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설교 (77호-20130331/서재경목사/hanmin-jk@hanmail.net)

제목 : 다시 갈릴리로
본문 : 마가복음 16장 1-8절 

▲ 시인 김현승 (1913~1975)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

▲ 감자 싹 틔우기 (새싹을 틔우기 위해 쭈글쭈글해진 감자)출처 : http://blog.naver.com/zzumi88

그렇습니다. 부활이 열매라면, 십자가는 그 씨앗입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고난당하시고 죽임당하셨지만, 하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은 예수님을 다시 살리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일어나셔서, 모든 잠자는 자들의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 이 놀라운 생명의 기적이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이 부활의 은총이 우리의 역사 속에,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김현승 시인은 또 부활하신 주님이 지금 무덤 밖에 계신다고 노래했습니다. 온 천하에 계신다고 노래했습니다. 두루 계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려면, 무덤으로 갈 것이 아니라, 무덤 밖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활의 생기로 가득한 곳, 하나님으로 충만한 곳, 생명이 다시 일어나는 곳, 무덤 밖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그 첫 부활절에도 그랬습니다. 그때에 여인들이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 세 여인이 새벽에 무덤을 찾았습니다. 남자라는 족속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자 모두 달아나 버렸지요. 그래서 여인들만이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예수님은 금요일 오후 세시에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러니 금요일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장례를 마쳐야 했습니다. 해가 져서 안식일이 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으니, 급히 모셔야 했습니다. 마침 아리마대 요셉이 무덤을 내어 주어서 급하게라도 안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는 마지막 예를 갖출 여유도 없었고, 그 시신을 깨끗이 씻고 기름을 발라드리는, 최소한의 정성도 바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인들은 안식일이 지나기를 기다렸다가, 해가 뜨자마자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달려갔습니다.

▲ 예수님의 빈 무덤 출처 : http://blog.naver.com/sp0207

그런데 그들이 무덤에 갔을 때, 그 무덤이 비어 있었습니다. 무덤이 열려 있었습니다. 빈 무덤, 열려 있는 무덤입니다. 그 무덤을 막은 큰 돌을 어떻게 치울까 걱정했었는데, 이미 돌은 굴려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텅 빈 무덤 속에 예수님은 계시지 않았고, 거기에는 웬 흰옷을 입은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인들은 그 흰옷을 입은 젊은이로부터 부활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가 말했습니다.  

▲ 번 존스, 부활의 아침, 1882년 (주님에 대한 신실한 사랑과 신뢰로 여성들은 부활의 첫 증인이 되었다.)

“그대들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사렛 사람 예수를 찾고 있지만, 그는 살아나셨습니다.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 예언자 에스겔 출처 : http://cafe.naver.com/bssmch/1628

그는 여기에 계시지 않다! 그는 무덤에 계시지 않다! 이것이 여인들이 들었던 첫 번째 부활의 소식입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우리가 오늘 부활절에 들어야 하는 소식입니다. 그는 살아나셨고,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무덤에 계신 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는 부활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다시 살아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덤에서 예수를 찾으려는 모든 시도, 모든 종교적 의례는 중지되어야 합니다. 무덤을 찾는 종교, 무덤을 장식하고 꾸미는 신앙도 그쳐야 마땅합니다. 그것이 심지어 예수님을 향한 지극한 정성이라 할지라도 주검에 향유를 바르는 따위의 일들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일찍이 예언자 에스겔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바벨론 포로의 혹독한 고난을 당하게 된 그 까닭은, 왕들의 무덤을 꾸미는 죄악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새파 사람들의 위선을 ‘회칠한 무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셨습니다. 회칠한 무덤이란 무엇입니까? 무덤을 꾸미는 것 아닙니까? 무덤을 치장하고 무덤을 그럴 듯하게 위장하는 것 아닙니까? 그들의 삶을 바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은 종교적 의례만을 화려하게 꾸미는 위선이 회칠한 무덤입니다.

