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공할 위력을 선보이며 전쟁의 종말을 고하도록 강제력을 행사했다. 단순하게 핵폭탄이라는 단어는 그 성능을 개량하고 파괴력을 강화하면서 우라늄탄, 우라늄농축탄, 수소폭탄 등 다양한 종류로 분화하였다. 피폭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초토화가 되었으며 피폭 이후의 방사능 오염 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핵폭탄 뿐만 아니라 핵발전소에서의 방사능 유출 또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 등은 핵폭탄 피폭이나 다름없는 심각한 인류적 위기임을 인식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런 인류의 공통적인 공포와는 별도로 국가적인 안전을 위하여 핵보유를 갈망하는 사례도 많다. 핵무기가 가공할 위력이 있다는 말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그만한 군사력과 물리력을 보유한다는 의미이다. 미국이나 러시아(구 소련), 중국이 강대국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경제력 때문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와 상응하는 핵무기 보유 때문이라는 사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1세계 국가들과 더불어 인도, 파키스탄이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갖는 것은 핵무기 보유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핵무기는 국가들이 침을 흘리면서 보유하고 싶어 안달하는 아이템이며 보유와 동시에 감히 넘볼 수 없는 군사력과 국력을 갖게 해준다. 현재가지 약 열 개의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잇는 것으로 파악되며 몇 개의 핵강대국들이 보유한 핵무기는 지구를 수십 번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만한 양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더욱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나 핵무기가 폭발하기 전에 격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새로운 이슈가 되었다. 즉 핵무기 경쟁을 유발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류의 지성은 이런 위험을 간파하고 핵군축을 요구하였고 현재는 핵무기 수량 축소와 신흥 핵개발국 제한 등의 제재와 견제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국력과 무한경쟁을 행한 인간 혹은 국가의 이기심과 인류사회의 존속을 바라는 휴머니즘 사이의 갈등에서 승자가 되는 쪽이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나는 당연히 휴머니즘이 승리하는 미래를 갈망한다.

그러나 지금 지구가 직면한 핵공포를 축소 혹은 제한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은 조선이다. 조선은 핵무기를 갖기 위해 갖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인민들은 엄청난 생활고와 영양결핍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핵개발 및 핵운반기술에 대한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조선의 이런 노력은 매우 우려할만한 것이며 중단되어야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북핵사태는 진지하고 차분하게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재래식 무기를 통한 군사력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조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무장해제하고 투항하거나 각종 제재와 위협에 시달릴 것인가, 아니면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래식 무기를 확보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재리식 무기를 뒤어넘는 배대칭 무기, 즉 핵무기를 가질 것인가? 만약 한국이라면? 사실 더 이상 물을 필요도 효과도 없는 질문이다. 문제는 조선 같은 저개발 국가가 핵을 갖는 것과 동시에 저개발 국가가 핵무기에 집착할 수밖에 조건을 형성한 주변의 정세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조선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인류적인 가치 보존이라는 과제보다는 국가적 이기주의의 관점에서 매우 싫을 것이다. 지금 조선의 핵개발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강대국들이 보이는 태도가 마치 고등학생 깡패들의 세력다툼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 학교에서 주먹으로 세력을 독점하고 있는 일진 그룹이 있다고 치자. 그들은 탁월한 싸움실력으로 학교에서 공포의 주인공으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새롭게 세력을 확대하는 이진 그룹이 형성되었다. 이를 바라보는 일진의 입장은 어떨까? 우선 맘에 안 들 것이고 수년 동안 독점해왔던 세력을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을 것이다. 물론 맞짱을 뜬다면 당연히 일진이 이기겠지만 일진이 받게 될 피해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승자독식의 싸움에서 죽기살기로 싸우는 길 외에는 딱히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진은 이진의 성장을 겉으로는 애써 외면하거나 실력을 축소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웃어넘기거나 까불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진의 세력을 비하하는 여론을 형성하려 들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신문을 보니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서울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조직폭력집단의 새로운 보스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파 조직원들에게 납치되어 폭행을 당하다가 간신히 탈출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폭력이라는 것은 어지 될지 모른다. 일진이 항상 이진에게 이기라는 법은 없고 보스가 두들겨 맞지 말라는 법은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주먹을 교환해봐야 우열이 가려지는 법이지 않은가! 그러나 뚜껑을 열고 주먹을 교환해보면 이미 늦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미국의 우방들이라는 국가들이 조선의 핵실험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여론을 호도하거나 축소하는 시도들이 이와 비슷하다. 핵보유국가들은 다 한 통속이거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룹이었는데 이번에 핵을 갖게 된 조선은 적대국가로 분류한 국가이다. 