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아마추어 의사 웨슬리

복음은 단순히 ‘예수와 천당’만 가르치는 교리적 선언이 아니다. 복음은 주어진 열악한 현실을 변화시키고 개선시키기 위하여 선포된 하늘의 메시지이다.

감리교를 창시한 존 웨슬리 목사가 살았던 당시 영국에는 남편들이 전쟁이나 노동현장에서 죽고, 감옥에 투옥되고 사형당한 과부들이 너무나 많았다. 과부들의 삶은 저주받은 것이었다. 존 웨슬리는 이러한 과부들을 위하여 과부의 집을 여러 곳에 세웠다. 과부의 집은 노인의 집으로 발전하여 오갈 데 없는 과부와 홀로 된 노인들을 위한 집이 되었으며, 이는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존 웨슬리는 메도디스트들과 함께 병들어 갈 곳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과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병자 방문과 구제를 위한 연합회’를 시작하여 활동하다가 집 없이 방황하고 노숙하는 사람들에게 거처할 집과 양식을 제공하고 그들의 영혼과 몸을 돌보아주는 ‘나그네 공동체(Strangers’ Friendly Society)를 세웠다. (김진두, 사랑의 혁명, 웨슬리 출판문화원, 2009,11. pp.58-59)

존 웨슬리는 전도자로서 인간의 영혼을 돌보는 영혼의 의사인 동시에 인간의 몸을 돌보는 의사 역할까지 하며 가난한 사람들과 병든 사람들을 도왔다. 18세기 영국은 의료가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다. 더욱이 가난한 사람들은 질병에 걸리면 더욱 비참한 상태로 떨어졌다. 존 웨슬리는 병자들을 돌보는 박애전도를 구체적으로 실행하였다. 부흥운동 초기인 1741년부터 그는 신도회 내에 ‘병자 방문인’(visitors of the sick)을 따로 두어 이 일을 하게 하였다. 이들은 매주 1회 정기적으로 신도회 지역의 병자들을 방문하여 병의 진상을 조사하고 의약을 제공하고 영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는 파운더리, 뉴룸, 뉴캐슬 고아원에 무료진료소를 운영하였다.

그는 조지아 선교를 준비하면서 실제로 자신이 의학을 공부한 적이 있었으며, 1745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처방전 모음’이라는 작은 책자를 만들어 보급하였다. 1747년에는 ‘원시의학’(Primitive Physics)이라는 의학책을 저술하여 보급하였다. 이 책은 250가지가 넘는 질병을 치료하는 829가지 치료방법을 소개한 것으로 1850년도까지 23회나 출판되어 오랫동안 질병치료와 예방과 가난한 사람들과 보통사람들의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하였다. 런던의 의사들은 존 웨슬리의 의학을 비난하고 그를 돌팔이 의사라고 공격하였지만, 오히려 그의 책이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이 팔리는 결과를 낳았다. 의사들의 비난이 나오자 책 주문량이 쇄도하여 미처 출판을 못해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이 책은 병의 치료만 아니라 건강예방과 관리와 증진에 대한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는데, 즉 운동요법, 다양한 식이요법, 절제요법, 청결요법, 휴식과 수면요법, 냉온탕 목욕요법 등 실로 다양하고도 기기묘묘한 치료와 건강증진 요법을 소개하고 있다.

존 웨슬리는 실제로 브리스톨과 런던에 약초를 재배하였는데, 아직도 브리스톨의 그의 약초밭에 각종 약초들이 자라고 있다. 그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서 환자의 병을 오래 끌고 치료비를 터무니없이 요구하여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당시의 악덕 의사들을 비난하고 신의 심판을 경고하였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연구하여 각종 신경성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전기 치료기계를 발명하여 신경성 질환, 위장병, 신경통, 불면증, 우울증, 두통 등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 사용하였고, 많은 효과를 보았다. 그는 아마추어 의사로서 기도와 의학을 동시에 사용한 능력 있는 치유목회자요 보건교육목회자였다. (위책, pp.63-65)

