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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코드와 한국 교회한기총의 다빈치코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은 코미디
류상태  |  shalom77@ch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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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년 04월 15일 (토) 00:00:00 [조회수 :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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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빈치코드>의 상영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편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 결국 지난 4월 7일, 이 영화의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정통기독교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한기총이 ‘이단사설’을 담고 있는 다빈치코드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무엇이 문제인가? 보수도 좋고 진보도 좋고 사회참여도 좋지만 결코 넘어서는 안되는 마지노선, 그것을 넘는 순간 여지없이 이단으로 정죄되는 이른바 보수 정통 기독교의 예수에 대한 교리는 다음과 같다.

“태초부터 계셨던 하나님의 본체시며 독생자인 예수는, 동정녀(처녀)를 통해 세상에 오셨고,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으며, 사흘 만에 부활하셨고, 승천하여 지금은 하느님 보좌 우편에 앉아계시며, 장차 다시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실 것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다빈치코드는 발칙하게도 한기총을 비롯한 이른바 보수정통교회가 2000년 동안 지켜온 기독교의 중심 교리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다빈치코드가 허구적이고 사악한 작품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그 위험천만한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으니, 교회를 지켜야 할 ‘그리스도의 영적 군사’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기총의 불편한 심기는 그들이 낸 발표문에 잘 드러난다. 한기총은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영화 <다빈치코드>에 의한 그리스도의 신성과 성경 진리에 대한 훼손과 모욕 그리고 이로 인하여 초래될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심각한 침해 및 교회의 선교와 전도를 방해하는 부정적 환경 조성에 한국교회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로 시작되는 발표문을 냈다.

이 발표문에는 “역사적 소재를 표면에 내세워 교묘한 소설적 허구 전환의 기만적 기법을 통해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에 대한 엄청난 오해와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갖게” 한다며, “허구를 역사로 착각하게끔 하여 일반인은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소설보다 더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영화는 “예수님의 신성과 십자가 죽음 그리고 부활에 기초한 기독교의 기본교리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그 줄거리는 교회가 살인을 불사하면서까지 예수님 후손의 생존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음모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이는 신약의 교회를 그 출발부터 비윤리적·비도덕적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으로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선입견을 확산시킬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한기총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다빈치코드가 근거가 빈약한 전설에 기반을 두고 허구적으로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에는 나도 이의가 없다. 혹자는 저자인 댄 브라운이 ‘소설이라는 허구적 장르’를 빌어 ‘사실로 확신하는 자신의 신념’을 세상에 전하는데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댄 브라운의 신념일 뿐이다. 나는 그의 신념의 자유는 존중하고 싶지만, 그의 견해에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독자들은 내가 “동의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고 말하는 점에 주목해 달라. 내가 댄의 주장을 ‘완전한 허구’로 단정짓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적은 확률이라도 그 가능성을 부정할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을 때는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한기총을 비롯한 기독교 보수정통주의자들이 확신하고 있는 동정녀 탄생이나 예수의 신성, 삼위일체설, 대속신앙과 부활, 재림 등에 대한 교리도, 개인이나 공동체의 신념으로는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지만, 그것을 마치 절대 객관의 진리인양 주장하며, 그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그 신념체계를 적용시키려는 것은, 타인의 신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다빈치코드가 제시하는 예수의 로맨스와 결혼, 후손의 존재 가능성을 전면 부정할 어떤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기독교 경전으로서의 성서는 그것을 부정하지만, 기독교의 성서는 특정 종교인의 신념을 담은 종교서적이지 보편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과학서적이 아니다. (기독교인이 이점을 혼동해서 일어나는 역사적 비극이 참으로 많았다.)

오늘날 현대신학은, 예수에 대한 어떤 전제도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적 예수가 존재했다는 가정까지 의심하는 학자들도 있다. 역사적 예수가 존재했다 하더라도 ‘개인이 아니라 다수’일 수 있으며, 그래서 ‘역사적 예수’라는 말보다 ‘역사적 예수들’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역사적 예수는 인물이 아니라 사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포스트 불트만 학파에 속하는 학자들에게서 이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학자들마저 비웃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다복음>이라는 위경이 새로 발견되었다 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유다복음 외에도 정경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복음서로 베드로복음, 도마복음, 마리아복음 등이 존재하며, 성경 66권 외에 수많은 외경과 위경들이 존재한다.

이런 얘기가 있다. “정통은 밥통이다.” ‘정통’이라는 말이 ‘올바른 이음’을 뜻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단어의 뜻이 아닌 역사적 현실을 보면, ‘정통’은 늘 ‘힘있는 자의 견해’였다.

지금 개신교에서 절대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성경 66권도, 수많은 경전들 중에서 ‘힘있는 자들의 선택’에 의해 채택된 것들이다. 그 선택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믿는 사람들의 신앙과 신학도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 선택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책의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비평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신앙이나 신학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보수 정통을 자랑하는 신앙인들 중에는, 성서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신들의 신념과는 다른 견해를 표출하는 기독교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과 신념이 다른 사람들을 ‘학문적으로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인격까지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독교의 정통 교리 역시 마찬가지다. 예수가 신이냐 아니냐의 논의도, 325년에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에 의해 소집된 니케아 회의에서, 예수의 신성을 주장한 아타나시우스파가 예수의 인성을 주장한 아리우스파를 제압했기 때문에 ‘예수는 하나님의 본체이며 제2의 인격’이라는 교리가 확립된 것이다.

‘성령의 역사’를 믿는 보수 정통 신앙인들은 “그 과정에 성령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선택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고 있지만, 그것 역시 ‘종교적 신념’이지, ‘객관적 사실’로 증명된 것이 아니다.

보수 정통을 자처하는 기독교인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기독교인들을 함부로 이단으로 정죄하고 비난하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 게다가 기독교 공동체 밖에까지 자신들의 견해를 적용시키려는 시도는 한마디로 코미디다.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예수에 대한 다빈치코드의 전제나 ‘정통’을 자처하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전제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빈치코드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교회 지도자들이, 그 영화가 기독교 공동체 신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적극적으로 교회 안에서 공동체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체계로는 긍정할 수 없다 하여, 모든 사람들의 볼 권리를 차단하겠다고 나서는 한기총의 행태는, 코미디 수준을 넘어 한국 주류 개신교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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