한마디로 이진그룹의 성장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핵실험의 폭발력이 대단하지 않다, 히로시마 핵폭탄의 1/3~4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이다, 초보적 기술로 보인다, 로켓발사 실험 역시 초보적인 단계에 지나지 않으며 정상궤도에 진입하지도 않은 것 같다 등등의 말로 진실을 축소하려고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진실에 대한 도전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방식은 직접적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국민, 인민 당사자들에게 진실을 왜곡하고 정작 스스로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북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안이 채택되자 조선은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고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이며 굳이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다면 전세계의 비핵화라는 문제로 대응하겠다’는 논리에 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도 마땅히 대꾸할 말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는 이미 세상을 몇십 번 깨부술만한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새로 갖고자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온갖 모멸스러운 단어를 붙여가면서 전세계적 위협으로 몰아가는 것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사람들은 아마도 이념이라는 우상에 갇혀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는 이들 뿐일 것이다. 정말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지 않은가!

아무튼! 일진과 이진이 아름다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꼭 죽기살기로 한판 벌여야만 하는 걸까? 승자독식이라는 파괴적 논리를 인류가 계속 유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반대여론을 형성하고 같은 패끼리 똘똘 뭉쳐서 이진 그룹을 압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압박과 비난이 포기의 길로 인도할지 아니면 더욱 악에 받치게 할 것인지는 진지하게 고려가 되어야 한다. 미국 중심의 대북정책을 고스란히 차용한 이명박식 대북정책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전혀 유효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하게 검증이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1세계가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봉쇄로 맞섰지만 조선은 여전히 건재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3대 세습이라는 전대미문의 길을 가는 독특한 존재들인데 핵실험 한 번 할 때마다 전혀 새롭지도 않은 제재수단들을 내놓는 것이 무슨 영향이 있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이명박을 위시한 세력들의 한결같은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불행하게도 최근에는 얼마나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이 그 땅에 묻혀 있는지에 대한 조사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지하자원만 팔아먹고 살아도 수십 년은 거뜬하다고 한다. 판매 대상을 제재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접경국인 중국이 값싸고 질 좋은 조선의 지하자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조선을 통과하여 한국에 도달하는 천연가스관 건설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깽패들에게 아름답다는 형용사는 아깝지만 그래도 일진과 이진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은 서로의 요구를 절충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타협하는 것이다. 이미 조선은 수도 없이 미국 측을 접촉하면서 핵개발을 담보로 하여 체제 보장하고 정전체제를 종전체제로 바꾸며 평화적인 외교관계를 수립하자고 애절하게 지속적으로 요청하였다. 자신들은 미국의 전쟁위협에 노출돼 있으니 미국이 불가침 선언을 하고 평화로운 국교관계를 수립한다면 굳이 핵무기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핵이 문제라면, 그리고 조선이 핵을 포기하겠다면 미국이 조선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 전쟁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평화를 요구하는 것인데 왜 거부하면서 힘의 논리, 깡패의 논리로 빠져드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은 더 이상의 대결정책으로 한반도를 어렵게 하지 말고 조선의 요구, 뭘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요구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조선의 핵개발에 분노하고 더욱 깊은 악감정을 형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를 자제하고 보다 상식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도 핵무장을 하거나 미국의 핵무기를 반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주한미국대사 성김이 밝힌 대로 매우 우려스러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정몽준 의원이 북핵사태에 대해 ‘이웃집에 사는 깡패가 총을 들고 설치면서 우리 집을 위협하는데 우리는 겨우 돌멩이 들고 대응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핵무장을 주장했다는데 우선 깡패를 몽둥이로만 맞서겠다는 발상도 유치하지만 이웃을 깡패로 전제하는 발상도 기가 막히다. 이웃을 깡패로 전제한다면 무슨 해결책이 있겠는가? 같이 살 수가 없는 것이다. 핵무기에 핵무기로 대응하는 조선의 태도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면서 성토하며 똑같은 논리로 핵무장을 주장한다는 것은 결국 모두가 다 같이 죽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신빙성은 낮겠지만 조선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핵무기 개발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한국이 이에 대해 거품을 무는 것은 똑같은 적으로 인정해달라는 코미디가 될 수밖에 없다. 조선이 가진 정치적인 의도를 계산하고 북-미 간의 다툼 간에 한국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사실 한국이 틈새를 파고들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전적으로 한반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문제이고 한국과 조선의 문제이며 한국 국민과 조선 인민들 당사자들의 문제이다. 핵이 한반도 안에서 터지건 미국 본토에서 터지든 한반도는 후폭풍에 휘말려들지 않을 방도가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 자신의 문제를 외부의 조건에 맡겨두어야 하나?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북핵문제를 우리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해법들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조선이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갖고 미국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제재 해달라고 읍소할 것이 아니라 제재를 하되 합리적이고 해결가능한 방안들을 만들어 그것을 제시하는 투-트랙 외교를 펼쳐야 하지 않겠는가! 대표적인 것이 인도적 지원문제이다. 인조적 지원이 원활하게 진행되었다면 남과 북의 대화채널은 다양한 형태로 살아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한 족만 택하였기 때문에 대화의 통로는 완전히 막혀버렸다.
