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신대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 강의를 하러 한국에 갔었다. 그러나 이 강의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왜냐하면 학부 학생들이라면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더라도 이런 저런 꿈이라도 꾸어 보지만 신학대학원 과정에 들어온 학생들은 이미 목회를 해서 밥을 먹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강당에 앉아 있는 신대원생들을 보는 순간 그들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 때문이 가슴이 탁 막히는 갑갑함을 느꼈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선배로서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당신들 졸업하고 나가봐야 길이 없다. 공동체를 통해서 활로를 찾아라”고. 그 자리에는 고참 교수들도 여러 명이 참석했지만 다행히도 강의 후 아무도 나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마도 모두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고 내 개성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성수가 할 만한 소리’라고 생각해서 아무 소리를 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20년 전인 1992년도에 국내에서 제일 규모가 큰 광나루 장로회 신학대학에 신앙 강좌를 갔을 때에도 ‘이 강좌가 끝난 다음에 여러분 가운데 1/3만 자퇴하는 역사가 일어나기 바란다’는 말로 강의를 시작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젊은 목사가 타 교단 신학대학에 가서 객기로 함부로 무례하게 했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남의 교단에 가면서 사전 준비를 안하고 갈 수가 없는 일이기에 그 해 그 교단의 총회장이 전국 교회에 보낸 목회서신에서 교단이 필요한 목사는 70명인데 한 해 700명의 신학교 졸업생들이 배출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을 사전에 리서치를 통해 파악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생각해도 상당이 파격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에 속으로는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강의 끝난 후 어떤 노 교수 님이 내게 다가 오더니 “지 목사! 참 잘했어. 우리는 그런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라고 해주어서 안심이 되었었다.

그러나 당시는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었기 때문에 그렇게 과감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이미 목회를 직업으로 택한 대학원 학생들이기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고 내 강의를 통하여 활로를 찾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신학대학은 내가 다닐 때 보다 엄청나게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기독교는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는데 과연 신학생의 미래가 어찌될 것인가 하는 염려가 컸다. 나는 학생들이 살벌한 목회 현장에 나갔을 때 이들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떨칠 수 없었다. 이 학생들이 세상에서 싸워나갈 면역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과연 신학교에서 그런 교육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유리 온실이나 화원에서 자란 화초를 들판에 심어 놓는다고 야생화로 자랄 수는 없다. 이들이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해악을, 그 완강함을, 불가사리 같은 힘을 얼마나 절실히 느끼고 있을까?

사실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세상 물정 전혀 모르고 교회에서 밥 벌어 먹으려 생각만 하고 살다가 살벌한 세상에 나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떼병신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당사자들이 그것을 모르고 혹은 알면서도 믿음이란 이름으로 애써 부정하면서 마치 낭떠러지를 향하여 달려가는 것처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경제적으로 극심한 사양 산업인 기독교 분야, 전혀 비생산적, 비창조적인 분야인 신학대학에 전국적으로 수 만명이 재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넌세스가 아닐 수 없다. 그 길은 소수만이 걸어야 하는 길이거늘.

그러나 이미 한국에서는 신학교육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안식일 교회 같이 100% 중앙에서 통제가 가능한 소규모 교단에서도 필요한 숫자보다 많은 신학생이 배출되어 골치를 앓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겠나? 심지어는 공산당 보다 더 철저한 계획경제를 하는 천주교에서 서울 교구의 800 명의 사제가 공급 과잉으로 과부화가 걸려 동맥경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신학교는 이를테면 결과를 전혀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불량산업인 것이다. 돈이 하나님인 신자유주의 세상에 전혀 부가가치가 없는 산업에 돈과 인력이 몰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