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설교 (69호-2013년 2월호)/양미강목사/yangmk00@empas.com

제목 : 행복한 밥상
본문 : 고린도전서 11:27-34
27 그러므로 누구든지, 합당하지 않게 그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주님의 몸과 피를 범하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28 그러니 각 사람은 자기를 살피십시오. 그런 다음에 그 빵을 먹고, 그 잔을 마시십시오. 29 주님의 몸을 분별함이 없이 먹고 마시는 사람은, 자기에게 내릴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30 이 때문에 여러분 가운데는, 몸이 약한 사람과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이 많습니다. 31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살피면, 우리는 심판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32 그런데 우리가 주께로부터 심판을 받아서 징계를 받는 것은, 우리가 세상과 함께 정죄함을 받지 않게 하려고 하시는 것입니다. 33 그러므로 나의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먹으려고 모일 때에는, 서로 기다리십시오. 34 배가 고픈 사람은 집에서 먹도록 하십시오. 그것은, 여러분이 모이는 일로 심판받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입니다.

▲ 어느 교회의 주일 예배 후 밥상 공동체

 

공동체의 또 다른 말은 함께 밥을 먹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요건입니다. 밥 한 끼 먹지 못한 공동체는 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밥상공동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밥을 먹더라도 행복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행복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는 것은 그 사회가, 그 교회가, 그 가족이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행복한 밥상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행복한 밥상을 차릴 수 있는 겁니까? 오늘 생각할 주제는 공동체입니다. 이 주제를 택한 이유는 고린도교회가 당면한 시대적 상황과 그에 따른 과제가 오늘도 여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교회가 해결해야했던 정체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린도교회가 고민하고 있고, 바울은 이 걸림돌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실천하려고 했는가가 고린도전서에 잘 나와 있습니다. 행복한 밥상은 바로 고린도교회가 고민한 주제라는 점에서 개인적 의미보다는 좀 더 확대된 사회적 의미로서 행복한 밥상문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 용산참사 4주기 추모예배

1월 17일 2009년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용산참사 4주기 추모예배가 열렸습니다.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들이 적절한 보상비를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던 중, 1월 19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철거민 5명을 포함하여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재개발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문제가 되었습니다. 검찰은 사건 발생 3주 만에 철거민의 화염병 사용이 화재의 원인이었고, 경찰의 점거농성 해산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묻지 않고 철거민 대책위원장 등과 용역업체 직원 7명을 기소하였으나, 현재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 현장에는 아직까지 재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추모예배가 열린 목요일 저녁은 무척 추웠습니다. 6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그 현장은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승용차들의 헤드라이트를 형광등 삼아 추위에 떨며 예배드리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행복함, 뿌듯함이 묻어났습니다. 행복함이란 말이 추모예배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 즉 동원해서 앉아있는 예배와는 전혀 질적으로 다른 느낌으로 충만해 있었습니다. 예배 후에 이어지는 추모퍼포먼스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몇 교회의 교인들이 참여한 추모 퍼포먼스는 왜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죽어야했을까를 생각하고 그 시선들을 공유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몇 번의 연습을 거치면서 각자의 일상적 삶을 거울을 보면서 고백하는 퍼포먼스였습니다. 그 느낌을 설명한다면 나와 또 다른 나와의 연결이라고나 할까요? 용산참사 4주기라는 계기를 통해 내가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또는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그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추모예배라는 공간이 행복한 밥상이고, 나는 이 밥상을 만들고 함께 참여한다는 소박한 느낌이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행복한 밥상이야말로 건강한 공동체의 핵심입니다.

오늘 성서본문으로 들어갑니다. 고린도전서 11장 17-34절에서 바울은 고린도교회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해 말하면서 그 분쟁의 원인으로 고린도교회의 밥상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공동식사 문제를 말하면서 이 문제가 성만찬의 진정한 의미를 훼손시켰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야기인즉슨 이렇습니다. 1) 공동식사를 할 때 사람들은 제가끔 자기 음식을 먼저 먹어서 어떤 사람은 배가 고프고, 어떤 사람은 술에 취해있다(21절). 2) 합당하지 않게 그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주님의 몸과 피를 범하는 죄를 짓는 것이다(27절), 3) 각 사람은 자기를 살피십시오. 그런 다음에 그 빵을 먹고, 그 잔을 마시십시오(28절), 4) 주님의 몸을 분별함이 없이 먹고 마시는 사람은, 자기에게 내릴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29절), 5) 여러분이 먹으려고 모일 때에는, 서로 기다리십시오. 배가 고픈 사람은 집에서 먹도록 하십시오(33-34절)

그동안 이 본문을 해석하는 기준은 고린도교인들 사이에 일어난 주의 만찬 석상의 분쟁이었다는 것입니다. 고린도교회가 분열된 원인은 고린도교인들이 성만찬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본문은 성만찬의 형식과 내용을 오해한 것에서 기인하기 보다는 고린도교회의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다시 말하면 고린도교회에서 일어난 분열의 실상은 밥상문제에서 불거졌고, 이 문제는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갈등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가 부자와 가난한자의 갈등을 드러낸 바울서신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갈등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주목하게 됩니다.

