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설교(20130120/김성룡목사/jesus062@hanmail.net>

제목 :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본문 : 이사야 62:1-5 고전 12:4-11 요한복음 2:1-12

1 사흘째 되는 날에 갈릴리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예수의 어머니가 거기에 계셨고, 2 예수와 그의 제자들도 그 잔치에 초대를 받았다. 3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니,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말하기를 "포도주가 떨어졌다" 하였다. 4 예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도 내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어머니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로 번역할 수도 있음) 5 그 어머니가 일꾼들에게 이르기를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하였다. 6 그런데 유대 사람의 정결 예법을 따라, 거기에는 돌로 만든 물항아리 여섯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은 물 두세 동이들이 항아리였다. 7 예수께서 일꾼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항아리에 물을 채워라." 그래서 그들은 항아리마다 물을 가득 채웠다. 8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는 떠서, 잔치를 맡은 이에게 가져다 주어라" 하시니, 그들이 그대로 하였다. 9 잔치를 맡은 이는, 포도주로 변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으나, 물을 떠온 일꾼들은 알았다. 그래서 잔치를 맡은 이는 신랑을 불러서 10 그에게 말하기를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뒤에 덜 좋은 것을 내놓는데, 그대는 이렇게 좋은 포도주를 지금까지 남겨 두었구려!" 하였다. 11 예수께서 이 첫 번 표징(기적;그리스어 세메이온) 을 갈릴리 가나에서 행하여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시니, 그의 제자들이 그를 믿게 되었다. 12 이 일이 있은 뒤에, 예수께서는 그의 어머니와 형제들과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에 내려가셔서, 거기에 며칠 동안 머물러 계셨다.

[오늘 설교 본문은 세계교회 성서일과 C해 주현 후 둘째 주일 본문이며 새번역입니다.]

거룩하신 주님을 찬양하며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도 주님께서 말씀으로 여러분에게 임하시기를 빕니다.

오늘 복음서 말씀은 가나의 혼인잔치에 가신 예수님 이야기입니다. 난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졌답니다. 손님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던 모양이죠? 아주 시끌벅쩍 한 잔치자리가 상상이 됩니다. 그나저나 잔치자리에 포도주가 떨어졌으니 주인으로서는 참 난감한 일이었겠지요?

▲ 지오토, 가나의 혼인잔치, 1304년 경.출처 : http://blog.naver.com/helmut_lang왼쪽 끝에 앉으신 주님은 축사를 통해 포도주가 떨어지는 당황스러운 잔칫집의 현실을 해결하신다. 오른쪽에선 어머니 마리아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물 잔을 들이키는 잔치 맡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제 곧 그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올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이렇게 우리의 삶과 역사에서 감탄사를 말하는 것이다, 아멘이라고!

이런 사정을 알아차린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예수께 기대를 합니다. 아마 마리아는 예수의 놀라운 능력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보낸 메시지의 의미를 아시고 예수께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어머니, 그것이 저에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아직 제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공동번역)

그런데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일꾼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오오! 이 말은 마리아가 예수님에 대한 크나큰 신뢰를 가지고 계셨음을 볼 수 있는 말씀입니다. 결국 굉장히 맛이 좋고 향이 좋은 고급 포도주가 어디선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가나의 혼인 잔칫집은 흥이 깨지지 아니하고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즐거운 자리가 되었습니다. 예수께서는 그 날 밤 연회를 주관하는 연회장도 모르고 신랑도 모르는 고급 포도주를 선물로 주신 것이지요. 예수님의 계획에는 없었으나, 마리아의 믿음이 이끌어낸, 아주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으로부터 참 좋은 선물들을 받고 있습니다. 햇빛도 주시고 생명의 물도 주시고 살아갈 시간도 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2013년이라는 뜻 깊은 시간을 열어주셔서, 이렇게 하느님을 경배하는 하늘의 잔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라든지 공간이라든지 햇빛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일반적인 선물입니다. 이런 선물도 말로 다할 수 없이 감사한 것입니다만,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만 주시는 특별한 선물이 있는데 그것이 영적 은사입니다. 일반적인 재능이 믿음을 통하여 특별한 선물로 바뀌어버린... 은사입니다.

은사란 재능과 관련이 있지만 차이가 좀 있죠? 재능이 다 은사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고 합시다. 그래서 노래를 잘 만듭니다. 그는 그의 재능으로 좋은 노래를 만들 수도 있고 퇴폐적인 노래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살면서 하느님을 찬양하는 찬양곡을 만들어 연주를 한다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힘과 기쁨과 평화를 나누어준다면 그것은 은사라고 하겠죠. 하느님이 주시는 은사는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하며 사람을 치유하고 새롭게 하는 힘이 됩니다.

이사야는 62장에서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시는 하느님의 구원사역이 이스라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예언하고 있습니다.

3 너는 주님의 손에 들려 있는 아름다운 면류관이 될 것이며, 하나님의 손바닥에 놓여 있는 왕관이 될 것이다.
4 다시는 어느 누구도 너를 두고 '버림받은 자'(아주바)라고 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너의 땅을 일컬어 '버림받은 아내'(세마마)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너를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여인'(헵시바) 이라고 부르고, 네 땅을 '결혼한 여인'(쁄라) 이라고 부를 것이니, 이는 주님께서 너를 좋아하시며, 네 땅을 아내로 맞아 주는 신랑과 같이 되실 것이기 때문이다.
5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이, 네 하나님께서 너를 반기실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하느님의 은총의 선물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징계를 받을 때는 그 이름이 '버림받은 자'(아주바)였으나 하느님의 은총을 입게 되자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여인'(헵시바)이 됩니다.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이 하느님께서 반기실 것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에 요새 말로 인생역전이 이루어지는데, 그것은 이스라엘이 잘나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의 선물이었습니다.

