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설교 75호(20130317/김성룡목사/jesu062@naver.com)

제목 : 하느님 나라를 향하여
본문 : 이사야 43:16-21 빌립보 3:8-14 누가복음 22:14-30

이사야 43장/ 16 내가 바다 가운데 길을 내고, 거센 물결 위에 통로를 냈다. 17 내가 병거와 말과 병력과 용사들을 모두 이끌어 내어 쓰러뜨려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그들을 마치 꺼져 가는 등잔 심지같이 꺼버렸다. 나 주가 말한다. 18 너희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려고 하지 말며, 옛일을 생각하지 말아라. 19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빌립보서 3장/ 10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분의 죽으심을 본받는 것입니다. 11 그리하여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나는 부활에 이르고 싶습니다.... 13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아직 그것을 붙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몸을 내밀면서, 14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위로부터 부르신 그 부르심의 상을 받으려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누가복음 22장/ 24 제자들 가운데서 누구를 가장 큰 사람으로 칠 것이냐는 물음을 놓고, 그들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2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뭇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은인으로 행세한다. 26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27 누가 더 높으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냐, 시중드는 사람이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여러분의 마음에 사랑을 가득 담아주시기를 빕니다.
여러분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바라보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무엇을 위해 살며, 어디를 향하여 가고 계십니까?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라보고 가야할 곳은 어디일까요?

오늘 구약은 이스라엘이 바벨론에게 망해서 포로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이사야를 통해서 하느님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부분입니다.

▲ 출처 : http://www.nyjbc.org/jb/1282

18 너희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려고 하지 말며, 옛일을 생각하지 말아라. 19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 (이사야 43장 18-19절)

‘하느님께서 새 일을 시작하신다. 지나간 일에 사로잡히지 말고 새 날을 보면서 살아라.’ 그런 말씀이지요. 이스라엘이 하느님을 등지고 우상을 섬기다가 나라를 빼앗기고 고향에서 쫓겨난 수치스러운 지난날을 생각하지 말고 새 날을 맞이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왜 이스라엘의 잘못된 과거를 묻지 않으시는 것일까요?? [새롭게 살도록]

예수님이 이런 이야기 해주셨죠? 어떤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한 아들이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해서 멀리 떠나 흥청망청 먹고 마시다가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아들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고 오히려 잔치를 벌였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사실은 하느님의 자비로우심에 대한 이야기죠? 하느님은 왜 우리의 잘못된 과거를 묻지 않으시는 것일까요?? [새롭게 살도록]

우리가 과거의 잘못에 사로잡히면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새로운 생활을 가능하게 하시는 거죠. “너희는 지나간 일을 기억하려고 하지 말며, 옛일을 생각하지 말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 출처 : http://www.judae.org/zbxe

무슨 새 일을 하신다는 것인가?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내시겠답니다. 하느님이 현대건설도 아니고 ......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신다는 것은 무슨 말씀일까요? 광야 사막 사람들에게는 이 말씀이 무슨 뜻이냐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신다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의 계획은 당신의 백성을 징계하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보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좋으신 하느님!^^ 믿음의 유익 가운데 하나는 미래에 대한 낙관이지요? 하느님께서 우리 생에 좋은 일을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 마음에 평안과 힘을 줍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힘을 줍니다. 세상을 변화시킬 힘과 희망을 줍니다.

바울사도는 빌립보서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빌립보 3:13-14)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아직 그것을 붙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몸을 내밀면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서 위로부터 부르신 그 부르심의 상을 받으려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습니다.” 

▲ 출처 : http://blog.naver.com/hyungmin

사도바울은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앞을 바라보고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뒤에 있지 않고 앞에 있습니다. 그의 목표는? 그리스도 예수! 와, 높다. 높은 목표지요? 공동번역성경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를 부르셔서 높은 곳에 살게 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살아가야 합니다. 즉 하느님의 나라를 향하여 살아가는 것이죠.

