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은급기금고갈, 이대론 안된다

감리회의 신은급법 대책위원회(유강신 위원장)가 꾸린 조사연구위원회(위원장 김교석 목사, 이하 조사위)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한 결과 지금처럼(신은급법) 은급기금을 운용할 경우 2020년이 되면 은급기금 고갈이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은급기금 고갈 시점이 불과 7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사위는 18일부터 이틀간 한남동 여선교회관에서 합숙하며 그동안의 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밝히면서 감리회 구성원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을 강조했다.  

▲ 신은급대책위 조사연구위원들이 19일 정오에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송창섭, 송헌영, 김교석, 박정인 목사

조사위가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는 “기존 신은급법을 유지할 경우 58년 6월생 이전의 은급대상자들(이하 586)에게는 기금고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은급법의 적용을 받으며 그동안 안전하다고 여겼던 586들인 50대 후반-60대 초반의 목회자들마저도 기금고갈로 인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사위의 김교석 목사는 “은급기금이 고갈되어 있는 2020년쯤이면 그해그해 들어오는 은급부담금을 나눠 갖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행 신은급법의 법 현실만 이해해줘도 될 텐데 그럼에도 현재 은급금 수령자들은 은급금을 올려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신(新)은급제도’라 함은 기존의 은급제도가 저금리, 고령화로 인하여 기금고갈이 예상됨에 따라 은퇴은급금 지급 방식을 변경하여, 1958년 6월 30일 이전에 출생한 교역자에 대해서는 기존의 은퇴은급금 제도를 적용하고, 1958년 7월 1일 이후에 출생한 교역자에 대해서는 감리연금에 가입하게 하여 ‘교회지원액’과 ‘본인납입액’을 납부하게 했는데, 1958년 7월 1일 이후 1968년 6월 30일 이전에 출생한 교역자는 기존의 은퇴은급금에 해당하는 감리연금 및 은퇴시기에 따라 매월 20만원의 은급기금지원을 추가로 받는 것과 1968년 7월 1일 이후에 출생한 교역자에 대해서는 감리연금 및 매월 20만원의 은급기금지원을 지급받는 것을 요지로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은급법 총칙 제2조)


올해부터 원금 감소 시작

지난 2일 총실위에서 보고된 현재 매년 발생하는 은급기금 수입은 개체교회가 납입하는 교회은급부담금(교회경상비의 1.5%) 약 104억원과 교역자은급부담금 15억, 본부12층과 하나로빌딩8층 임대수입 12억, 그리고 이자수입 8억과 기타 수입 등등을 합한 142억원(2013년 3월기준)정도다. 거기에 그동안 모아두었던 300억원 정도의 원금을 합한 금액 442억원이 현재의 은급기금 운용 규모다.

▲ 지난 4월 2일 총실위에 보고된 2013년 은급기금 내역.

문제는 은퇴자 수의 증가로 인해 지난해에 수입과 지출이 같아지더니 올해부터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위 표에서 보듯 올해 은급사업비에 관리운영비나 인건비 등을 포함한 지출합계가 142억원이고 수입도 142억원으로 액수가 같다. 그러나 이 지출 수치에는 자원은퇴자와 공상은퇴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반영되지 않았다. 연회전에 작성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2013년 4월에만 1,464명에게 약 10억2천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최근 은급부가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 이들에게만 올해 122억원 정도가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번 연회에서 은퇴하며 수급대상자가 되는 91명(정년 42명+자원, 공상 49명)의 올해 분 8개월분 추가 지급액 약 7억원(1인평균 80만원 적용)을 합하면 약 129억원 정도가 올해에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 기타 운용비 등등 까지 합하면 150억원이 지출되기에 올해만 7-8억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이 적자액은 매해 증가하여 은급기금 300억원을 서서히 소멸시켜 가는데 그 시점이 올해 부터이고 완전 고갈은 2020년이라는 게 조사위의 설명이다.

