가서 신세를 진 것으로 바꿔서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왜"가 질문되는 겁니다.

도무지 착각할 수도 없고 오류를 일으킬 수도 없는 삼상의 본문이 있는데 왜 마가복음은 자신보다 먼저 기록되어 있는 그 본문의 기록내용과 다르게 썼느냐는 질문입니다. 아비아달이 대제사장으로 있던 때에 다윗이 그에게 갔다고 말하는 바람에 삼상에 나타나고 있는 내용이 마가복음에서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습니다.

이런 내용을 마가복음 저자의 우연, 단순착오, 혼용....?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라는 이 간단한 표현 하나 때문에 삼상의 내용이 마가복음에 와서 전적으로 달라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왜 마가복음은 구약에서도 단 한 번 아비아달을 향해 대제사장이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를 향해 대제사장이라고 했으며 왜 다윗이 그에게 가서 신세를 진 것으로 기록하고 있느냐고 묻는 겁니다. 마가복음의 그리스도인들 중에는 유대인들도 있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그 교회 안에 있는 유대인들을 향해 복음을 전할 때 마가복음 저자가 틀리게 기록했다면 수정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수정되지 않은 채 오늘날 우리들에게 전해졌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는 겁니다. 그 이유를 찾아 근거를 대면서 설명하는 것이 성서신학이고 그 설명을 위해 동원되는 비평방법론 중의 하나가 편집비평이며 그때 사용되는 또 다른 비평방법이 ‘본문비평’입니다.

본문비평학의 관점에서 연관 내용들을 살필 때 마가복음 보다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삼상입니다. ‘가장 먼저 기록된 본문에는 어떻게 되어 있지?’를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본문비평학의 관점에서 볼 때 마가복음 본문보다는 더 오래된 삼상 본문을 가볍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삼하와 대상에 나타나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두 책은 아들을 아히멜렉으로 바꾸었으나 둘 중 누구에게도 대제사장이라는 칭호를 붙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문비평의 개념에 서서 진행되는 편집비평에서는 어떤 표현도 ‘우연한 차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사람의 ‘혼용’, 사람 쪽의 ‘실수’, 사람이 저지른 ‘오류’, 먼저 기록된 본문과 달라진 단어들..... 이 모든 차이들을 ‘불순하게’ 간주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저자의 신학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질문은 마가복음이 삼상과 다르게 기록되었다고 해서 마가복음의 ‘영감성’을 부인한다거나 그 영감성이 그 만큼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라고 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왜 다르냐’를 묻고 마가복음이 그 용어를 사용한 이유, 마가복음에 그 용어에 담아서 표현하려는 신학이 무엇인지를 묻는 겁니다.


편집비평에서 말하는 편집의 개념

이렇게 그 이유를 찾는 것이 편집비평입니다. 본문을 기록한 저자는 본문을 통해 드러내야 하는 신학적 의미, 하나님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의 의미를 좀 더 잘 드러내기 위해서 앞서 기록된 본문과 다르게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편집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표현 하나 때문에 내용이 바뀌었으므로 변개되었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철자만 바뀌었다면 단어가 변형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단어가 바뀌었으므로 수정되었다고 합니다. 철자만 수정되었다면 교정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먼저 기록된 본문에는 없는데 나중에 기록된 본문에 보니 모음이 하나 더 들어가 있다면 모음 첨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라면 철자 삭제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먼저 기록된 본문에는 없는 내용이 나중에 기록된 본문에 덧붙었을 경우 내용이 추가되었다고 말합니다.

권사님이 격정적으로 슬퍼하시는 부분, “제가 처음 쓴 글의 요점은 성경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인위적인 수정이나 첨가가 없었다는 내용이며, 제 글을 읽어 보셨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는 “성서의 영감성에 변질이 있지 않았다”는 의미의 영감론 부분입니다.

성서비평에서 말하는 편집비평은 성서 영감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말씀드리기 위해 웨슬레니 루터니 칼빈의 말씀을 드린 겁니다. 성서 영감설을 뒷받침하는 구절로 사용되는 구절들에 대해 영감설을 부인하기 위해 인용한 것이 아닙니다. 구절 자체에 대해 성서해석을 할 경우 그 구절을 ‘내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인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구절을 통해 나타나는 저자의 '신학'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편집비평은 본문의 “문학적 형태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신학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해 ‘왜 나중 본문이 이렇게 달라졌는지’를 묻는 겁니다.

이러니.... 문자만을 통한 상대방 이해와 소통부재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나아가 그 말을 표현하는 상대방의 정서적인 측면, 문학적인 측면이 완전히 도외시된 채 상대방의 글만 보고, 더구나 권사님은 저를, 저는 권사님을 도무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자로 표현된 문장만 보고 이해하자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리교회인’ 사이에서도 목사와 평신도 사이에 이런 오판과 착오, 몰이해, 감정적인 손상 등이 일어나는데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우리들의 손에 들려 있는 성서본문을 통해 ‘오늘 나의 생명’을 위해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겠습니까?

이즈음에서 알지도 못하는 감리교회 목사가 평신도로서 사역하시는 권사님에게 바라는 것이 작은 소망이 한 가지 있다면,

이왕 내친 김에 성서해석학 분야와 성서비평 방법론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어떨까 하는 점입니다. 권사님의 글들을 보건대 권사님께서는 주로 조직신학 측면에서 이단관련 사역을 위한 이론을 구비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단이 왜 이단인지를 규명할 때 조직신학적 교리측면에서 성서구절을 인용하실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성서 비평학의 한 분과인 본문비평과 원본 찾기와 연관된 사본학에 대한 개념을 갖고 계시니 그에 더하여 성서 각 저자들이 본문을 통해 말하려고 했던 신학이 무엇이겠는지도 규명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럴 때 남들이 해 놓은 난해성구 구절에 대해 ‘나도 그렇게 본다’고 동의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그 구절에 대한 나만의 안목’을 갖고 더욱 적절하게 성서를 인용하실 수 있을 것이며 그럴 때 성서본문에 근거한 신학적 주장에 더욱 큰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하시는 사역에 늘 기쁨이 넘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