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로마 가톨릭의 정권교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새로 선출된 교황이나 '사퇴한 일이 제일 잘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는 전임 교황이나 그 전 교황이나 '그 나물에 그밥'이다. 왜냐하면 이 분들은 전임 교황들이 성취한 교회의 민주화에 행로에서 "뒤로 돌아갓!"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분들의 개인적인 인격으로는 존경받아 마땅할만한 사람들이겠으나 교황으로서 역사적 역할로는 긍정적이었다고 평가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교적 칭송 받는 지지난 교황조차도 교황권 절대주의를 지향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이런 일화가 있다.

1983년 교황이 모국인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경찰은 교황의 숙소 밖에 있던 군중을 해산시킬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군중은 한 사제가 떠나라고 명령하자 몇 분 내로 흩어졌다.

교회 밖의 군사독재에 대응해 교회 안의 민주화를 추진하고 민중교회를 세운 라틴아메리카의 교회와 다르게, 폴란드 교회는 신자들에게 절대적 충성을 요구했고, 또 그러한 충성을 받았다. 물론 폴란드 교회가 박해 속에서도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추기경과 주교들을 중심으로 단일한 지배체제를 구축한 ‘절대주의 교회’였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요한 바오로 2 세는 교황 절대주의자였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재의 추기경에 비해서 존경깨나 받았던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관훈클럽에서 초청연설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진행자인 박권상씨가 마지막 질문으로 '추기경님은 어느 때는 진보주의자, 어느 때는 보수주의자 같아 보인다. 어느 쪽이냐?'고 묻자, '나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한국 천주교를 보호관리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비교적 정직하게 대답을 했었다.

그런 그의 소신대로 말년에 점점 보수주의자가 되어 참여 정부시절 5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 가시는 걸음 걸음마다 고춧가루를 골고루 뿌려놓더니 대통령 퇴임할 때 “앞으로 신앙에서 위로를 찾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었다. 원래 때리는 시어미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나 같으면 ‘그동안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겠다.

교황이나 추기경이 자기 집 지키는 것이 기본적인 것은 삼척동자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개혁 보다는 기존체제 유지에 더 중심을 두는 것은 체질의 문제가 아닐까?

추기경 115명 중 28명이 이탈리아 출신인 교황선거인단에서 455년간 교황 자리를 독식해 오다 지지난 교황 때부터 35년 동안 놓친 교황직을 이번에 남미 출신으로 완벽한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정도의 혈통상 100% 이탈리아인인 새교황을 선택한 것은 이탈리아를 비롯한 보수적 유럽과 남미 모두를 만족 시킬 수있는 절묘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새 교황이 개혁 보다는 현체제를 지키는데 더 무게는 둘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무시무시한 아르헨티나 군부독제 시절 대주교로 있으면서 군부독제와 공생관계를 잘 유지했다는 전력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방신학 내지는 군부독재 타도와는 늘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던 그가 파격적 방식으로 바티칸을 개혁하려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남미에서 군부독재세력에 맞서 해방군의 게릴라 부대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가 하던 중에 장렬한 죽음을 맞았던 토레스 신부는 자신의 해방군에 참여를 ‘나는 진정한 사제가 되기 위해서 성직자의 옷을 벗었다’고 선언했다.

토레스 신부는 해방의 신학의 정신에 입각하여 진정한 사제가 되기 위해서 남미 가톨릭의 위선의 옷, 형식적인 성직자의 옷을 던져 버린 것도 새로운 소명을 위하여 제도 밖으로 나갔던 하나의 예일 것이다.
그러나 제도 교회의 관리자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처럼 힘든 일일 것이다.

사실 나는 천주교에 애착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어린 시절이 불행해서 쓰라림과 고통, 희망이 절벽인 상황이 내 앞에 펼쳐질수록 점점 현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되어 사춘기에 이미 독신 수도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수도사가 되기 위해서 애를 많이 썼는데 당시 야박한 천주교는 가정이 모두 천주교 집안이 아니라고 나를 받아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수녀가 되었으면 틀림없이 마더 테레사의 사촌쯤은 되었을 내 여동생도 받아주지 않아서 결국 술주정뱅이의 아내가 되어서 별 볼일 없이 평범한 주부로서 살고 있다.

당시 무섭기 만했던 보수적인 본당 신부는 신앙적 배경도 없고 복잡한 가정 출신의 나의 신학교 입학 추천을 해주지 않았다. 의지할 곳이 없는 우리 남매 입장에서는 신부나 수녀가 되는 것이 필요했지만 제도 교회는 우리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고 안정된 신앙가정 출신의 성소 후보자가 필요 했던 것이다. 즉 당시 천주교와 우리 남매 사이의 필요충분조건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로마 카돌릭이 상식적인 집단이 되는 것은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있을 때라고 생각한다. 신부가 독신으로 사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21 세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