▲ 회칠한 무덤 출처 : http://cafe.naver.com/holylovejesus/3247

철학자 니체는 당시의 교회를 가리켜 ‘납골당’이라고 고발했습니다. 교회가 납골당, 그러니까 주검의 뼈를 묻어 두는 무덤과 같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당시의 교회는 그 외형으로 보면 그 수도 많았고 크고 화려했습니다. 그러나 그 겉은 화려하고 깨끗하게 치장하고 있지만, 그 속은 썩어 냄새나는 곳이 교회라는 말입니다. 사실 니체가 당시의 교회를 가리켜 ‘무덤’이라고 비판한 데는 사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그 당시의 교회들은 실제로 교회 안에 무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인의 유골을 교회 안에 안치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성인의 유골을 안치하면 그 교회도 유명해지기 때문에 교회들은 성인의 손가락 뼛조각 하나라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성인 순교자들이 육손이 아닌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교회를 꾸미고 화려하게 하면 할수록 신앙은 살아 있는 생활이 아니라 돌로 만든 무덤 안에 주검처럼 갇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거기 계시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셨던 그 무덤도 돌을 깎아 만든 무덤이었지요. 공교롭게도 예루살렘 성전도 돌로 깎아 만든 거대한 무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 성전이 아무리 크고 화려하더라도 살아 계신 하나님이 거기 계시지 않았던 것처럼, 하나님을 모신다고 마련한 성전 지성소에 정작 하나님을 안치할 방법이 없었던 것처럼, 아리마대 요셉의 돌무덤에 예수님을 영구히 안치할 수는 없었습니다. 부활절 아침, 예수님은 돌무덤을 떠나셨습니다. 예수님은 거기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더 이상 무덤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무덤을 정성스럽게 꾸미는 일도 더는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예수님이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부활절의 첫 소식은 우리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첫 부활절에 예수님의 무덤을 찾았던 여인들도 빈 무덤 앞에서 당황했습니다. 놀랐습니다. 두려워했습니다. 예수님이 사라져 버렸으니 이제는 영영 예수님을 볼 수도 만날 수 없게 된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때, 빈 무덤 앞에서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여인들에게 젊은이가 두 번째 부활의 소식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그들보다 먼저 갈릴리로 가실 것이니, 그들은 거기에서 그를 볼 것이다.”

이 말씀이 부활절 아침에 여인들이 들었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들어야 할 소식입니다. 예수님은 갈릴리로 가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만나려면 갈릴리로 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은 무덤이 아니라 갈릴리에 계신다는 말입니다. 무덤을 찾아온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것이라는 말이지요.

부활하신 예수님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어디겠습니까? 만약 여러분이 그토록 억울하고 고통스럽게 죽임 당했는데, 다시 살아났다면 저일 먼저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저 로마의 카이저에게 한걸음에 달려가서 한번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 기회주의자 빌라도에게 가서 자신이 한 짓을 땅을 치며 후회하게 하거나, 성전으로 가셔서 저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멘붕에 빠지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께 고문하고 채찍질하고 침 뱉고 조롱하던 자들에게 가서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소스라치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적어도 주눅 들어 상심하고 흩어져 버린 제자들을 찾아 주시거나, 그토록 애간장을 녹이며 찾아온 여인들에게 나타나셔서 따뜻하게 위로해 주시면 얼마나 감격스럽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의 예수님은 굳이 갈릴리로 가신다는 것입니다. 한사코 갈릴리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이미 갈릴리로 가셨다는 것입니다. 갈릴리! 거기에 무엇이 있습니까? 예수님은 거기에 무슨 꿀을 발라놓으셨기에 새벽부터 예수님을 찾아왔던 그 여인들의 애틋한 정성도 몰라주고 갈릴리로 달려가신 것일까요? 도대체 갈릴리는 무엇입니까?

생각해 보면, 갈릴리는 예수님께서 복음을 들고 처음으로 가셨던 그곳입니다. 거기서 제자들을 부르셨고 하나님나라를 선포하며 출발하셨던 곳입니다.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갈릴리로 가신 까닭은 단순히 거기서 옛 추억을 되새기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으로 가신 까닭은 거기 아직도 고난당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십자가가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곳입니다. 그렇습니다. 갈릴리는 고난당하는 땅입니다 고통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입니다. 역사의 질곡이 있는 땅입니다. 좌절하고 절망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의 땅입니다. 버림받은 사람들의 장소입니다. 예수님은 첫 소명을 받았을 때 그곳으로 가셨고, 지금, 부활하셔서 다시 그곳으로 가셨습니다.

▲ 루벤스 Rubens, 그리스도의 부활, 1611~1612년, 138*98cm, 판넬에 오일, 네델란드 안트베르프

플란더스의 개에서 네로는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다, 루벤스 같은 화가가 되고자!
바로크의 대가 루벤스가 죽음을 깨치고 힘차게 걸어 나오는
그리스도를 그렸다.
어둔 구름은 찬란한 빛에 몰려 물러나고,
그리스도를 죽음에 가두려던 세력들은 쓰러지며 고개를 떨군다.
붉은 색 승리의 깃발을 들고 당당하게 일어서시는 주님이 오늘 우리들 곁에서 부활하셨다.
세상 모든 부정적인 것의 총화인 죽음에 대한 승리,
복음은 승리를 외치는 함성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첫 부활절에 들렸던 부활의 소식을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의 말씀으로, 이 땅에 주시는 희망의 말씀으로 다시 들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무덤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신앙도 무덤을 꾸미는 헛된 위선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살아 계신 주님의 교회를 무덤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다시 갈릴리로 가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우리도 다시 일어나 오늘 우리의 갈릴리로 가야 합니다. 우리도 다시 일어나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땅으로 찾아가야 합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한 새봄에 우리의 생명도, 우리의 땅도 새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의 갈릴리에도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