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를 바람둥이목사라고 부른다. 그 말을 들으면 나는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삼류배우처럼 여간 기분 좋은 게 아니다. 아무나 바람둥이가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성일 뺨치는 미남이나 오나시스같은 부자라서 여자들이 줄줄 따라야 바람둥이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얼굴도 못 생기고 돈도 없다. 더구나 바람둥이목사는 조건이 더 까다롭다. 얼굴이 배우처럼 생긴 여집사 킬러목사나 수만 명이 모이는 메가 교회 목사라야 한다. 

그런데 나같이 못난이 목사를 바람둥이 목사라니? 그럼 나도 대형교회의 멋쟁이목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다. 바람둥이 인건 확실한데 여자바람이 아니다. 성령의 바람인 것이다. 부흥회 때마다 성령의 9가지 상징을 가르치는데 내가 좀 바람을 피울 줄 안다. 사도행전 2장 2절에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저희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그 바람이 뭐냐? 히랍어로 바람을 “푸시케”라고 하는데 성령 혹은 호흡을 뜻한다나? 바람이 불면 사시나무가지가 흔들린다. 기도하면서 몸을 흔들어 대는 게 바람성령이란다. 너무 알아서 모르는 분들이다. 바람도 모르는가? 바람은 바람이다.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대추야 대추야 떨어져라/ 아이야 아이야 주워라/ 어른아 어른아 잡숴라”

할 때 나오는 바람이다. 불교신자들은 바람을 잘 안다. 물처럼 바람처럼의 바람을 왜 모르느냐고 묻는다. 바람도 모르는 백색신학자들에게 바람구경을 시켜줘야 겠다.

40년 전 논산근처 교회에서 부흥회를 하고 있었다. 낮 시간에 안수기도를 하는데 사람들이 바람에 짚단이 쓰러지듯 넘어져 갔다. 웬일일까?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내 오른쪽에서 소용돌이로 바람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 바람이 기도받는자의 옆구리를 치자 그는 넘어지는 것이었다. 순간적이지만 분명했다. 눈을 감고 보면 바람도 보이는구나!

“목사님이 안수기도하실 때 어디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제 옆구리를 처 버렸어요. 안 넘어지려고 바동대다가 넘어졌지요”

70년대는 에어컨이 없었다. 선풍기도 설교하는 부흥강사에게 만 설치해줬다. 난 한사코 선풍기를 사양한다. 내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긍휼이 여기사 성령바람을 불어주소서! 하는 욕심 때문이다. 설교하다 보면 땀으로 뒤범벅이가 된 내 몸 안에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돌아다니고 있다. 스킨 풍이라고 할까?

그때쯤이면 설교를 듣던 교인들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다.
“땀이 철철 흐르는 목사님의 얼굴에서 별안간 피가 흐르고 있는 게 보이는 거예요. 십자가에서 흘리신 예수님의 피가 생각나서 울었어요.”

병자에게 안수기도 할 때 바람이 들어가는 이는 모두 나았다. 은퇴한 지금은 돌섬바람으로 산다. TV 드라마에서 전우치가 장풍으로 악인들을 쓰러뜨리고 있었다. 나도 한때는 장풍안수를 했었는데. 바람둥이 목사시절이 생각나서 써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