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이하 총특재)가 김충식 목사의 감독회후보등록거부무효청구건의 판결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지난 10일 총특재가 ‘선관위가 결의절차가 잘못됐다’면서 김충식 목사의 감독회장후보등록거부 결의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선거도 중지시키면서 행정조정위로 사건을 회부시키자 다음날인 11일에 선관위는 총특위의 판결이 무효라는 선관위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전면 반박하고 나선 것.

그러자 총특재의 조대현 법조인이 선관위의 법리를 반박하며 “총특재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호소문을 15일 오전에 냈고 그 사이 14일 하루종일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은 양쪽과 감독회의, 감독회장 후보 등과 잇단 회동을 가지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뽀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관위와 총특재의 대결(?)을 놓고 벌어지는 금번 사태가 실질적으로 각측 법조인들의 법리싸움이라는 인식이 번지며 감리회가 어수선 한 가운데 ‘감리회사태의 새로운 국면’이라는 진단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 선관위의 송인규 법조인(좌)과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조대현 법조인(우).총특재의 판결에 선관위가 불복하며 법조인 사이의 법리다툼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 “선거강행하겠다”

선관위는 총특재의 판결에 대해 선관위원장 명의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선관위는 행정재판의 피고가 될수 없다 △행정조정위로 넘겼다는 것은 소송계속이 아니므로 가처분 및 집행정지가 불가하다 △후보등록거부(혹은 가부가결)는 행정법상 집행정지대상이 아니다 △기일지정 및 7일전 당사자 소환규정을 위반했으며 변론을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총특재의 판결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14일 오전에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을 만난 선관위(위원장, 법조인, 심의분과위원장)는 이 같은 법리를 설명하며 총특재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선거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어 기자들과 즉석 간담회를 가졌다.

선관위 법조인의 말을 빌어 요약하면, ‘행정조정에 넘겼으면 그만이지 가처분 판결을 왜 하느냐. 더구나 가처분은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 봉투를 접수 받았으면 뜯지 말고 조정위원회로 넘겨주면 그만이지 왜 뜯어보고 성적까지 매겼느냐”고 비유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법조인은 “그러므로 선관위의 판결은 기판력, 집행력, 형성력이 없어 지킬 필요가 없는 무효판결”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게다가 원고측은 행정재판을 청구하면서 선거비용을 기탁하지 않았다며 소송 접수자체가 성립이 안된다고 했으며,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며 감독회장과 대등한 관계이므로 외부에서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래서 감독회장의 재결의요청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1일자로 발표된 ‘선관위원장의 입장’중에 총특재판결 무효확인을 위한 사회법제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한 질문이 있자 선관위는 “총특재의 판결에 대해 누군가 이의제기하며 소송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선관위가 사회법정에 ‘무효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연회선관위원이 표결에 참여한 문제에 대해선 “당시 경황이 없었다”면서 “이 문제로 인한 어떤 결정에 대해서는 감수하겠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후보의 해당연회 위원이 표결에 참여한 것은 후보에게 '유리한 하자'"라며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가령 심의분과 표결에서 후보등록 반대9:찬성7의 결과가 나왔는데 해당연회위원 2인을 빼면 최악의 수가 7:7이므로 결과를 바꿀 수 없었을 것이라는 뜻.

그러나 이 모든 입장은 선관위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선관위원장은 오는 18일(금) 오후2시에 상임위원회만을 소집예정하고 있다. 이후 필요에 따라 전체회의를 소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체회의를 시급히 소집하지 않는 것에 대한 내부 불만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원장이 선관위 전체회의 없이 ‘입장’을 낸 것을 두고도 말이 새 나오고 있다.


김기택 임시감독회장과 법조인들의 만남

사안이 심각해지자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은 법조인들의 공통된 의견을 청취하고자 선관위 미팅 후인 14일 오후3시경 서초동의 홍선기 변호사 사무실에서 법조인 회동을 주최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홍선기 변호사와 조대현 변호사만 참석했다. 선관위 법조인은 물론 이기영, 송기영 법조인 등은 일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선관위의 입장을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이 법조인 회동에서 얻은 자문 내용을 배석했던 강승진 실장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강실장은 임감이 “가처분을 신청도 안했는데 어떻게 판결하나”는 질문을 해 법조인들로부터 “신청하지 아니할지라도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적법한 소송(소송계속)에서나 가처분이 가능한 것 아니냐, 조정에 회부된 상태에서 불가능하다는 법리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행정소송법 33조에 명백하게 명시되어 있다. 가처분 먼저 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위법성을 시정하여 회복시킬 기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법조인들은 “933단 50조(판결의 활정과 집행)에 따라 총특재의 결의는 확정과 동시에 선고된다”(➀항)며 “감독회장이 판결하려 하지 말고 행정책임자는 확정된 판결을 14일 이내에 집행하면 된다(➁항)는 조항에 따라 행정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자문을 받았다고도 했다.


