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설교 73호(20130303/홍인식목사/insikhong@hotmail.com)

제목 : 배고픈 사람들을 먹이시다
본문 : 마가 6;33~44/ 8:1~9
평행구절: 마태 14:13~21, 누가 9:10~17, 요한 6:1~14/마태 15:32〜39


본문의 배경

본문은 예수님이 배고픈 많은 군중들을 먹이신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오늘의 이적은 5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천명을 먹이신 사건(마태 14:13~21, 마가 6;33~44, 누가 9:10~17, 요한 6:1~14) 과 7개의 떡과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가지고 4천명을 먹이신 이적 시간과 연장선상에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기록이다. 두 이적이 서로 다른 이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나 한 가지 이적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기록이라고 보는 것이 대다수의 학자들의 견해이다.

두 사건은 큰 맥락에서 유사한 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두 사건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이라는 것은 매우 미미하다. 예를 들자면 예수가 먹이신 사람의 숫자와 물고기와 떡의 수자 그리고 남은 음식의 양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이적 이야기의 큰 흐름에서 살펴보았을 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전승과정에서 두 개의 이야기로 전해져 왔던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이적의 내용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많은 무리들이 주님을 따라 다니고 있다. 그들은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은 채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을 기다리며 그를 따라다니고 있다. 여러 날이 흘러 그들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 때 예수님께서 그들을 그냥 돌려보내시지 않고 음식을 먹게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자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말한다. “여기는 빈들인데 이 많은 무리를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무슨 수로 구하겠습니까?” 그러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묻는다. “너희에게 떡이 몇 개나 있느냐?” 제자들의 답변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너무나도 작아서 이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없습니다.” 예수는 그 작은 것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을 먹이는 이적을 발생케 한다. 배불리 먹을 것뿐만 아니라 그것은 남고도 넘쳐 났다.



이적의 의미와 해석

오늘 우리는 이 본문에서 늘 예수님의 이적 사건에 대하여만 관심을 집중 시켜 왔다. 우리는 방법론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어떻게 그 적은 것을 가지고 많은 사람을 먹일 수가 있었는가? 이렇게 예수님께서 적은 것을 가지고 많은 사람을 먹인 사건은 그것도 남게 되었다고 하는 이적이 우리의 관심을 끌어 왔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이적 기사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이적 기사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신적인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이적 기사는 주님의 신성을 말하는 것을 넘어서서 보다 또 다른 그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것은 예수님이 이 땅위에 선포하고 이루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삶의 모습과 관련이 있다. 오늘의 이적 기사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나라의 삶의 방식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의 관심을 하나님의 나라로 돌려보면서 예수님의 이적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특히 본 이적을 통하여 예수님이 우리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하나님나라의 삶의 스타일에 대하여 집중해보자. 그리고 그것이 오늘 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삶의 스타일 특별히, 경쟁에 기반하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신자유주의)의 삶의 스타일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덧붙여 생각해 볼 것은 오늘 우리들에게 왜 이런 이적이 발생하고 있지 않는 것일까라는 물음이다. 오늘의 본문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기로 하자.

예수님과 연민의 정, 그리고 기적

주님의 음식 이적이 일어나게 된 출발점은 어디 일까? 그것은 예수님의 군중들을 향한 연민의 정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본문의 기록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5천명 혹은 4 천명의 두 가지 이적 기록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군중들이 처해 있는 딱한 형편과 또 그것을 불쌍히 여기고 있는 예수의 마음이다. 긍휼과 자비와 그리고 연민의 마음이다. 그것은 군중들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고 동정하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은 신적인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배고픈 사람들을 먹인 이적은 신적(神的)이다. 그리고 그것은 신적인 능력인 동정과 자비 긍휼 그리고 연민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오늘의 이적을 통하여 예수님이 보여주고자 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연민의 정, 함께 고통을 나누며, 함께 사랑을 나누며,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신적인 능력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 우리 주위의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은 우리의 믿음의 깊이가 연관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오늘의 이적 사건 기록에서 예수의 “저 무리가 나와 함께 있은 지가 벌써 사흘이나 되었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가엾다. 그들을 굶주린 채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가다가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라는 말이 우리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야 한다. 오늘의 신자유주의 상황에서 경쟁에 지치고 낙오된 사람들을 향한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 라는 마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예수님은 연민의 눈으로 군중들을 바라보았다. 기적이 일어나게 된 출발점은 바로 예수님의 긍휼이 여기시는 눈과 마음이었다. 기적은 무엇인가? 인간을 이롭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이적은 무엇인가?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이루어내는 것이 기적이 아니다. 그러한 기적은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 큰 것을 바라게 되고 따라서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만족과 평화를 앗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기적은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허하게 만들어 간다. 그러나 진정한 기적은 긍휼과 자비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자비와 긍휼한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이적이야 말로 우리들을 구원하는 것이다.

제자들의 무감각

예수의 긍휼과 자비 그리고 연민의 마음과는 대조적으로 제자들은 군중들의 배고픔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이 배고프지 않기 때문에 별 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잔잔하게 그리고 아주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있다. 제자들의 발언을 살펴보자.

