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독교 국가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 한국 사람들과 무슨 관계인가? 왜 그런 토론을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국 강단에서는 지금도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기 때문에 축복받은 나라가 되었다’라는 메시지가 가끔 전해지고 있다. 특별히 추수감사절 때는 더 그런 면이 강조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 기독교는 미국 교회로부터 선교를 받아 세워졌고, 또 미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까지 전 세계에, 그리고 한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가이므로,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미국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는 것은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세계를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고 하지 않는가? 미국 신학교에서는 (특히 미국 기독교사 클래스 등에서) ‘미국이 기독교 국가인가 아닌가’에 대한 토론같은것이 지금도 행해지는 주제중 하나이다.

지난번 제1차 ‘토론’글에서(당당뉴스, 1월 29 일자), 언급했던 ‘트리폴리 조약’에는 분명히 ‘미국 정부는 기독교라는 종교위에 세워지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있다고 했다. 이 구절은 ‘미국이 기독교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모든 논리에 어떤 ‘바이블’구절처럼 인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구절을 엄밀하게 따저보자.

‘미합중국 정부는, 어떤 의미에서도, 기독교라는 종교위에 세워지지 않았다.’ (As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s not, in any sense, founded on Christian religion, ........)


1. 미합중국 ‘연방정부’가 곧 ‘미국’인가?

여기서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미합중국 정부는…….’이라고 했지, ‘미국은…….’ 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합중국 정부’가 세워진 것과 ‘미국’이라는 신대륙의 새나라와 사회가 세워져 나간 것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합중국 정부는 1776 년 7월 4일, 13개의 식민지‘주’대표들이 필라델피아에 모여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후에,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도 승리하고, 그리고 새로 채택된 헌법에 의해, ‘연방정부’로서 세워진 것이다. 해서 ‘미 연방정부’는 ‘기독교’라는 종교위에 세워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신대륙, ‘America’라는 미국은 1607년, 최초로 버지니아 ‘제임스타운’(James Town)에 상륙한 ’영국교회(성공회) 교도들과, 1620년, 뉴잉글랜드에 정착촌을 세운 ‘필그림 파더즈’(청교도)들에 의해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와 사회는 유럽의 기독교 문화권에서 온 WASP(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라는 주류층에 의해 기독교 전통과 기독교 문화를 그 바탕에 깔면서 세워져 나간 것이다.

미국은 많은 국가들처럼 ‘왕’이 세운 나라도 아니고 ‘정부’가 먼저 들어서서, 위로부터 세워진 나라가 아니다.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들에 의해, 작은 공동체들이 시작되고, 아래로부터 ‘풀뿌리 민주주의’로 세워져 나간 나라이다.

‘뉴잉글랜드’에서 시작된 아메리카’의 경우를 보자. 처음 102명의 분리파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플리머쓰(Plymouth) 바닷가에 상륙했다. 그들은 개인집을 짓기 전에 먼저 예배 및 집회장소 건물(Common House)을 지었는데 여기서부터 신세계의 건국정신과 질서가 시작되었다. '악전고투‘의 고난 속에서도, 신대륙을 ‘새로운 가나안땅’이라 생각하고, 그 땅에 ‘새 예루살렘’을 건설하겠다는 ‘이상’의 작은 촛불이 여기서부터 불을 밝힌 것이다.

플리머쓰 공동체는, 그후 주위에 생긴 많은 식민지 공동체와 연합하여 하나의 ‘연방’ 형태로 발전하였는데, 그것이 ‘뉴잉글랜드연방’이다. 그리고 그런 지역 ‘연방’들이 또 연합되고 정리되어 미국전체에 13개의 식민지, 일종의‘국가’(State)들 형태가 형성되고, 그 13개 ‘주’들이 연합해서 마침내 미연방정부를 형성한 것이다.

