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시간 이 길을 걸었습니다.
한결같이 여기 이어져 있는 이 길, |
그러나 철철이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길입니다.
또 하나의 민들레교회인 반월의 ‘에덴기도원’을 감싸고 있는 수리산 산책로입니다.







우리는 예배가 끝나면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길로 나섭니다.
함께 도시락 싸서 소풍길에 오르고, 주저앉아 쑥을 뜯고,
하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걷고, 뛰고, 웃고, 장난치고...
그렇게 10년, 15년, 20년 함께 흘러왔습니다.
‘민들레’라는 우리들의 이름,
이 작고 소박한 이름과 함께 쌓인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은
얼마나 특별하고 정겨운지요.







솔향기 짙은 숲을 걸어보신 적 있지요?
이 길로 들어서니 신기하고 놀랍게도 솔향이 진동합니다.
사방천지 열린 길에서 맡는 솔향이라니...
아주 작고 여린 소나무 몇 그루가 자기 존재를 알리느라 연신 향내를 뿜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그 냄새에 취해 있었지요.





진달래도 막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의 봄에는 진달래 꽃잎을 따서 화전을 붙여 먹은 적도 있지요.
이렇게 수리산 산책로에도 봄으로 꽉 차 있습니다.
이 길을 산책하는 우리들의 가슴에도 어느새 봄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제 곧 저 나무에도 파릇파릇 잎이 돋겠지요.
‘예감에 가득찬 숲’은 아마 더욱 짙푸를 것입니다.







기도원 앞마당에 핀 목련 꽃봉오리.
비 그치고 화창하게 개인 하늘을 우러러 곧 만개할 태세입니다.
그 수줍은 모습에 가슴이 다 설레입니다. .......
꽃 피고 꽃 지며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 사이 우리 사모님 흰머리도 늘었고,
대숙언니 오동통한 손에
주름이 늘어났습니다.



고관절 수술로 아직 불편한 다리를 하고 계시는 우리 목사님.
저 산책로로 훨훨 얼마나 나서고 싶으실까요?
우리가 산책 않고 가는 날이면 “오늘은 산보 안해?” “왜 그냥들 가? 갔다 가지?”
괜스레 한 말씀 던지시는 우리 목사님.
오랜 시간 우리의 안식이 되어준 수리산 산책로처럼
그도 이젠 우리의 길이 되어 주고 계십니다.
때로는 저만치에서, 때로는 아주 가까이에서...
그 길 안에 내가 있어서
참 평화롭고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