감독회의는 “장정대로만 하라”할 뿐....

법조인들로부터 자문을 받은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은 오후 5시 감독회의실에서 '긴급 감독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내용은 비공개였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임감이 법조인들로부터 자문 받은 내용대로 선관위가 총특재의 판결을 받아 들여 "선거를 중지하는 행정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에서 감독회의의 지지를 받아 내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감독들이 ‘총특재의 판결이 문제가 있지 않느냐’면서 이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3시간여 회의를 진행한 후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공식발표된 내용은 △교리와 장정대로 한다. △감리교회를 위해 기도한다 △17, 18일 양일간의 감독회의에서 다시 논의한다 등이 전부였다. 임감의 행정집행도 17일 감독회의 이후로 미뤄졌다고 한다.

▲ 14일 오후 5시에 모인 긴급감독회의 모습.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이 이날 하루종일 선관위, 감리회법조인들, 감독회장 후보, 감독회의 등을 잇따라 회동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조대현 총특재 법조인, 호소문 발표

선관위원장이 선관위 법조인의 법률자문을 ‘입장’을 발표하자 총특재의 조대현 법조위원이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가처분판결은 존중되어야 합니다.”는 제목의 호소문을 본지를 통해 발표하며 대응했다.  "총회선거관리위원장의 근거없는 주장이 사태를 오도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법리와 법질서를 밝히는 것"이 그 이유였음을 말미에 밝히고 있어서 양측 법조인이 정면 충돌한 모양새다.

‘호소문’에서 조대현 법조인은 “30년 이상 법조인으로 지낸 두 사람이 4시간 이상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검토한 것”이라고 법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송인규 선관위 법조인의 법리를 반박해 갔다.

먼저 조대현 법조인은 이번 재판에서 피고적격의 문제, 즉 선관위가 총특재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조 법조인은 그 근거로 “이미 2008년에 선례가 있었다”면서 “법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고 적시했다. 앞서 선관위가 “행정재판의 대상은 의회, 또는 의회의 장이기에 위원회인 선관위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피고적격을 부정한 것에 대한 반론이었다.

치열하고도 상이한 법리적 이견은 사실 재판의 시점을 두고 벌이는 다툼에 있었다. 총특재는 행정조정 회부가 재판의 “시작이다” 라고 보는 것이고 선관위는 재판의 “시작이 아니다”라고 보는 이 차이가 총특재의 판결을 두고 유 무효를 다투는 것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분쟁의 핵심이다.

총특재는 “조정을 거치지 않은 행정재판이라도 접수를 하면 이미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했고, 선관위는 “조정에 회부되었으므로 행정재판이 시작되지 않은 것(소송계속이 아닌것)”이라고 해 현격한 견해차이를 보였다. 이 견해차이에 따라 ‘가처분을 내릴 수 있다, 없다’로도 갈리는 것이다.


“재판신청이 재판의 시작이다” VS “아니다”

조대현 총특위 법조인은 호소문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그 제소를 각하시키지 않고 조정절차에 회부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행정조정을 거치는 동안 본안의 행정재판을 중지하라는 것”이라며 “행정재판위원회에 소송이 제기된 상태”가 곧 행정재판의 시작임을 강변했다.

앞서 강일남 선관위원장은 선관위 법조인의 법률검토를 근거로 했다면서 “이 사건을 행정조정위원회로 회부한다는 결정은 법적으로는 소송기록의 송부라는 결정이므로 소송 계속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 제 33조 (직무집행정지)를 근거로 집행정지 및 가처분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행정재판법 993단 33조(직무집행정지)가 응급 임시처분(가처분)인가 하는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견을 보이기도 하나 선관위나 총특재 모두 이 규정의 성격을 두고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적용에 있어서 선관위는 “신청하지 않은 가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하고 있고 총특재는 “긴급할 경우 직권으로 의결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조대현 총특재 법조인은 ‘호소문’에서 “제33조의 가처분은 본안판단을 하기 전에 응급의 임시처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정전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래서 선거중지가처분을 내리면서 행정조정에 회부한 것”이라고 했다. 즉 가처분과 행정조정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특재의 가처분판결은 존중되어져야 한다”

조대현 법조인이 호소문에서 많은 지면을 채우며 강조한 것은 “감리회 안의 최고․최종의 재판기관의 판결을 따라야 한다”는, 말그대로 ‘호소’였다.