1781년에 제정된 첫 번째 헌법이라고 할수 있는 ‘연합규약’에 의해 세워진 ‘13개주 연합’은 현재의 UN 비슷한 ‘연합체’형태였다. 그후 1788년에 공식 연방 헌법이 공포되고, 그헌법에 의해 그 이듬해에 워싱턴이 초대대통령에 취임함으로 ‘미합중국 정부’가 비로소 탄생한 것이다. 이런 일련의 미국 건국 과정을 보면서 결론은, 미국은 처음 유럽에서 온 크리스쳔들에 의해 시작이 되었고, 그들이 가지고 온 기독교 정신과 문화는 미국의 뿌리와 바탕이 되었다. 하지만 미 연방 정부는 ‘정교분리 원칙’에 의해 ‘기독교’라는 종교에 의해 세워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2. ‘미국’에 대한 오해

미국에 대해서, 세계에 대체로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그것은 아마 할리우드 영화의 영향이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본다. 카우보이, 술집, 무법자, 총잽이들만 판치는 사회인 것처럼 묘사되었다. (그렇지만 미서남부에 있었던 카우보이시대는 아주 짧은 기간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마을이 형성되면 교회가 세워지고 마을 사람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해서 생활해 나갔었다. 자연히 목사는 그 커뮤니티의 ‘지도자’였다. 그런 전통은 지금도 미국의 시골에 가면 일부 남아 있다.

필자가 어느 때, 여름휴가를 얻어 가족들과 함께, 차로 미국 일주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싸우쓰 캐롤라이나의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떠났다. 그런데 몇시간이 지난후, 휴게소가 있는 곳에 왔을때, 나의 딸이 핸드백을 그 점심 먹었던 식당에 두고 왔음을 발견했다. 이미 수백 마일을 달려왔으니 다시 되돌아가기도 난처했다. 핸드백 안에는 신분증, 크레딧카드, 얼마의 현금도 있었다. 전국 ‘디렉터리’(전화번호부)를 통해 그 식당의 전화번호를 간신히 찾아서 그곳에 전화를 했다. 그 식당의 주인은 아주 친절한 음성으로 “당신들이 잊어버리고 간 핸드백을 잘 보관하고 있으니 걱정말라. 주소를 알려주면 우편으로 보내주겠다”는것이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지 며칠후, 그 핸드백이 우편 소포로 무사히 돌아왔다. ‘백’ 안에 내용물도 그대로 있었다. 나는 미국에서 40년 가까이 살면서 이와 비슷한 일들을 몇 번 경험했었다. 이것을 그저 ‘좋은사람 만나서’, ‘운이 좋아서’ 우연히 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미국 사회에 저변에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적 가치와 도덕이 뿌리하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주일학교에서 정직을 배워왔기 때문에, 미국에는 정직한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고 믿는다.


3. 언어와 문화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 문화의 일부임과 동시에 언어 안에 그 나라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미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기독교적 문화의 투영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일것이다. 즉 미국인들의 언어생활에는 미국이 기독교 문화권의 한 부분임이 나타나있다.

작년에 로스에인젤러스의, 복잡하기로 유명한 ’405‘번 프리웨이가 공사로 교통지옥이 된적이 있었다. 이때 모든 언론매체들은 '카마겟돈“(’Carmageddon')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자동차(교통)의 ‘아마겟돈’전쟁이라는 표현이다. 미국인들 대부분이 성경에 나오는 ‘아마겟돈’을 알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쓴 것이다. 미국 국민 대부분이 ‘아마겟돈’을 모른다면 언론이 그런 표현을 하겠는가?

길에서 ‘홈리스’에게 돈을 주면 영락없이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소서’(God bless you!) 한다. 누가 재채기를 해도 ’Bless you!' 한다. 역시 하나님의 축복을 말한다. ‘Adam's apple' (아담의 사과: 남자의 목에 나온 부분), ’Good Samaritan'(선한 사마리아인, 스스로 선한일을 하는 사람), 바벨탑 등, 일일이 열거하려면 한없이 많다.

큰 회사나 거인과 붙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도 한다. 심지여 욕같은 저급한 용어에도, ‘하나님의 저주를 받아라’(God damn)(빌어먹을!), ‘Jesus Christ!’(제기랄)같은 예수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9,11 사건이 터젔을때, 나는, 미국은 여전히 기독교 신앙이 사회와 국민들 속에 살아 있음을 보았다. 그엄청난 재난과 국가의 위기에 직면하자 미국인들은 어떻게 반응했는가? 사람들은 다시 하나님을 찾았고, 교회와 성당에는 사람들의 기도하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고, '나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 찬송과, ‘하나님이여 미국을 축복하서소서’(God Bless America) 노래가 미대륙 전체에 울려퍼저나갔다. 이와같이 미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말하지 않고는 미국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 아니다.