이니셔티브는 한국과 조선이 쥐어야 한다. 조선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을 상대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상하리만치 이 문제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 원인은 일차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외교력 부재에서 찾아야 할 것이지만 그동안 자주적으로 이 문제를 틀어쥐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역사에서 반성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조선은 정전협정이 북-미 간에 체결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풀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있다. 이 말은 맞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변수 역시 존재한다. 그렇다면 조선이 요구하는 북-미 간의 종전협정 체결도 인정하면서 새로이 존재감을 형성한 한국 역시 다른 채널로 남북관게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종전협정 이후의 평화협정이다. 북-미 간의 평화협정과는 별도로 남-북 간의 평화협정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틀린 것이 아니다. 이런 시도들이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이니셔티브를 확보하는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다음 주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박근혜 정부도 남북문제가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더 나아가 아시아와 북미 간의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이해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조선의 핵실험이 핵협상력을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그것은 명백한 오판이다. 나는 궁금한 것이 정치적인 나레이션인지 아니면 진지하고 솔직한 판단에서 나온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나레이션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지한 판단이었다면 매우 심각한 오판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하다. 지금 인터넷을 열고 전세계의 신문과 방송을 잠시만 검색해 보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조선의 핵실험과 그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연일 그 문제로 떠들어대고 있는데 어떻게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는가! 오히려 더 가치가 높아지고 협상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조선의 의도이다. 정확한 분석에서 정확한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한 마디로 신뢰프로세스에 담겨 있다. 조선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하겠다,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말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조선이 먼저 신뢰를 보여줘야 할 것이고 천안함 등의 사건에 대해서 먼저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점에서 과연 앞뒤가 맞는 말인지 의아하다. 그러나 신뢰는 양자 간의 문제이다. 조선의 신뢰를 요구한다면 당연히 한국의 신뢰도 상대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미국은 엄청난 핵을 보유한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이 한국에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신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핵을 가졌느냐 갖지 않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핵을 보유한 대상과 한국의 관계의 문제이다. 조선이 미국보다 더 많은 핵을 생산하고 보유했다고 가정해도 만약 남북이 신뢰의 관계를 형성한다면 핵이 문제가 될 일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의 신뢰를 쌓고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풀고자 하는 전향적인 정책을 펴면 한국민이 갖는 공포감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말하면 나는 핵무기를 반대하고 조선의 핵보유도 반대한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를 도덕적인 잣대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생존이 가능한 상황에서나 도덕을 논할 수 있다. 그런데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스스로의 지위를 규정한 조선이 도덕적 잣대로 핵문제를 생각할 리는 없다. 핵이 유일한 생존의 도구라고 믿는다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진리이고 도덕일 수밖에 없다. 며칠 전 국회에서는 조선의 핵실험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보당은 이 표결에 전원 불참하였다고 하고 이에 대해 수구주의자들은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고 나섰다. 도덕적으로 본다면 그들의 비난은 정당하다. 그러나 과연 조선의 현재 상황이나 핵무기의 공포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한반도가 도덕이라는 잣대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도덕적 선택이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차선책이 제안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도덕적이라면 왜 미국을 위시한 핵강대국의 핵보유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으며 왜 최강그룹이 한 국가에게 가한 지속적이며 무자비한 봉쇄정책에는 모른 척 하는가? 만약 세계의 핵무장 국가들을 비난하면서 비핵화를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한다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동의할지 궁금하다. 진보당을 제외한 모든 당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지는 않을까?

