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1
 
3월 첫 봄소식은 친구아버지의 부음(訃音) 으로
시작되었다. 시인 엘리엇이 말했던가?
봄은 죽음의 대지를 뚫고 나오는 잔인한 계절이라고...,

부음(訃音)?
말 언(言) 자와  점복(卜) 자가
만나서 내는 소리다. 말 그대로 점괘(占卦)의 소리요,
하늘의 소리다. 
인명재천(人命在天) 이라고 했다. 하늘의 뜻을
어느 누군들 막을 수 있으리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코비 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 곱가지 습관(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 에
이런 이상한 장례식 장면이 나온다.
 
장례식에 참석한 한 조문객이
관 속을 들여다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만다.
그 관 속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가족, 친척, 친구, 직장동료, 교회친구들의
자기에 대한 조사들,
그리고 조문객들의 수근거림들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어떤 남편, 아버지, 형제, 친구,
직장인, 신앙인으로 기억되고 있는가 하고...,  
 
 
2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있다.
이는 죽은 후까지 걱정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의
탐욕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한 독재자의 배짱스런 말처럼
죽은 후에 세인들이 자기 무덤에 침을 뱉든,
오물을 투척하든 이미 죽은 자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한 마디 대꾸도 할 수 없는 주제에.
 
사실은
인간이고 호랑이고 이 세상에 남기고 갈 수
있는 것들 중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야훼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이 세상 축복 중 가장 큰 축복이
"밤하늘에 별처럼 반짝거리는 후손복" 이
아니었겠는가! 
 
3
     
년 초에 한 작가 친구가
"평생소원 중 하나는 나무를 심는 것이다"  
라는 이메일을 나에게 보내왔다.
사람이든 나무든 이 세상에 살면서
생명을 심고 기르는 마음은
인류와 우주에 대한 사랑의 발로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한 네델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45세의 젊은 나이로  단명하기까지
몇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죽었을까?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스피노자  의
사랑에 빚을 지고 있을까?  
 
몇 년 전에 읽었던 불란서 작가 장 디오노가 쓴
단편소설 " 나무를 심는 사람"  에 나온 이야기다.
 
주인공인 한 양치기 남자, 엘제아르 부피에 가
해발 1200-1330 m  불란서 프로방스 지방의 헐벗고
버려진 고산지대 황무지에
도토리나무, 떡갈나무, 밤나무 들을
매일 한 그루 한 그루씩 심기 시작했다.
아무런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는 이런 일인 극은
장장 35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그 동안 그를 도와주거나 알아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황무지 땅이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변하고
달라져 갔다.  메마른 계곡에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산새들, 곤충들, 산짐승들이 하나하나 찾아들기 시작했다.
몇 십 년 후에는 수만 에이커의 황무지가
울창한 숲으로 변해 버렸다.  동식물들의 생명뿐 아니라
인간들을 기르고 키우는 생명의 보금자리로.  
 
장 지오노 는 엘지아르 부피에 의
위대한 생애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 한 사람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 가를 알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 사람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의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행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잊을 수 없는 한 인격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최대거상 임상옥은
"장사는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고 말 했다.
 
인생도 하나의 장사다.
인생은 이름을 남기는 장사가 아니라
생명을 남기는 장사다.  

▲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