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방부가 군종신부 임용과정에서 사상검증을 해서 논란이 일었다는 뉴스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겠으나 나에게는 비상하게 관심이 쓰일 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었던 일이었다.

우선 군종 장교를 대상으로 한 사상검증이라면 군종 신부 뿐만 아니라 훨씬 숫자가 더 많을 개신교 군종장교 후보생들에게도 했을 터인데 그 쪽에서는 왜 아무 말이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일반적인 천주교 보다 신학적으로 훨씬 개방적인 기독교장로회나 감리교 출신들도 당연히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목구멍이 검찰청’이라는 것이다.

300여 명의 군목사가 복무 중인 개신교는 교파간 경쟁이 치열하여 한 명이라도 자기 교단의 군종장교를 더 배출하기 위하여 분투 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어느 교단 출신인지를 알 수 없게 되어 있는 면접에서 합동측에서 선배 군종목사가 총신 출신 후배 목사를 선발하기 위해 면접 할 때 선후배만이 통할 수 있는 암호를 정해 놓았다는 것이 한 후보생의 양심선언으로 드러났던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천주교 신부들은 무슨 배짱으로 사상검증 질문에 눈치 보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답을 할 수 있었단 말인가?

답은 간단하다. 천주교는 군복무를 이미 마친 사람 가운데서 군종신부를 지원을 하거나 파송을 하고 당사자도 군종신부가 아니더라도 갈 곳이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 교단에서는 본인이 싫으면 다른 사람을 파송하면 되기 때문인 것이다. 한 마디로 아쉬울 것이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천주교에서는 국방부에 강력히 항의를 하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천주교답게.

TV에서 영국역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니 영국이 헨리 8세가 로마 가톨릭과 결별한 이후 한 때 왕권의 변화에 따라 짧은 기간 동안에 성공회와 가톨릭으로 왔다갔다 한 때가 있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성직자들이 결혼을 했다가 별거를 했다가 다시 결혼을 했다가 우왕좌왕하게 되었다.

아마도 때를 잘못 만난 당시의 성직자들은 “헤어져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혹은 “합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당연히 성직자들의 부인과 애들은 보따리를 싸들고 왔다 갔다 했을 것이고.

방송에 의하면 결론은 그렇게 혼란했던 시기에 가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직을 그만 둔 사람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왜? 호구지책 때문에.

한 마디로 ‘목구멍이 검찰청이었더라!' 는 이야기였다.

나는 오래 전부터 성자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중세 시대의 성자의 개념과는 달리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기 먹을 것 챙기지 않고 남을 돌보아 주는 사람이 성자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이 있다. 비주류 인생인 내 주변에는 자기 자신을 챙기기 보다는 남을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몇 몇 있다. 그런데 그들을 오랫 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그들의 신앙이나 사상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질적으로 별난 짓을 하도록 타고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튀어야만 하는 기질 때문에 별난 짓을 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틀 안에 갇히기 보다는 자유롭게 사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은 성자가 아니고 기인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