사망률 30%를 고려한다 해도 은퇴자는 매해 늘어 2025년에 190여명이 늘고 31년에 360여명으로 늘어나고는 이후 매년 300명 이상씩 늘어나게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아래표 참조). 반면 사망율은 점점 줄어들며 수급대상자를 줄이지 못해 적자율을 가속화시키게 된다. 아래 표에서는 고갈시점을 2023년으로 잡았으나 이것은 자원은퇴자와 공상은퇴자를 제외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은급기금이 고갈되면 이후부터는 그해 그해 들어오는 은급부담금 수입만 가지고 1/n로 나눠서 지급해야 한다. 그리되면 1인당 돌아가는 은급금은 현저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게 조사위의 설명이었다.

고갈막는 방법은 없나?

대책위는 우림회계법인에 의뢰하여 은급기금 고갈을 막고 은급부담금의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재직기간당 지급되는 25,000원을 줄이거나, 교역자와 교회가 부담하는 은급부담율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감리회가 대부분 원한다는 ‘구은급법 체제로 복귀할 경우’에는 나아질까? 그렇지 않다. 조사위는 “구 은급법으로 회귀하더라도 은급고갈 시점은 2022-23년으로 불과 2-3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신은급 체제로 마냥 갔을 경우 38% 정도의 현 가입률로는 대책수립이 불가하다는 지적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위 표는 조사위에서 구동해 본 시나리오들이다. 모두 7가지로 시나리오 1은 현행대로 운용할 경우이고 시나리오 2는 신은급법을 폐지하고 구은급법으로 회귀할 경우이며, 시나리오 3은 현행대로 하되 교회은급부담금을 2%로 상향조정하는 경우이고, 시나리오 4는 교회은급부담금을 2%로 상향조정하되 3년에 한번씩 본봉1개월 분을 납입하는 현 교역자부담금액을 차등 적용할 경우이다.

시나리오 5, 6, 7은 교역자은급부담금과 교회은급부담금 모두를 상향조정하되 교회와 교역자의 부담금 정도를 상호 교차하는 방법이다.

시나리오 1에서 4까지는 어떠한 경우에도 시점의 차이만 있을 뿐 기금고갈이 오는 것으로 파악이 됐으며 5에서 7까지는 모든 교역자가 은급부담금의 혜택을 받고 기금고갈도 막는 방법으로 파악됐다.

사실, 시나리오 5에서 보듯 교역자가 매년 240만원을 부담하는 경우는 월 20만원씩을 납부하는 현행 신은급법과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시나리오 7에서 보듯 교회부담액을 3%로 상향조정하고 교역자부담을 연 110만원으로 하향조정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사위는 지난 연회 설문조사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은급부담금의 고갈시점과 향후 개선방향 등을 여러 변수를 대입시키며 시뮬레이팅 하고 있는 중이다.

▲ 지난 연회에서 신은급법대책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지 뒷면

감리연금 가입안하면 지원금도 없어

조사위는 현 신(新)은급법을 무조건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은급법은 58년 7월생 이후 목회자들이 감리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바, 가입하지 않으면 감리연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한 규정으로서 감리회 은급제도의 취지나 의미를 살리지 못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현재 감리연금 가입율은 약 38%이라고 했으나 실제 혜택 수혜자는 20% 미만으로 보고 있다.

▲ 감리회가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미래에셋 감리연금 홍보책자

문제는 신은급법의 골격인 감리연금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교회경상비의 1.5%를 교회은급부담금으로 납입했으므로 여기에서 얼마라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감리연금에 가입하지 않으면 이것마저 한 푼도 수령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587부터 68년 이전 출생한 교역자는 2033년부터 은급기금지원으로 월 20만원을, 68년 7월 1일 이후 출생한 교역자는 65세이후 은급이 시작될 경우 역시 20만원을 은급기금지원으로 지급받을 것이라고 급여의 원칙(은급법 852단 2조 10항, 11항)을 정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오해’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1.5% 은급 부담금을 매해 납입한다 해도 미래에셋 감리연금에 미가입 상태라면 은급지원금 20만원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다. 교회가 은급부담금을 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를 일인 것이다.