▲ 위; 주기철 목사님 순교 이야기(출처 : http://blog.naver.com/hyungmin) 아래좌: 한완상 저 "저 낮은 곳을 향하여" 아래우: 이청준 원작/이장호 감독출처 : http://blog.naver.com/charlizelove

우리 찬송가에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가 뜻하는 것은 고관대작이나 부귀영화로 나아간다는 것이 아닙니다. 고귀한 가치를 지향하며 산다는 것이지요. 하느님나라를 향하여 살아간다는 뜻이지요.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노래가 있듯이 [저 낮은 곳을 향하여]라는 책이 있는데, 결국은 같은 의미를 갖는 말입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천상의 나라를 향하여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구체적으로 그것을 [섬김]이라 하셨습니다. 누군가를 섬기는 것과 십자가에 달려 죽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듯 보이지만 이 두 행동의 근본적인 성격은 같습니다.
누가복음 22장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24절/ 제자들 가운데서 누구를 가장 큰 사람으로 칠 것이냐는 물음을 놓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25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뭇 민족들의 왕들은 백성들 위에 군림한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자들은 은인으로 행세한다. 26 그러나 너희는 그렇지 않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다 높아지려 하고 대접을 받으려고 하는 세상에서 스스로 기꺼이 즐겁게 이웃을 섬기려는 마음은 전혀 다른 생의 방향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있는 삶이지요. 그것이 하느님나라의 질서요 가치요 율법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험악한 것은 섬김을 받으려는 마음들만 가득하기 때문 아닙니까? 몇 년 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다니던 김예슬이라는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숨 막히는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친구도 없이 희망도 없이 숨막히게 살아가는 이 대학을 나는 거부한다’ 하면서 자퇴를 선언했었지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우리 사회가 비정상적이고 병폐가 많다는 것을 다 알지만 아무도 거기 저항하는 사람은 없고 어떻게든 나만은 (또는 내 자식만은) 이 부조리를 잘 뚫고 헤쳐나가서 이 사회의 상층부에서 섬김을 받고 살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떤 외국 언론은 한국을 평가하기를 [저질 대졸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라고 했습니다.
이 막강한 이기적 기류 안에서는 대입 제도를 바꿔 봐도 소용이 없고 대학을 바꿔 봐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다 섬김을 받으려고만 하니 사람들 사이에 신뢰도 없고 친구도 없고 사랑도 없고 오직 경쟁과 계급만 뚜렷해지지 않겠습니까?

▲ 브라운 Ford Brown, 베드로의 발을 씻기심, 1865년

생각할 수도 없었던 당황스런 일이 벌어졌다. 그러지 않아도 무언가 평소와는 다른 주님의 모습이 제자들의 한쪽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는데… 종이 주인에게, 또는 제자가 스승에게 해 드리는 발 씻기를 주님이 해주신단다.
건조한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발은 가장 지저분한 부분이다. 베드로는 손을 내저었다 - 이렇게 더러운 발을 고귀하신 주님의 손이 씻다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손은 이미 베드로를 섬기고 있다.
옆에는 우리들 삶처럼 너덜너덜한 슬리퍼가 놓여있고… 뒤편의 제자들은 머리를 감싸 쥐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하나님 나라는 서로 섬기는 삶에서 피어나는 새 질서다.

예수께서 세상을 구하는 길에 들고 나선 피켓에 쓰인 글씨는 [섬김]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섬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누가 더 높으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냐, 시중드는 사람이냐? 밥상에 앉은 사람이 아니냐? 그러나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 (누가복음 22:27)

바울사도께서는 이 예수님의 섬김의 길을 배우기를 간절히 원하셨습니다. 죽기까지 그렇게 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빌립보에 보내시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의 부활의 능력을 깨닫고, 그분의 고난에 동참하여, 그분의 죽으심을 본받는 것입니다.” (빌립보서 3장 10절)

▲ 본회퍼 목사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

그분의 죽으심을 본받는다는 말씀에서 본훼퍼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 납니다.
히틀러의 만행이 계속되어서 수백만의 무고한 생명이 독가스로 죽어갈 때에도 독일교회는 침묵했습니다. 히틀러가 독일을 통치하던 당시에 나치정권에 협력하지 않고 반기를 든다는 것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박해를 받게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시국에 본훼퍼목사가 어떤 모임에 참석했는데, 거기 참석한 이들은 히틀러의 만행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어떻게든 그의 독주를 제지해야 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대화 가운데 한 고위직 인사가 “성경의 계명을 범하지 않고도 히틀러를 죽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고 묻자 디트리히 본훼퍼는 이런 말을 했

