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도시를 떠나 먼 곳으로 가기 위해서 몇 시간을 달리다 보면 시골인데도 실내 수영장까지 갖추어진 그림 같은 집을 보게 된다. 그럴 때 내가 일행에게 “저 집을 무료로 빌려 줄 터이니 와서 살라고 한다면 살 수 있을까? “ 하는 질문을 해 본다. 대게의 경우 답은 ‘살 수 없다.’이다. 이유는 여기는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민 1 세들은 의식주의 모든 것을 외국식으로 살아도 한국 사람을 만나고 한국말을 해야만 살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 이민 생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에서 1% 까지 다양하다. 한국 드라마 비디오만 보고 한국 사람만 만나고 한국말만 하며 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호주 사람들 사이에서만 살아서 한국 사람을 별로 만날 일이 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에게도 그에게서 한국이라는 요소를 완전히 빼놓을 수는 없다. 이민을 와서 완전히 호주 사람처럼 사는 것도 불안정하고 완전히 한국사람으로만 사는 것도 불안정하다. 어치피 완전히 외국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 한국과 호주 사이에서 적당히 균형을 잡아야만 이민 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있다.

우리 몸에는 담즙처럼 적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몸의 고장난 부분을 수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는 것에 비해서 한방에서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방식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

불균형 상태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 이것은 씨소우를 타는 것과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유치원이라는 곳은 부잣집 아이들만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 동네에 성당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 있었고 마당에는 씨소우가 있었다. 그것이 그렇게도 타고 싶어서 초등학교 4, 5 학년이 되었어도 수녀들 몰래 들어가서 씨소우를 타고는 했었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정확한 계측이 필수적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양 쪽이 정확하게 똑 같아 균형이 맞는 상황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양 쪽의 무게가 50대 50으로 똑 같으면 씨소우가 아니라 저울로 쓰이는 천정이다. 씨소우는 불균형 상태여야만 작동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 쪽이 무겁고 한 쪽이 가벼운 상태의 불균형으로 고정되어 있다면 씨소우가 아니다. 불균형 상태에서 발을 구르는 반동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수 있어야 씨소우이다.

나는 예수가 가르친 것이 삶에서 균형을 잡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영원과 순간의 균형, 영혼과 육체의 균형, 이상과 현실의 균형,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균형, 예수는 이런 것들을 보여주었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비중을 차지할 수 없지만 한 쪽이 없이는 균형을 맞출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기독교는 균형을 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한 쪽으로 완벽하게 기울진체 고정되어 씨소우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바닥에 닿아 있는 다수 쪽이 땅바닥에서 발을 굴러야 씨소우가 다시 올라갈 터인데 “여기가 좋사오니.. ” 하고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기독교의 신앙의 한계가 자기 자신에게만 머물게 되고 인류, 자연, 역사의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지 못하는 원인이다.

유치한 단계인 '예수를 영접하는 것', '천국을 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인류와 자연과 역사에 닥친 위기가 보일 리가 없는 것이고 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상과 함께 아파하고 실천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확한 판단도 없고 직면한 세계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인식도 없이 교회 안에서 열심히 입으로만 '간절한' 기도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편의점보다도 더 편의주의적이고 유치원보다도 더 유아론적이다.

▲ sees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