게다가 감리연금에 가입했더라도 2개월 이상 연체자는 감리연금계약이 해지되는 동시에 은급금을 받을 권한이 소멸되고 거기에 지원금 20만원마저도 전혀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다. 일반보험은 2개월 미납해도 이후에 납입하여 다시 살릴 수 있지만 신은급법은 그렇지 않다는 게 조사위의 견해다.

다만, 은급재단이 동의할 경우에 한하여 미납된 금액을 일시에 납입하면 은급금 수령 권한이 다시 발생된다고 장정에 규정하고 있다(은급시행규정 631단 제2조(적용범위)③항-3). 그러나 이건 감리회의 생각이고 미래에셋에서도 그리해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게 조사위의 우려다.

조사위는 “감리연금 미가입시 기존의 은급 혜택도 못 받도록 법을 연동시킨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은퇴 전에는 해지 자체도 불가능하도록 해 놓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감리회 전체가 미래에셋 감리연금에 의해 노예가 되어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감리연금을 기획할 당시에도 기금고갈이 예견되었기에 고민끝에 신은급법 제도를 고안해 낸 것이다. 하지만 가입율은 떨어졌고 철저히 개인화 됐으며 그 사이 미래에셋은 감리연금을 기획하여 노다지를 캣고 이를 중개한 컨설팅업체 세이버스(대표 이용성)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세게 만들었다.

감리연금 상품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고 한다. 감리회 은급제도를 엉망으로 만들려는 의도라기보다 무개념 상태에서 컨설팅업체인 세이버스와 미래에셋에 맡겨놓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조사위의 분석이다. 감리연금 가입자는 최소 가입기한 6년 8개월이 넘어야 원금을 모두 찾을 수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신은급 대책위는 지난 연회기간동안 전 연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핵심은 사실상 현행 신은급법의 문제점을 인지시키는 것이었지만, 현장에서의 인식률은 낮았다고 한다.

2044년이면 목회자 14,000명에 5,520명 가량이 은급금 수령자가 되어 최정점에 이른다. 이 현상은 수년간 지속될 것이고 당장 목회자수를 줄여도 실제 은퇴자 감소는 40년 후에나 일어날 것이기에 장기적으로 수급조절이 필요하지만 당장은 효과가 없다.

▲ 김교석 목사(대책위 조사위원장)

조사위의 김교석 목사는 “이제는 586 이전의 구은급 세대 역시 은급대책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방향은 전체가 같은 혜택을 받는 쪽으로 가야하는데 당장은 지출감소방안을 수립하거나 기금을 확대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동시에 목회를 하지 않으면서도 은급수혜자가 되는 불성실 교역자를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불성실교역자는 현재 지방회 마다 1-2명씩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규모를 약 300명 정도로 예상했다. 장정은 ‘전임으로 사역하지 않거나 이중직이거나 아예 목회하지 않는 교역자 등은 은급대상자 자격을 취소하거나 삭감하도록 하고 있다.(은급 시행규칙 제3장 12조 ⑮항)

실현가능성이 모호하긴 하지만 수조원대의 망실재산을 찾아내거나 국내의 UMC 재산을 건네받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사유화된 감리회 자산을 환수 하는 일도 할 수만 있다면 해야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체교회가 정직하게 부담금을 내기만 해도 은급기금이 상당히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부담금을 볼모로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제한에만 몰두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나눠 가지려는 공교회성 회복에 감리회의 역량을 집중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개체교회가 부담금 요율을 높여 함께 책임져 나가려는 자세와 정직한 부담금납부라는 간단한 해결책을 놔두고, 왜 ‘신(新)은급법’이라는 복잡하고 가입율도 낮을 수 밖에 없는 제도를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이제라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감독병에 걸려 물 쓰듯 하는 돈만 모아도 은급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자조가 그리 허황된 셈법이 아닌거 같아 야속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