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인가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였다. 밑도 끝도 없이 별로 인지도도 없는 젊은 목사에게 전화를 해서 인터뷰를 하겠다니 이상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목사에게 말해달라고 하는데 거부할 일도 아닌 것 같아 마지 못하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마침 다른 일정이 있어서 허겁지겁 인터뷰 장소로 갔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국회의장인 김형호 의원이, 아마도 누군가의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궁지에 몰리게 되자 '예수님도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했는데, 여러분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발언을 공적인 자리에서 하였고 이에 대해 기독교 목회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간음하여 끌려온 여인과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서 청문회 자리에 선 사람과 입장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 그리고 당략이나 정략적인 이익 때문에 기독교의 경전 내용을 끌어다가 아전인수격으로 쓰는 것은 한국기독교에 대한 모독이다... 이런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리고 그런 입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런데 어제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뉴스에는 새누리당에서 또 똑같은 망발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박근혜 당선인 측에서 총리후보로 지명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내뱉은 발언이다. 박 당선인은 "우리 인사청문회가 죄인 심문하듯 후보자를 심하게 몰아붙이는 식으로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인사청문회가 일할 능력 검증에 맞춰져야 하는데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이 발언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해 나선 사람에게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 왜 문제가 있는지, 부의 형성과정이나 과거 행적의 부적절성을 따지는 것이 왜 문제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능력만으로 따질 지위가 아니라는 것을 박근혜 당선인은 왜 모르는지 오히려 궁금하다. 아무튼!

그런데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일부 의원이 "예수도 인사청문회에 가면 문제가 될 것" 이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는 것이다. (  연합뉴스(네이버) 기사 원문 보기  )

기독교는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종교 교파이자 국민의 1/5 가량이 선택한 종교이다. 그런데 그 종교의 교주라고 할 수 있고 신앙의 대상이기도 한 존재를 자기들 정리정략에 따라 불평불만을 말하는 자리에 끌어다 대면서 농담 삼아 그 신성과 인성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니 기가 막힌다. 이런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니 말이다. 게다가 사람이 보기에도 분명한 문제가 있는 대상과 한 종교에서 무죄하고 순결한 존재로 신앙하고 숭앙하는 대상을 비교한다는 것 가체가 얼마나 불경하고 도전적인 일인가! 그것도 농담으로! 이는 신에 대한 불경뿐만이 아니라 신자들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다.

이 의원이라는 작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수백만 기독교인들에게 정직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기 바란다. 신앙의 영역은 농담 삼아 함부로 입에 올려지면서 개인적 이익이나 단체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이용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깨달아 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