고린도교회에서 예배를 위해 일찍 와서 자기의 식사를 먼저 갖다 먹는 부유한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기타의 사정으로 인해 예배에 일찍 오지도 못하고 와서도 자기의 식사를 가져 올수도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직업상 늦게 올 수 밖에 없거나 자기 재산이 없는 관계로 예배 때마다 자기 식사를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부유한 사람들이 먼저 와서 자기가 가져온 음식을 나누지 않은 채 먼저 다 먹어버리고 취해 있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초기 교회는 공동식사와 성찬식이 분리되지 않았었고, 일반적으로는 먼저 공동식사를 한 후에 성찬예식을 거행했다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식사 중간이나 이전에도 성찬예식을 진행했다고도 합니다. 바울은 말하길, 교인 일부는 배불리 먹고, 또 다른 일부는 배고픈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도저히 공동식사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공동식사 이후에 드리는 성찬예식도 주의 만찬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요지입니다. 주의 만찬이란 떡과 잔을 함께 먹고 마시는 공동체적인 나눔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공동’의 식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고린도교회는 1세기 로마의 관습을 이어받고 있는데, 로마시대 부유한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식탁교제를 나누었고, 이 식탁교제는 그들의 신분과 그에 따른 공동체적인 결속을 의미할 정도의 중요한 상징이었습니다. 로마시대의 공동식사는 대략적으로 1부는 보통식사가 있고, 2부는 주연이 베풀어지는데 이때 포도주를 가지고 신들에게 헌주를 하는 예식을 거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3부로 여흥을 즐기는 친교가 이어지는 형식이었습니다. 2부의 주연은 종교적 의례가 포함된 식사형식입니다. 이 시대에 음식은 사회적 지위를 위해 중요한 것일 뿐 아니라, 식탁은 사회적 승진을 위한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음식을 나누는 식탁교제는 음식을 먹는 자들의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그들은 함께 먹고 마심을 통해 ‘그들의’ 공동체를 정의하고 그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과 그 공동체 ‘밖’에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식탁매너도 구별되었는데 지위가 높은 수록 기대어 앉았고, 그 지위가 낮을수록 앉아있거나 서있는 자세였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전제한다면, 고린도교회의 일부 교인들은 로마의 관습에 의거하여 다른 교인들과 분리된, ‘그들만의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사회에서 누리고 있는 특권을 교회에서 변함없이 유지하려고 했고,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자기가 가져온 식사를 혼자 다 먹어버리고 취해있었다고 고린도전서는 말합니다. 바울은 이같은 행위가 ‘거룩한’ 주의 만찬을 개인의 만찬으로 전락시킨다고 비판했습니다. 바울은 공동체란 공동의 ‘나눔’ 속에 있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성만찬이야말로 사적인 영역이 아닌 공공성을 담보하는 그야말로 ‘거룩’한 행위임을 강조하였습니다. 고린도교회에서 보였던 부자들의 행태, 즉 자신들의 떡과 포도주의 소유권을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가난한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야말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을 말하고 있습니다(김경진의 글 “고린도교회에서 발생한 빈부간 경제적 갈등과 처방”을 참조하면 보다 자세한 논의를 알 수 있다)

오늘 특히 주목하는 점은 27절 “합당하지 않게 그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주님의 몸과 피를 범하는 죄를 짓는 것이다”는 구절입니다. 무엇이 합당하지 않은 식사이며, 어떤 것이 주님의 몸과 피를 범하는 죄인가 하는 점입니다.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할 때 앞서 말한 부자와 가난한자의 교회 공동식사의 갈등을 전제한다면 죄의 핵심은 바로 교회의 공동체성을 깨트리는, 다시 말해 식탁의 공공성을 해치는 부자들의 가난한 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행태를 의미합니다. 

▲ 에밀 놀데, 최후의 만찬, 1909년, 86×107cm, 코펜하겐 국립미술관그림 출처 : 서경식, 고뇌의 원근법, 2009년, 돌베개 <참고>에 그림 설명 참조

 
바울은 빈부간의 갈등 속에서 죄를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결책으로 말합니다. 빵과 잔을 먹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살피라고 합니다. 자신을 살피는 일은 자신을 성찰하는 일입니다. 그 성찰이란 공동체의 공공성, 식탁의 공공성, 행복한 밥상인지를 확인하고, 자기 스스로 이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지 살핀 후에 주의 만찬에 임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 배가 고픈 사람은 집에서 먹도록 하고 공동식사가 있을 경우에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도록 기다리라고 말합니다. 바울은 모두가 참여하는 ‘공동’의 식사인 주의 만찬을 행복한 밥상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자기 성찰과 다른 사람을 위해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는 늘 공동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러나 정작 내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합당한 삶을 살았는지 제대로 된 성찰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갑니다. 내가 소유한 것 내가 쓰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하면서 도리어 반문하고 살아갑니다. 아니,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많이 소비하는데 우리의 삶의 목적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기다린다는 것은 온전한 자기 성찰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고 동시에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일정부분 포기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 20대 내의 양극화출처 : http://cafe.naver.com/lunekni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