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전에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WCC 한국준비위원회 회의모습, 좌측부터 이정익목사, 박종화목사, 김삼환 목사(대표대회장), 김근상 주교(NCCK 회장), 이영훈 목사, 조성기 목사, 장상 목사, 김종훈 목사, 나홍균 목사

세계교회협의회(WCC) 한국준비위원회(준비위)는 13일 오전 국민일보 빌딩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공동 선언문 논란’등으로 개신교계 에큐메니컬 진영으로부터 독선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조직의 개편과 준비위원장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김삼환 목사 문제 등을 논의했다.

조성기, 송인웅, 장상, 김종훈, 나홍균, 이정익, 박종화, 김삼환, 김근상(주교), 그리고 이영훈 목사(테이블 좌석순)를 포함한 10명의 상임위원들이 모여 진행된 오늘 회의에서는 WCC 준비위원회 조직개편과 공동선언문사태로 촉발된 김삼환 준비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1시간여의 회의를 마친 후 기자 회견 형식으로 진행된 브리핑에는 김근상 주교, 박종화 목사, 김종훈 목사가 참석했다.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은 “김삼환 상임위원장이 공동선언 발표와 그 후의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한국교회 전체를 위한 자신의 충정과는 사뭇 다르게 일이 진행된 것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삼환 목사가 표명한 유감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한 준비위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선언문을 파기한다는 입장과 함께 집행위원장직 사퇴의사를 밝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의 사퇴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WCC 준비위원회 조직의 쇄신 방안도 마련됐다. 발표에 의하면 김근상 NCCK 회장과 장상목사가 준비위 상임 부대표 대회장을, 박종화 목사와 장종현 목사가 WCC 부산총회 대회장(가칭)을 맡아, 실무적인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한국 교회 조직을 담당할 준비위원장(가칭)에는 이영훈 목사와 김종훈 전 감독이 선임됐다. 또한 현재 13명인 상임위원회 위원을 30명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도 마련됐다.

공동선언문과 관련, 상임위는 한국 준비위가 결의해 공식적으로 채택한 문서가 아니므로 폐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종화 목사는 “이것이 WCC 방식이다. 모든 제안이 가능하나, 제안된 모든 안건이 결의되는 것은 아닌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삼환 대표회장의 공동선언문 서명을 WCC 준비위원회에 전달된 하나의 의견으로 본다는 것.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조직의 내부 논리가 그렇다 하더라도, 외부의 조직과 어떤 협약을 맺을 때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대표회장이 직접 서명한 문서를 서명 상대방이 이 문서는 '공동선언문이 아니다'라고 인지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 여전히 진영논리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까닭이다.

한편, 전언에 의하면 실행위의 실제 분위기는 브리핑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는 것. 김삼환 목사는 이번 공동선언문 사태와 관련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다’며, ‘한국교회 전체에게 사과를 드리며, 이 자리를 물러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감을 표명한 것이 아니라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 이에 대해, 함께 참석했던 위원들이 이를 적극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공동선언문합의로 촉발된 에큐메니컬 진영의 논란은 김영주 총무의 집행위원장 사퇴로 13일 열린 준비위원회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던 상황. 현재까지(13일 현재)  NCCK 화해통일위원회(위원장 조헌정목사), 기독교사회연대회의 등 21개의 에큐메니컬 단체가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김삼환 목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이 문제는 WCC준비와 관련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오늘 공식적으로 알려진 김삼환 대표 대회장의 ‘유감 표명’을 받아들이고, 확대 개편된 상임위원회에 참석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대표대회장 퇴진’이라는 입장을 고수할 것인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