▲ 본회퍼 목사가 베를린 감옥에서 순교하기 전에 쓴 시 출처 : http://blog.naver.com/bungyc

습니다. “암살은 계명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모든 계명을 해석할 수 있는 분은 오직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는 값을 치름으로써 무고하게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사랑이라는 더 큰 계명에 순종해야 한다고 봅니다.”
암살은 분명히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위반하는 행위이지만 자기는 그 계명을 어기는 값을 치르더라도 무고한 양민을 집단으로 죽이는 이 미친 지도자의 행보를 멈춰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바울사도는 로마서 9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끊임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내 겨레를 위해서라면 이름이 생명책에서 지워지는 일이 있더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로마서 9장 2-3)
하느님께서 보내신 구세주를 배척하고 죽인 이들이 자기의 동족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리스도를 믿고 구원을 얻을 가망이 없었기 때문에, 바울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동족에 대한 사랑이 깊었습니다.
십자가란, 바울이 본받으려 했던 그리스도의 죽음이란, 이런 성격인 것 같습니다. 자기가 저주를 받고 죽더라도 형제를 살리기 원하는 사랑. 자기가 오해를 받고 죽더라도 형제가 살기를 원하는 사랑.... 참으로 거룩한 일이지요.

예수께서 잡히시던 날 밤 마지막 식사를 나누실 때... 우리 같으면 목이 메어 음식이 넘어가지 않았을 듯한 자리가 아니겠습니까?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죠. “유월절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루어질 때까지, 나는 다시는 유월절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에서 난 것을 절대로 마시지 않을 것이다." (누가 22장 16,18절)
이제 곧 체포되고 재판받고 처형을 당할 처지에 계셨지만, 주님은 그것을 보지 않으시고 하느님의 나라를 보고 계셨던 것입니다.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삶과 가장 낮은 곳에서 섬기는 삶은 어떤 관계가 있겠습니까? 이는 사람의 인격 안에서 하나가 되는 신비로운 사건입니다. 하느님의 형상으로 지어졌기 때문이겠죠. 

▲ 화해의 손출처 : http://blog.naver.com/b2slife

그러므로 하느님나라를 향하여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등지고 홀로 사막에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만드시는 주님처럼, 이 혼란스러운 정신세계에 생명의 길을 내고, 이 황막한 이기심의 사막에 사랑의 물길을 내 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구원의 길에 들어서서 하느님나라를 향하여 가는 순례자가 된 것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영광이요 기쁨입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됨으로써 주님과 결혼한 신부와 같이 되었습니다. 신랑신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주례자가 “신랑신부 행진!”하면 신랑신부는 부부로서 새로운 삶을 향하여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우리 주님의 신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부귀영화와 육신의 정욕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지난날의 실수와 죄가 우리의 발목을 잡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리저리 한눈팔고 마음 팔면서 가던 길을 지체하곤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가 지나간 일을 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고 선언하시고 앞장을 서신 주님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군대에서 “십 분간 휴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군인들이 행군을 하다가 잠시 쉬는 시간이죠. 아무리 시간이 급해도 “십 분간 휴식”은 빠지지 않습니다. 휴식이 끝나면 다시 군장을 지고 일어나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여러분에게 잠시 지체된 시간이 있었더라도 괜찮습니다. 다시 일어나 행진을 시작하면 됩니다. 주님의 나라를 향하여! 하느님의 나라를 향하여!

교우 여러분은 가장 높은 꿈을 지니고 사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 우편에 계시는 우리 주 예수님을 바라보고 사시기 바랍니다.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가장 낮은 곳에 머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위대한 신앙인들은 위로 하느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세상의 가장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거룩한 백성들의 삶을 통하여 신비롭게도 [저 높은 곳]과 [저 낮은 곳]은 하나가 됩니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큰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하고, 또 다스리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과 같이 되어야 한다.” (누가복음 22장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