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설교(70호-20130210)/홍인식목사/insikhong@gmail.com)

제목 : 새 하늘 새 땅
본문: 요한계시록 21장 1절부터 7절까지


새해를 맞이하면서

▲ 출처 : http://cafe.naver.com/logo12

설날에 교우 여러분의 가정위에 많은 복이 임하기를 기원합니다. “복도 많이 받고 받은 복을 많이 나누시고 나아가서는 복을 많이 짓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많이 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 민족이 일 년에 두 번 새해를 지내면서 서로서로에게 복을 빌어주겠습니까? 이처럼 명절에 모여 우리들에게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 출처 : http://cafe.naver.com/childeduforum

설날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음식이 떡국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설날에 떡국을 먹을까요? 옛적부터 이 떡국을 먹는 이유는 “첫째, 설날은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날이고 청결하고 엄숙해야 하기 때문에, 맑은 물에 흰색떡을 넣어 끓여 먹었다고 합니다. 둘째, 희고 긴 가래떡처럼 순수하고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의미였으며, 셋째로는 시루에 찐 떡을 길게 뽑는 가래떡을 보면서 기쁨, 그리고 재산이 늘어나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번 설날 명절이 하얀 가래떡처럼 청결하고 순수하고 오래오래 그리고 기쁨과 행복이 늘어나기를 바라면서 또한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즐거운 날이 되고 오랜만에 가족끼리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화합하며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 그레고리안 달력 출처 : http://images.search.yahoo.com/images/view;_ylt

우리는 매년 양력으로 1월 1일을 한 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지킵니다. 그런데 사실은 1월 1일을 신년 첫 날이라고 정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습니다. 인류에게 양력이라는 달력을 사용하게 된 것은 1582년도에 교황 그레고리 8세가 소위 그레고리안 달력을 제정한 이후부터입니다. 그 이전까지 인류는 문화에 따라서 각각 다른 달력을 사용하여 오고 있었기에 따라서 일 년의 삶이 시작되는 시기도 각각 달랐습니다. 유대인들의 경우에도 그랬습니다. 유대인들은 신년은 서양 달력인 그레고리력으로 9월 말이나 10월 초 쯤에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날짜도 매년 달라집니다. 마치 우리의 음력과 같습니다.

새로운 한 해의 의미

▲ 유대인의 새해 첫날 출처 :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신년은 매우 독특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이날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날입니다. 회개하는 날입니다. 스스로를 살펴보면서 우선은 하나님과 그 다음으로는 사람과 화해하는 날입니다. 둘째는, 신년 첫 날은 하나님의 창조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날을 “욤 하라트 올람”이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세상의 생일”이라는 것입니다. 특별히 유대인들은 신년을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회개와 용서의 큰 절기로 지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로쉬 하시아나를 심판의 날이라고도 합니다. 유대인들은 신년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자신이 가족들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회개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을 수 있도록 기원을 합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 우리처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혹은 Happy New Year! 라고 인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새해 인사는 “당신의 이름이 하나님이 펼치신 생명책에 지워지지 않고 영원히 기록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유대인들이 새해를 지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됩니다. 어쩌면 이들이 올바르게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의 새해 명절 지키기를 생각하면서 오늘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이렇게 우리 민족의 명절 새해를 맞이하면서 오늘의 본문을 통하여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본문을 통하여 우리의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의 여정 속에서 하나님의 존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 새 예루살렘 출처 : http://images.search.yahoo.com/images/view;_ylt=A0PDoKuS7RBRvQcAftyJzbkF

새로운 창조의 하나님

새해를 주시는 하나님은 자신의 창조세계를 변화시키시고 새롭게 하시는 분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요한계시록 21장은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이 우리에게 새 하늘과 땅을 주시는 분이심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나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이전의 하늘과 이전의 땅이 사라지고 바다도 없어졌습니다.”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지난 것은 뒤로 두고 이제 새롭게 열리는 세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내 딛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을 새해를 시작하면서 그 날에 창조의 하나님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오늘도 귀한 민족의 명절인 설날을 지키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 설날을 통하여 다른 무엇보다도 창조의 하나님, 특별히 새로운 창조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전통적으로 신학은 하나님을 창조의 하나님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 미켈란젤로, 천지창조(부분), 1512년, 바티칸

하나님은 형상이 없으시지만 인간은 하나님을 보고 싶어 하고 표현하고 싶어 한다.
어쩔 수 없이 그 모양은 인간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다.
창조주 하나님은 모든 뜻과 힘을 한 곳에 집중한다.
그의 양 미간 사이는 두툼하게 부풀어 올랐고,
눈 위에는 시퍼런 혈관이 솟아올랐다.
하얀 머리, 흰 수염 휘날리며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마지막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다가오신다,
엄중한 사랑을 품고서!

그러나 그 뿐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계속적인 창조를 하시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creatio continuo(계속되는 창조)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옛 세계를 갱신하시고 새롭게 변화시켜서 점차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만들어 가시는 일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오늘 민족의 명절인 설날을 보내면서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창조의 하나님을 생각합니다. 옛 것은 뒤로 놔두시고 이제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열어 주시는 새로운 하늘과 새 땅을 기대하면서 살아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절망보다는 희망이 지배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암울한 삶이 계속되었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그 날에 “새로운 하늘과 새 땅”이 열릴 것을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낙담하지 맙시다. 희망을 버리지 맙시다. 오늘 설날을 허락하신 하나님은 창조의 하나님, 새로운 창조의 하나님 그리고 계속되는 창조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 분을 믿으면서 또 하나님이 만들어 가시는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를 확신하면서 기쁨으로 민족의 명절인 설날을 보내는 것입니다. 

▲ 오늘도 우리와 함께 일하시는 하나님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

요한계시록은 계속해서 새 하늘과 새 땅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 때에 나는 보좌에서 큰 음성이 울려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보아라. 하나님의 집이 사람들 가운데 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요.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시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을 것이다.”(3절, 4절)새 하늘과 새 땅을 우리에게 주시면서 우리로 하여금 희망을 가지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무책임하신 분이 아니십니다. 우리에게 지시만 해 놓고 그리고 이리저리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명령만 내리시고 ‘나 몰라라’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늘의 말씀은 새 하늘과 새 땅을 만드는 일을 우리에게만 맡기시지 않고 하나님이 친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시면서 함께 일하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사시는 하나님은 임마누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오늘 명절인 설날을 시작으로 또 다른 한 해의 삶을 시작하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의 정황이 아무리 힘들게 보일지라도 하나님이 우리와 친히 함께 하시면서 우리와 함께 일하신다고 한다면 그것이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명절을 통하여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내가 너희와 친히 함께 하겠고 너희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민족의 명절인 설날을 지내는 것이 우리에게 큰 즐거움과 기쁨이 되는 것은 오랜만의 가족들과의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는 아닙니다. 오늘 우리 믿는 이들에게 기쁨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또 다른 일 년을 살아가신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마음 든든히 명절을 지내면서 희망차게 우리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 출처 : http://blog.naver.com/guarneri

한 때 유럽에서 복지국가의 형성이 최대의 관심사가 되고 있었을 때 사용하던 말이 있습니다. 1942년 영국의 윈스턴 처칠(W. Churchill)이 경제학자 베버리지(W. Beveridge)로 하여금 발표하게 한 보고서에서 유래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져 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국가 함께 하면서 그와 함께 살아간다는 복지국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넘어서서 “요람 전부터 무덤 이후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명절 설날을 지내면서 우리의 인생 여정에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함으로서 우리의 명절 지킴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할례 받을 아이의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가 반갑게 인사 나누는 유대인들

▲ 시편 127편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