존 웨슬리는 당시 극도로 가난한 사람들과 불치병 환자들과 신체장애자들과 정신질환자들과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구빈원(Poor House)에 자주 방문하였다. 구빈원이란 심한 장애자들과 병든 사람들과 정신병자들과 노숙자들이 격리되어 살다가 죽는 곳인데, 이런 곳에는 아무도 가지 않았으며, 당시의 영국 고교회와 칼빈주의자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을 마치 저주받은 사람들로 여기고, 먹을 것이나 의복 정도만 보내 주었다. 그러나 존 웨슬리와 메도디스트들의 방법은 달랐다. 그의 방법은 물질만 주는 것이 아니었다. 존 웨슬리는 그들을 직접 방문하여 인격적으로 만나고 영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존 웨슬리에게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제품을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의 마음과 생활 자체를 개혁하여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신분을 되찾고 그 축복을 누리게 하는 것이었다. 존 웨슬리는 사랑의 복음을 전하고 복음의 사랑을 실천하는 사도였다. (위책, pp.50-51)

열성적인 복음전도사로서 일생 동안 존 웨슬리가 한 일을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것들은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복음전도 운동, 사회의 생활방식과 도덕을 개혁하는 성결운동,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박애운동이었다. 사실상 존 웨슬리는 이 세 가지 일을 한 가지 일로 보고 동시에 함께 실행하였다. 존 웨슬리는 처음부터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사회사업을 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존 웨슬리가 기본적으로 성직자요 목회자요 복음전도자였지 사회사업가나 정치가, 사회혁명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복음전도활동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발견하는 대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구체적으로 펼쳐나갔다. 그가 한 일은 수없이 많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서 무엇이든지 도왔다.

존 웨슬리는 옥스퍼드 시절부터 어린이들을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였다. 그리고 그의 어린이 사랑은 평생토록 이어져 메도디스트 역사에 많은 아름다운 열매를 남겼다. 존 웨슬리는 부흥운동 초기에 북부 광산 지대 뉴캐슬에 고아원을 세워 버려진 고아들과 광부들의 아이들을 돌보았다. 사실상 이 고아원은 고아원만이 아니라 예배당, 가난한 아이들의 학교, 병원, 약국, 가난한 사람들의 쉼터, 상담소, 직업 정보 센터, 신용조합, 급식소였다. 말하자면 종합적인 사회봉사센터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브리스톨에 세워진 최초의 예배당인 뉴룸(New Room)과 런던 최초의 예배당 파운더러(Foundery)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터 북부에서 메도디스트 교회는 ‘고아와 과부의 교회’라고 불리었다. 그 후 존 웨슬리의 고아사업은 메도디스트들에 의하여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한때는 영국의 고아들을 대부분 맡아 기르는 데까지 발전하였다. (위책, pp.54-57)

존 웨슬리의 복음운동은 인간 실존의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전인치유사역이었다. 존 웨슬리는 단순히 립서비스로 믿음만을 강조한 설교자가 아니었다. 행동으로 복음을 실천한 박애주의자였다. 감리교회는 교리와 신조로 시작된 교회가 아니고, 이처럼 당시 피폐된 영국사회를 살리기 위한 존 웨슬리의 뜨거운 복음실천운동으로 생겨났다.

선교현장에서, 단순히 메시지만 전하여서는 복음을 전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인식한 존 웨슬리 목사님은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예수님의 사랑의 정신으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였음을 보게 된다.
나 또한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전도의 도구로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전인치유 생명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하여 오랜 기간 동안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이는 예수 영성으로 이루어지는 마음과 정신과 몸을 치유하는 생명공동체이다. 이곳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영성요법과 면역요법 그리고 섭생요법이다.

나는 신학교 가기 전부터 뜻하지 않은 육신의 질병으로 많은 고생을 하여 목회를 하면서도 수년간 육신의 질병으로 고통당하고 있었는데, 위에 나열한 세 가지 요법을 통하여 모든 질병으로부터 해방되게 되었다. 하여 이제 남은 인생을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기간으로 정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하나님의 공동체로 초청하여 그들의 고단한 육신과 영혼을 캐어 하는데 전념하려고 선교사역을 준비 중에 있다. 그런데 마침 이 일이 우리 감리교회를 창시하신 존 웨슬리 목사님이 하셨던 선교사역과 일치하여 후배 목사로서 강한 자긍심과 동지의식을 갖는다.

내가 그동안 여러 차례 단기선교를 다니며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당하던 이들을 돌보던 필리핀 북부 산악지역 세르반테스 읍내에서, 내가 그곳에 와서 살면서 지속적으로 치유사역을 해 주길 원하여 지자체 의원들과 시장이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나에게 ‘결의서’를 보내 온 바 있다. 관할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매우 효율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하여 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선교사 인준심사 담당관들이 나의 치유선교사역을 잘 이해하지 못하셔서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선교적 열정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희생하여 결단하는 선교사 지망생들을 위하여 교단 법이 좀 탄력적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