5. 헌법, 미국 정부 등에서 볼수 있는 기독교적 가치와 전통

'건국의 아버지'들 중에, 또 헌법을 기초한 사람들 중에 전통적 기독교 신앙인이라고 볼수없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헌법 최초 기초자, 토마스 제퍼슨은 신약에서 ‘기적’같은 부분을 가위로 잘라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들도 역시 모두 기독교 문화권의 사람들이다. 독립선언서 및 미국 헌법은, 물론 그당시의 자연법, 계몽주의적 가치 등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 의해 작성이 되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유 평등, 인간의 가치 등 기본 기독교 정신이 들어 있다.

독립선언문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조물주’(Creator)로부터 어떤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고 한 그 ’조물주‘는 누누인가? 바로 성경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창조주 하나님‘인 것이다.

헌법에 나오는 ‘조물주’(Creator)도 ‘우주 혹은 자연의 법칙’으로 해석하려하지만, 인간과 우주를 창조한 바로 그 ‘창조주 하나님’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 단어자체가 성경에서 나온 단어가 아닌가?

위에 열거한 ‘예’ 같은 것을 들자면 한이 없다. 그래도 미국사회가 기독교적신앙과 문화는 관계가 없다고, 아니 기독교적 정신이나 가치의 영향 아래 세워진 나라가 아니라고 주장하는가?

미국 헌법 기초자들은, 물론 ‘정교분리’원칙을 분명히 했다. 헌법에서 어떤 종교도 국교로 ‘설립’(establishment)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유럽에서의 종교적 폐해를 역사적으로 체험했던 청교도들도 그들의 공동체 정치에서 ‘정교분리’원칙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

그런데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왜 지금까지 기독교를 대표하는 성직자 두 명이 연단에 나와 기도로 시작하고, 또 축도로 마치는가? (이번 오바마 제2기 취임식에서는 평신도가 기도를 했지만.) 또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하며, 그 선서는 "하나님이여 나를 도우소서’(So help me God)로 끝난다.

미국 국회, 상원과 하원에는 공식적으로, ‘의회 목사’ (Chaplain)제도가 있다. 의회는 ‘의회목사의 기도로 회의가 시작된다. 과거에는 사법부의 모든 ’선서‘에도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했었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바로 미국이란 나라와 사회가 기독교 신앙의 전통과 문화위에 세워져 있음을 웅변으로 말하고 있는것 아닌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유럽에서는 상상할수도 없었던 큰 두 가지 제도를 만들었는데, 하나는 왕정이 아니라 ‘대통령’제였고, 다른 하나는 ‘종교자유’였다. 이 종교자유의 기치아래, 기독교 신앙은 미국 역사를 꿰뚫으며, 국가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하나의 ‘기독교국가’(Christian commonwealth)로, ‘기독교 문명’(Christian civilization)으로 세우려고 하는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들이 계속되어 왔었다.

20세기에 와서, 이민법의 개정으로, 전세계 각국에 이민 문호가 개방되면서, 이민홍수와 함께 다양한 종교들이 들어와 미국은 ‘종교다양성’ 사회의 꽃이 활짝 피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에 의해, 공립학교에서의 기독교 ‘기도’가 사라지게 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현재 기독교의 영향력도 감소되어가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할리우드의 문화가 보여주고 있듯이, 오늘날 미국은 극단적 세속주의 사회이다.

특히 무신론자, ‘반(anti-)기독교’세력은 미국역사와 문화와 전통에 남아있는 기독교적 요소들을 모두 몰아내려고 한다. 'Merry Christmas'를 ‘Happy Holiday'로 바꾸고, 군목제도 철폐, 의회 목사제도 철폐, ’In God We Trust' 표어,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의 ’God' 등을 모두 철폐, 삭제하라고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역사를 ‘거꾸로’ 다시 써보려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미국의 역사와 사회에 기독교 정신과 문화, 전통, 가치가 ‘바탕’이 되어 있는 것을 부인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미국이란 ‘신대륙’ 사회는 기독교적 사상과 신앙과 문화와 가치, 전통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시작되고, 세워저온 나라이며, 현재까지도 세계의 모든 기독교 문화권 국가들 중에서, 크리스천 인구가 제일 많은, 그리고 세계 선교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임을(실제로, 그래서 빈라덴이 미국을 공격한것이다.)부인해서는 안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