조대현 법조인은 “감리회의 모든 회원이 감리회의 헌법과 장정을 준수해야 하듯이, 감리회의 모든 회원과 모든 기관은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재판을 준수하여야 한다”면서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재판을 무시하는 것은 감리회의 헌법과 장정을 무시하는 것이고 감리회의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또, “총회특별재판위원회의 재판은 선고와 동시에 확정되고, 그대로 집행되어야 하고, 그대로 준수되어야 한다(일반재판법 제50조)”고 해 최근 선관위가 총특재의 판결과 상관없이 선거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을 정면으로 경고했다.

조대현 법조인은 그의 호소문 말미에서 한가지 제안을 했다. “총특재의 판결을 따르기 싫다면 감독회장의 재결의 요청을 따르라”는 것. 두 선택 모두 2/3로 재결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 만큼 총특재는 무시해도 감독회장은 무시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로도 읽혀진다. 그러나 조대현 법조인의 제안이 성립되려면 총특재의 원고인 김충식 목사가 소를 취하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2/3로 ‘가’를 결정하나 ‘부’를 결정하나

또, 만일 선관위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2/3결의를 등록찬성으로 할 것인지 등록반대로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가부 결정에서 2/3을 ‘가’로 하느냐 ‘부’로 하느냐 하는 문제다.

조대현 법조인은 호소문에서 “종전의 결의와 동일하게 재결의하려면 (종전결의가)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해 등록반대를 2/3로 결의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지난 투표 결과는 38명중 찬성 15, 반대 23으로 등록반대가 과반은 넘고 2/3는 안되는 결과였으므로 지난 결의와 동일한 결의(등록반대)를 하려면 투표인원은 그대로 두기로 가정할 때 등록반대가 26표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등록 찬성을 2/3로 가결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등록반대를 2/3로 결의해야 한다면 신청자는 1/3의 찬성표 확보만으로 등록반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송인규 선관위법조인은 “이 방법으로 결의할 경우 과반으로 등록가부를 결정하는 것 보다 쉬워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2/3등록반대의 부당성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조대현 법조인은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감독회장의 감독권행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총회특별위원회가 감독회장보다 상위기관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결의 방법에 대한 견해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온다.


총특재 재판위원들은 교육을 받았나?

총특재 워원들이 '재판법세미나‘를 이수 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다툼이 있다. 이 논란은 ’감리회자유게시판‘에서도 쟁점이 되었다. 교육을 이수 하지 않은 위원이 참여한 재판의 무효여부를 두고 논란이 인 것이다.

지난해 행정재판법세미나를 강의했던 송인규 선관위법조인은 “당시 3교시에 총특재위원들을 손들게 했더니 1명뿐이었다"면서 "총특재위원들 대부분이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다”며 재판무효 주장의 근거중 하나로 제시했다. 총회특별재판위원은 위원장1인, 법조인3인, 위원 10인, 합계 14인이다.

이 논란에 대해 본부 관계자에게 이수 여부를 확인한 결과 14인 중 지난해에 위원장을 비롯하여 9인이 세미나에 참석했었고 법조인 3인은 불참했으며 위원2인은 2010년과 2011년에 세미나를 각각 이수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다만 지난해 세미나에 9인이 등록한 것은 확인되나 선관위 법조인의 발언을 근거로 ‘등록만 하고 세미나과정에 불참했다면 이수 한 것이 아니다.’는 주장이 있고 이에 반대되는 입장으로 ‘손들지 않은 것이 불참했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법이 바뀐 상태에서 예전의 교육이수의 효력을 두고 '있다', '없다'로 갈리는가 하면 법조인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여부를 두고 '된다', '안된다' 하는 등 사안마다 충돌하는 모양새다.

본부 관계자는 “등록여부만 체크하고 매 시간 출석을 부르지는 않는게 관례였다”고 했으며 “역시 관례상의 문제지만 그동안 법조인은 세미나에 참석해 오지 않았다”고 했다.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이수한 2인의 이수효력에 대해서도 “장정에는 재판법 교육에 대해 시한, 회수의 규정은 없고 이수여부만 정하고 있다(913단 제30조 10항)”는 등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재판위원들의 이수여부가 논란이 되는 것에 불편해 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