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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석 장
사진1.-독서대
제가 애용하는 독서대입니다. 재작년 가을, A권사님이 산에 가서 참나무를 실어왔습니다. 곤파슨가 뭔가 하는 태풍이 넘어뜨리고 간 참나무들입니다. 경운기로 세 번을 싣고 왔습니다. 교육관 지하실 식당, 청소년부실의 난로에 불을 피우기 위한 땔감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장작을 만들기 위해 체인톱을 이용하여 40cm 정도의 길이로 토막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몇 나무들이 굵기도 하였거니와 일자로 쭉 뻗은 것이 그냥 장작불로 태워버리기에 아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트럭을 가지고 있는 B권사님과 함께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제재소까지 가서 두께 2cm의 판자를 만들어왔습니다. 큰 물탱크에 소금물을 채우고 거기에 석 달 동안 담가두었다가 이른 봄부터 6월까지 그늘에서 말렸습니다.
독서대, ‘게으른 사람을 위한 노트북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중 몇 개는 청년부가 주최한 바자회에 기증하였고, 십 수 개는 평소 가까운 친구들과 평소 은혜를 입은 분들에게 선물하였습니다. 투박한 물건이지만 재료는 우리 동네 산에 있던 순수국산 오크입니다.
그냥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팼으면 다 난로 속으로 들어가 재가 되었을 나무들이지만, 제가 조금 수고하였더니 독서대가 되고 노트북대가 되었습니다. 이 독서대에 책을 놓고 읽으면 왠지 책이 더 잘 읽혀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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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다목적테이블
토종닭백숙 식당을 하는 집사님에게 심방을 갔더니 마당에 포장목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유리공장에서, 유리를 수입할 때 포장하였던 나무들을 마땅히 처리할 곳이 없어, 토종닭을 고아 파는 집사님네 식당에 갖다 준 것입니다. 집사님네는 그 나무들을 대충 잘라서 나무보일러에도 집어넣고 토종닭을 삶는 가마솥 아궁이에도 집어넣고 있었습니다.
“잠깐, 집사님 저 나무 몇 개만 얻어갑시다.”
“목사님, 얼마든지 가져가셔유”
그렇게 해서 몇 개 가져왔습니다. 나사를 풀고 못을 뽑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윗 판은 가로 60cm, 세로 180cm이고, 다리겸용으로 만든 책꽂이는 높이가 70cm입니다. 양쪽 책꽂이에 윗판을 얹어놓기만 하고 못을 박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하기가 편합니다.
토종닭집 주인의 손에 잡힌 나무들은 다 아궁이에서 태워져서 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무로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목사의 손에 잡힌 나무들은, 조용히 앉아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손님이 오면 마주보고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럴듯한 테이블이 되어서 목양실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진3-강대상
24년 전, 화정교회에 부임하였을 때 사택 지하의 너 다섯 평 쯤 되는 자그마한 방에는 나왕나무를 켜서 만든 소박한 강대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원래는 강단 밑 정면에 놓고 성찬상, 또는 사회대로 쓰던 것이었다고 합니다. 앞면에는 십자가가 달려 있고, 밑에는 검은색으로 “1972년 0월 0일, 종교교회여선교회 증”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마 당시 화정교회 담임자였던 이현덕목사님이 종교교회 여선교회로부터 기증받은 것 같습니다.
지하실에는 습기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 강대상을 보니 다리 부분이 일부 썩기 시작하였고 윗판도 뒤틀어져 있었고, 수납을 위하여 만든 문도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2004년, 100주년 기념예배당을 짓기 위해 사택을 헐 때 이 강대상이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쓸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태워버려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왠지 그것을 버리거나 불태워버릴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강대상이 소중히 느껴졌습니다. 1972년이면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입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 강대상이 우리교회에 오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41년 전의 화정교회는 외진 농촌마을의 작은 교회였다는 것, 그리고 종로지방의 종교교회여선교회가 기증한 강대상이라는 것입니다.
강대상을 구입하여 농촌교회에 기증한 한 도시교회 여선교회의 헌신이 담긴 것이라 생각하니 헌신짝 버리듯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강대상은 예배시간에 잘 쓰임 받았던 물건 아닙니까?
어느 날, 교회를 이전하면서 예배당에 놓을 의자를 주문하러 가시는 이웃교회 목사님을 따라 성애성구사에 갔습니다. 승합차 뒤에 그 강대상을 싣고 말입니다. 어렵사리 성구사 사장이신 임선재장로님께 강대상을 보여주며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비록 넝마 같은 모양이지만 이 강대상을 수리하고 싶습니다. 그냥 버리자니 옛날, 작은 농촌교회에 강대상을 기증한 도시교회 여선교회의 정성을 없애버리는 것 같고, 한 때 화정교회에서 잘 쓰던 것인데...어떻게 리폼 좀 안 될까요?”
강대상을 보시는 장로님은 잠깐 난감해 하는 표정을 지으셨지만, 제 말을 다 듣고 나서는 “대책이 안서는 것 같은 데, 제가 직원들과 상의해서 한 번 해 보겠습니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마음이 한 편으로는 찜찜하였습니다. 성구사 운영하시느라 바쁘시고 신경 쓰실 일도 많은 장로님에게 너무나 하찮은 일을 해 달라고 한 것 같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몇 달이 흘러, 임장로님으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목사님이 부탁하신 강대상 대충 수리했습니다. 내일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다음날, 교회에 도착한 강대상의 포장을 뜯으며 놀랐습니다. 한 마디로 Amazing!이었습니다. 본래의 나무를 살리면서, 없어진 문은 새로 만들어 끼운 강대상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강대상처럼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은 단순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강대상이지만, 우리 화정교회 역사의 한 부분을 두고두고 말해줄 유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냥 태워버린다 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강대상이었습니다. 성도들이 “왜 저걸 버리지 않느냐?”며 묻던 것이었습니다. 목공이 취미이긴 하지만, 제 실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낡은 강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허접한 것을 가지고 온 시골교회 목사의 마음을 헤아려 주신 임선재장로님의 손길로 인하여 그 강대상은 세상에 둘도 없는 멋진 강대상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스스로 만들었던 저의 숙제 중 하나를 멋지게 풀어주신 임장로님께 감사하며, 비용도 받지 않고 베푸신 봉사와 헌신 이상으로 하나님께서 좋은 것으로 채워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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