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뉴스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며 2013년 1월 선교보고를 올립니다.

1. 필리핀 세르반테스를 소개합니다.

저의 선교지역은 세르반테스입니다. 이곳은 필리핀 루손 섬 북부에 위치한 곳으로 마닐라에서 버스로 바기오를 경유하여 약 1박 2일을 가야하는 먼 산악지역의 한 가운데 위치한 조그만 분지속의 시골 읍내입니다. 필리핀은 어느 오지를 가든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출산율이 높아서 인구가 많습니다. 하여 세르반테스 읍이 우리가 보면 조그만 시골로 느껴지지만 근처 산악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큰 도시로 여기는 곳입니다. 매주 목요일 장날엔 인근 산악지역의 사람들이 내려와 장을 보느라고 조그만 읍내가 하루 전부터 붐빕니다.

세르반테스에는 무니씨팔리티라는 읍청이 있고, 그곳을 치리하는 메이어(읍장)가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읍장도 메이어라 부르고 시장도 메이어라 불러 보통 우리 개념으로 그냥 시장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읍에는 시장과 부시장 그리고 시의원 10명이 있으며 의회 서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읍 산하에 바랑가이라는 우리나라의 동이나 리 정도 되는 행정구역이 8개가 있습니다. 각 바랑가이에는 동장에 해당하는 바랑가이 캡틴과 서기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해서 또 다시 바랑가이 의원들과 보건담당 직원과 유아담당 선생들이 있습니다.

필리핀은 우리보다 경제가 좀 어렵긴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의회중심의 민주화가 확립된 나라입니다. 시장이나 읍장이나 바랑가이 캡틴들의 복장이 티셔츠 차림으로 보통 동네 아저씨처럼 차리고 다니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분명한 권위와 룰이 있습니다. 시장은 공무원들이나 주민들과 서로 친구처럼 농담하고 지내는 사이이지만 행정적인 절차에서는 분명한 선이 있습니다. 시장은 시정에 있어서 절대 권력자이며 관계 공무원들이나 바랑가이 캡틴은 시장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관계입니다. 사실상 시의회도 시장의 권력 아래서 시장의 행정을 돕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경찰관들도 자기들 상급기관과 발령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 관할구역에서 근무하는 한 시장의 결재를 받아 움직이고 물론 보건소 담당의사도 시장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조그만 산속 분지에서 시장의 권한은 왕과 같은 막강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민선에 의해 당선되었으므로 항상 주민들과 가까이 하려고 합니다. 이런 권력자의 도움을 받아 선교사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하나님의 큰 은혜입니다. 시장은 거만하게 생겼지만, 마침 개신교회 성도라 가는 곳마다 나에게 축복기도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어떤 날은 나를 혼자 불러 바비큐 파티를 하기도 하는 걸로 봐서 나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아주 거만해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인간적으로 좀 친해보고 싶은 사람입니다.

2. 사역지의 이모저모

아직 정식으로 선교사 파송을 받지 않았지만, 선교지 나가기 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아 금번 1월에 다시 선교지를 방문하였습니다. 바기오에 선교베이스캠프도 마련해야 하고, 세르반테스에 봉사처 겸 베이스캠프도 마련해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 캠프마다 내가 숙식할 수 있는 가구와 주방시설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 깊은 산악지역에 위치한 선교지를 미리 방문해 봐야 하는 분주한 일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기도와 협력이 하나님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가 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들이 잘 풀려가고 있습니다. 바기오의 건물렌트비가 한국 중소도시 못지않게 비싸서 걱정하였는데, 바기오에서 조그만 학원을 운영하는 전선생의 협력으로 싸게 건물을 렌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르반테스에서도 시장과 시의원들의 협력으로 보건소 건물을 봉사처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보건소에서 새로 지은 분만대기실을 나의 숙소로 임시 사용하였습니다. 내가 그곳에 지속적으로 상주할 경우 앞으로 아마 시장이나 시의원들이 내가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빌려 주게 될 것도 같습니다. 지금 그들이 빈 집을 물색 중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필요합니다.

3. 선교사역

1월 12일부터 말일까지 세르반테스 보건소 2층에 마련된 봉사실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보건소 간호사들의 협력으로 약 200여명의 환자를 돌보고 격려하였습니다. 그들이 미약하나마 목사의 손길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보람 있었던 일은 딱파오 마을을 방문한 일입니다.

딱파오 마을은 세르반테스에서 다시 1시간 정도를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높고 깊은 산속 하늘마을입니다. 세르반테스 주변의 산악지역엔 반정부군들이 숨어 사는 곳입니다. 반정부군들은 외국인과 선교사들을 싫어한답니다. 외국인과 선교사들이 정부와 손을 잡고 일 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납치하고 몸값을 요구한답니다. 산속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매우 온순하고 착하지만 그들 중에는 반정부군과 친한 사람들도 있어 외국인들이 마을에 갈 경우 반정부군들에게 쉽게 알려지게 된답니다.

내가 딱파오 마을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보고 받은 시장이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이유는 시에서 나를 보호할 책임이 있고, 내가 납치될 경우 시에서 내 몸값을 치를 만한 예산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이 묘안을 냈습니다. 내가 그곳에 가는 김에 그 지역 세션(회의)을 소집하여 시장과 관계 공무원 그리고 무장 경찰관들이 함께 가기로 하였습니다. 보건소 소장인 담당의사와 간호사들도 물론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딱파오를 가던 날(1월 23일 수요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갔습니다. 전날 이미 선발대로 간호사 열 명이 먼저 가서 그 마을 바랑가이 홀에서 잠을 자며 의료사역을 준비하였습니다. 닥터 가우덴쇼우씨가 나와 자기는 시장 차로 갈 것이라고 미리 알려 주었지만 난 덤프트럭을 타고 공무원들과 함께 가고 싶어 시장이 나오기 전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덤프 트럭에 몸을 실었습니다. 청소차로 사용하는 덤프트럭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사람들이 차곡차곡 앉습니다. 밧줄을 앞에서 뒤로 하나 매 놓아 손잡이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차에 올라 타, 꼬불꼬불한 험한 산길을 달리는 덤프트럭 위에서, 한 손으로 밧줄을 잡고 한 손으론 스쳐 지나가는 산악지역의 비경을 핸드폰으로 촬영하느라 몇 번이나 밧줄에서 손을 놓칠 뻔하는 아슬아슬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많은 사람을 태우고 힘겹게 산길을 오르는 우리 덤프차를 앞질러 먼저 앞질러간 시장 차와 경찰관 차들이 산 중턱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가 마을 사람들이 가져온 차를 대접합니다. 시장이 유기농 생강차라고 나에게 한 잔 권하며 덤프트럭을 타고 오면서 멋진 경험’을 하였느냐며 기분 좋은 아침인사를 합니다.

딱파오 주민들이 새벽부터 나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유사역을 하는 동안 경찰관들이 안과 밖에서 경호근무를 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