5천명의 이적

마 14:15 무리를 헤쳐 보내어, 제각기 먹을 것을 사먹게, 마을로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막 6:35 이 사람들을 헤쳐, 제각기 먹을 것을 사 먹게 보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막 6:37 "그러면 우리가 가서 빵 이백 데나리온 어치를 사다가 그들에게 먹이라는 말씀입니까?"
눅 9:12 . "무리를 헤쳐 보내어, 잠자리도 구하고 먹을 것도 구하게 하십시오.
요 6:7 빵 이백 데나리온 어치를 가지고서도 충분하지 못합니다."

4천명의 이적

마 15:33 이 많은 무리를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무슨 수로 구하겠습니까?"
막 8:4 무슨 수로, 이 모든 사람이 먹을 빵을 장만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발언에서 우리는 예수와 제자들의 마음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동정의 마음과 무감각의 마음이다. 나만 그렇지 않으면 그리고 자신에게만 손해나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무감각해 진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일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은 덤덤하게 지나가고 만다.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이 같은 이기적인 가치관을 중심으로 삶의 가치를 판단하는 사회에서는 결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 제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결코 이적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늘 우리의 교회와 사회는 능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를 통하여 이 사회가 변화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교회를 통하여 이 사회가 살아나는 기적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오늘 우리의 사회는 이적이 사라지고 이적을 경험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이적은 맥이 끊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왜 이적이 사라졌을까?
다른 사람을 향한 긍휼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무감각, 무관심 그리고 무감동이라는 3 무(無)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예수에게는 자비와 긍휼의 마음과 눈이 있었기에 군중들의 배고픔을 보게 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이적을 베풀 수 있었다. 오늘 우리에게 이 같은 예수의 마음이 있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이다.

내 놓음과 기적 그리고 하나님나라

예수는 곧 바로 군중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시는 일에 착수한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에 기대를 건다. ‘이제 놀라운 일이 발생할 것이다.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엄청난 일이 발생할 것이다.’라는 기대이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돌연히 예수는 제자들에 묻는다. “너희에게 떡이 몇 개나 있느냐?” 이 질문은 매우 당혹스러운 질문이다. 예수의 신성을 믿고 또 그 분이 무한한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질문은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왜 예수님은 그 분의 능력으로(돌을 떡으로 만들던지 아니면 다른 기적 같은 방법으로)그냥 군중들을 먹이시지 않고 제자들에게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능력자의 모습은 아니잖은가!

그렇다. 바로 여기에 예수의 방법이 있다. 그 분은 돌을 떡으로 만들라는 사탄의 유혹을 이기신 분이 아니었던가? 돌을 떡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을 배부르게 하는 것은 사탄의 방법이다. 하나님의 방법은 우리로 하여금 내가 가진 것을 내 놓게 함으로서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선한 행동을 통하여 하나님의 나라의 사역을 하고 계신다.

왜 오늘 우리 사회에서 예수님의 이적이 사라졌는가? 모두가 돌로 떡을 만드는 것이 믿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너희에게 떡이 몇 개나 있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아무도 선뜻 자기가 갖고 있는 떡을 내놓으려 하지 않기에 이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천 명 혹은 사천 명을 먹이시는 놀라운 음식 기적이 발생한 시점은 예수님의 요구에 어떤 이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혹은 떡 일곱 개와 몇 마리의 작은 물고기가 있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그것을 예수님에게로 가져왔을 때이다. 예수님은 그 작은 것을 가지고 크고 놀라운 일을 행하셨던 것이다. 그것이 기적이다.

예수님 손안에 들어가면 우리가 드린 그 작은 것들이 크고 놀라운 것으로 변한다. 그것이 예수님의 기적이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이적을 만들어 내시는 분이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에게 떡 몇 개가 있느냐?” 만일 우리가 그 대답에 적극적으로 답변하고 적은 것을 드리면 주님은 그것을 가지고 놀라운 기적을 일으킨다. 문제는 어느 누구가 먼저 예수님의 질문에 선뜻 답변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같은 예수의 요구에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 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고 그들이 살아가는 나라이다.

예수와 함께 이루는 하나님나라

오늘에도 하나님나라의 기적은 계속된다. 그러나 우리가 긍휼과 자비의 마음과 눈을 갖지 않으면 예수님의 기적은 반복되지 않는다. 우리의 이기적인 가치관을 넘어서서 “너희에게 떡 몇 개가 있느냐?”라는 예수님의 질문에 용감하게 답변하지 않는다면 기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 하나님의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오늘도 예수의 이적은 계속된다는 것을 믿어야 하고 또 그 기적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도록 우리의 몫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하여 하나님 나라의 기적을 일으키고 계신다. 예수님과 함께 기적을 일으키고 하나님나라를 이루어나가는 우리들이 되어야 한다. 음식 이적의 특징은 예수가 (적은 음식을 가지고 오는)도움과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참고 자료>

▲ 운보 김기창, 오병이어의 기적

▲ 출처 : http://cafe480.daum.net/_c21_/bbs_search_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