슬프고 연약했던 사람도 하느님의 은총을 입으면 밝고 튼튼해지며, 완악하고 험악하던 삶도 주님의 은총을 입으면 다정하고 다감해집니다. 우리의 삶도 주님의 은총을 입으면 그렇게 달라집니다. 우리가 믿음이라는 그릇을 주님께 가져가면 주님은 거기에 은총의 선물을 넘치도록 담아주십니다. 새해 새 시간을 맞아 여러분이 자신에게 있는 재능을 발견하고 주님을 위해 사용하신다면 주님께서도 크게 기뻐하시고 여러분 자신에게도 복된 일이 될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2장에는 초대교회 성도들이 받은 은사들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8 어떤 사람에게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말씀을, 어떤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을 따라 지식의 말씀을, 9 다른 사람에게는 같은 성령으로 믿음을, 어떤 사람에게는 한 성령으로 병 고치는 은사를, 10 어떤 사람에게는 능력 행함을, 어떤 사람에게는 예언함을, 어떤 사람에게는 영들 분별함을, 다른 사람에게는 각종 방언 말함을, 어떤 사람에게는 방언들 통역함을 주시나니 11 이 모든 일은 같은 한 성령이 행하사 그의 뜻대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는 것이니라...

우리가 받은 은사들을 참 다양하고 많습니다. 가르침의 은사가 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말씀을 이해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며 적용시킵니다. 그리고 듣는 이들에게 성경 말씀을 쉽고 실제적으로 전합니다. 격려의 은사가 있는 사람은 용기를 잃은 사람들을 강하게 하고 희망을 주고 위로하기 위하여 찾아갑니다. 또 사람들이 성경적 진리를 적용하여 행동하도록 촉진시킵니다. 세심하고 치밀하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도 그것이 하느님에 대한 사랑 안에서 사용되고 계발되면 교회를 위하여 소중하게 쓰이는 은사가 됩니다.

여러분 중에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 언변으로 자녀나 배우자나 친구들을 괴롭히지 말고, 자신에게 임하신 하느님이 은총을 설명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면 하느님을 믿지 않던 사람들이 하느님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고 언젠가는 나오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악기나 연장이나 물건을 잘 다루는 사람도 있고, 특별한 기술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틈을 내서 가난한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하여 자신의 기술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사람의 마음에 대한 공부를 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고 두려움이나 긴장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평안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마음이 남달리 지극한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그리스도의 진리를 전할 수도 있고 결손가정의 자녀들을 돌보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은사를 받았다고 생각되십니까? 자신이 어디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할 때 잘하고 행복한지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주님께 올려드리십시오. 우리가 받은 달란트를 묻어두지 않고 잘 활용해서 주님이 원하시는 생을 살면 세상은 그만큼 밝아지고 사람들은 그만큼 행복하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잘했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칭찬해주실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 모든 은사의 출처는 단 한 곳이라고 합니다. “은사는 여러 가지지만, 그것을 주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고전 12장 4절) 우리가 받은 재능이나 은사가 다 달라도 그것을 주신 분은 주님의 성령이시죠. 같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죠. 내 일이 아니죠. 교회가 다르고 교단이 달라도 우리는 다 한 하느님의 자녀로서 같은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일하고 사는 것이죠.

우리 한국 교회의 성도들은 참 많은 은사를 받았는데, 서로 연합하는 활동이 적고 협조하려는 생각이 부족한 듯합니다. 자신의 은사가 다르다고 해서 마치 서로 다른 주님을 섬기는 것처럼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또 교회 안에는 여러 가지 직책들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계급이 아닙니다. 직책일 뿐입니다. 어떤 직책이 더 높고 어떤 직책은 더 낮은 것이 아닙니다. 고린도전서 12장 5~6절 말씀을 보십시오.

“섬기는 일은 여러 가지지만, 섬김을 받으시는 분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일의 성과는 여러 가지지만, 모든 사람에게서 모든 일을 하시는 분은 같은 하나님이십니다.”

직책에 따라서만 아니라 일의 결과에 따라서도 우열이나 차등을 두지 말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어떤 사람은 일을 많이 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많이 하는 사람도 기뻐하시고 조금 하는 사람도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여러 직책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하더라도, 그리고 그 일들의 결과가 각기 다르더라도, 우리가 섬기는 분은 한 주님이시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역이 다 조화를 이루게 해주십니다. 하느님의 꾸중을 들은 사람은 아예 하지 않고 땅에 묻어두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받은 은총의 선물을 헤아려 보십시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데 포장도 풀어보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그 은총의 선물을 잘 사용하십시오. 금년에는 어떤 일로 주님께 영광을 돌리고 주님을 기쁘시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십시오. .

예수께서 가나 혼인집에서 포도주를 만들어주실 때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겠습니까? 예수님은 아무 계획이 없었으나 마리아님은 일꾼들에게 일러둡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러고 있는데 예수께서 하시는 말씀이 손 씻는 항아리에 물을 가득 부으라는 것입니다. 일꾼들이 속으로 의아했을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입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시키시는 대로 했습니다. 다 부으니까 이제는 퍼서 잔치 맡은 이에게 갖다 주라는 것입니다. 심히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역시 “그가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그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잔칫집의 여흥은 맛좋은 최상급 포도주와 함께 무르익어 갔습니다.

은총의 선물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변화도 내가 걱정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는 주께서 이르시는 대로 하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이 잔칫집처럼 기쁨과 웃음으로 무르익어갈 것입니다. 맹물 같은 인생이 최상급 포도주와 같은 인생이 되기 위해서 할 일은 단지 주님의 일에 자신의 생을 쏟아 붓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