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탓에 호주까지 유학 와서 마약거래범의 심부름을 해주던 청년이 감옥에서 2년을 살고 재판을 앞두고 보석으로 출감해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의 부탁으로 우리 집에 와 있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유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처럼 밥 먹을 때만 빼고는 하루 종일 자기 방에서 나오지를 않는다. 물론 재판이 완전히 끝나고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면 달라지겠지만 젊고 건장한 사람이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모습이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니었다.

감옥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두어 놓은 곳이다. 그러나 비록 감옥에 갇혀 있더라도 그 안에서 생각 하는 것은 자유롭다. 이것이 바로 인권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때 한국에서는 이런 양심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던 적이 있었다. 박통 때 감옥에 있는 양심수들을 굶기고, 얼리고, 때리고 고문하고 짓이기는 야만적인 행위로 괴롭혔던 ‘전향작업’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감옥은 몸만 가두어놓는 것이지 정신까지 가두어 놓을 수는 없는 일인데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몸은 자유롭게 다니지만 생각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곳도 일종의 감옥이다. 종교의 교리에 갇힌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물론 종교 다원주의라는 교리에 갇힌 사람까지 포함된다. 그런데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이 좋아 죽겠다면 이상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실재로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다.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신천지(누구를 이단이라고 생각하는 개념이 없는 나로서는 ‘그 정도로 단순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집단)에 빠진 후배를 만났다. 그녀는 진리를 찾기 위해서 오랫 동안 방황하다가 신천지를 만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교리가 얼마나 달고 오묘한지에 대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했다.

그녀는 신천지의 역사에 대해서 대충만 알고 있고, 신천지 교리가 그 동안 바뀐 것도 모르고, 교주 이만희씨가 말 바꾼 것에 대해서 모르고 한 가지 예로 이회창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계시를 9번이나 확실하게 받았다고 전국에 계시 자랑하다 물 먹고, 교주가 어디서 배우고 어떻게 짜집기를 해서 교리가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또 앞으로도 바뀔 수밖에 없는지를 전혀 모르고 그저 마냥 행복해 하기만 했다.

나는 헤어지면서 꼭 해줄 만한 말이 없을까 하는 생각하다가 “그저 헌금만 좀 아껴서 해. 나중에 본전 생각날 줄 모르니까.”라고 부탁했다.

정신적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은 그 안에서 스스로 안전함을 느낀다.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것은 감옥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정신적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밖에 있는 사람을 자기와 같이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발을 해오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소위 예수 잘 믿는다는 사람들과 긴장관계를 유지했었다. 내가 들었던말 가운데 제일 충격적인 이야기는 “당신의 글을 읽으면 내 마음이 아프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글의 내용에 공감해서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 아니라 ‘어쩌면 이 지경으로 잘못 될 수 있을까?’하는 뜻이었다. 생각이 다른 정도로는 가슴이 아플 일이란 없다. 그 사람은 내가 아주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가슴이 아픈 것이다.

상대방을 정죄하고 판단하는 것은 ‘나는 옳다’라는 생각에서 나온다. 내가 옳다는 것은 무엇에 근거한 것일까? 바로 교리라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도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그래도 이데올로기는 먹을 것을 가지고 싸우기나 한다. 그런데 보이지도 않는 교리를 가지고 벽을 쌓고 공격을 하는 이 노릇을 어찌한단 말인가?

염색을 할 때 아무리 다른 색을 입히려고 해도 옷감에 처음 들은 물을 빼기는 어려운 법이다. 이처럼 사람에게 한 번 주입된 사상이 신조나 교리로 굳어지면 척추가 휠지언정 잘 휘어지지가 않는다. 하기는 나도 신앙이 자유로와지는데 수 십년 걸린 셈이다.

내가 보기에는 ‘예수만 믿으면 좋은 사람’ 보다는 ‘예수만 안 믿으면 참 좋은 사람’이 더 많다. 물론 예수라도 잘 믿어야 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그만 예수를 잘못 믿어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일생 동안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은 자기가 있는 곳이 감옥인줄 모르고 낙원인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냅 둬야지. 그대로 살다 죽게. 낙원도 다 수준이 있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