지금의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동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의 신냉전체제의 재구성이다. 물론 조선의 핵이 빌미가 되기는 하였지만 지금 중-일, 미-중 간의 힘의 대결국민이 심각하다. 이 싸움의 당사자는 미-중이다. 여기에 한국과 조선, 일본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은밀한 강대국들의 알력다툼에 한반도가, 한국과 조선이 대리자로 선정되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가 매우 걱정스럽다. 마치 폭력조직이 한 판 붙기 전에 각 조직의 똘마니 둘이 나와서 일대일 맞짱을 먼저 뜨게 한 후에 전체가 싸움판을 벌이는 영화 같은 구도가 눈에 떠오른다. 왜 한민족이 대리전을 뛰어야 하는 주변인이 되어야 하고 왜 한반도가 피튀기는 싸움의 공간, 링이 되어야 하는지 그 어느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은 채 그저 한 판 붙어야 하지 않겠냐는 허튼 소리만 생산해내고 있다. 우리 민족의 생명은 그 어느 누구도 담보해 주지 않는다. 결국은 우리 자신이 우리 자신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대화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북핵이라는 부도덕한 상황에서 대화의 시도는 도덕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

글이 내가 생각해도 과하게 길어졌다(여기가지 읽어 내려오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이렇게 긴 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보니... 그동안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글을 써내려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나보다.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실 상이할 것이다. 북핵을 여러 가지 이유로 찬성하는 시각도 있을 것이고 반대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한 지인은 ‘상황이 어떻든지 우리 민족은 정말 대단하다. 전쟁 후에 이렇게 세계 10위 권에 들만큼 경제를 발전시켜낸 한국이나 전격적인 봉쇄정책에도 꿋굿이 살아서 스스로 로켓, 인공위성을 쏴올리고 핵폭탄도 만들어 내는 북한이나! 우리 민족이 정말 똑똑하고 대단한 것은 분명한데, 이번 북핵사태를 보면서 대단하고 장한 우리 민족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떻게 한 명도 없는지, 아쉽다’고 했다. 핵무기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민족의 반쪽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것에 대해서는 축하하고 칭찬해도 좋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돼서 그렇지 우리 민족이 대단한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한 경제신문이 남북의 통일을 가정하여 국력을 예측한 기사를 냈다는 말을 저명한 경제학자에게 들었다. 그 기사에는 남과 북이 통일되면 통일 이후 20년(연수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이면 G2 국가를 제외하고는 그 어느 나라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을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단다. 그 말은 세계 3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가진 잠재력과 능력이 중요하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선이 국제적인 우려 속에서도 핵실험을 강행하는 이유가 ‘나 좀 말려줘’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어떻게 말려주냐고? 그야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지 무슨 말이 필요한가. 부디 한국이 북핵사태에 대해 감정적으로 열이 올라서 성토하다가 결국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기고 타인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고 자주적으로 이 문제를 직시하게 되기를 바란다. 특히 박근혜 당선자가 꾸리게 될 정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