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뱀을 애완동물로 키우는 이야기가 TV화면에 나온다. 화면만 봐도 징글맞기 그지없다. 그러나 주인은 너무 자연스럽게 노란색 구렁이를 목에 걸고, 목욕을 시키고, 침대에 눕히고 한다. 심지어는 학교까지 가지고 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목에 걸게 한다.

아, 올해는 뱀의 해, 계사년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TV에 나오는가 보다 생각하며, 나도 내친 김에 뱀 이야기를 하고프다. 실은 뱀 이야기가 결국은 아니지만. 대문호 괴테는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죽는다.’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뱀은 허물을 못 벗으면 몸이 굳어서 죽게 된다고 한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은 성장하기 위해서다. 몸은 자라는데 허물을 이루고 있는 비늘은 자라지 않기 때문에 벗어던지고 더 많은 비늘로 껍데기를 갈아 끼우는 게 바로 허물 벗는 행위다.

1년에 2~3번 정도 허물을 벗는다. 환경이나 영양상태, 나이 등에 따라 횟수의 차이는 있으나, 허물을 벗지 않으면 죽고 만다. 성장기에 있는 뱀이 허물벗기를 자주하는 것도 이런 이치다.

환골탈태, ‘사람이 전보다 훨씬 나아져서 딴사람처럼 됨’이란 뜻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이쯤에서 이 사자성어만큼 어울리는 단어도 없지 싶다. 뱀이 허물을 벗는 것이 성장하기 위해서이고, 허물을 벗지 못한다는 말은 성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성장하지 않는, 아니 성장하지 못하는 때는 죽는 때이다.

성도는 어떨까? 그렇다. 뱀 이야기를 하자고 허물 벗는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계사년을 들먹이며 뱀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지만, 내가 하고픈 말은 뱀 이야기가 아니다. 차라리 용 이야기다. 차라리 하나님의 사람 이야기다.

성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감히 허물을 벗지 못하면서도 살아있다고 착각하는 그리스도인은 없을까? 그게, 그게 너무 많아 탈이다. 성장하지 않으면서 성장한다고 착각한다. 멈춰있으면서 전진한다고 착각한다.

쉽게 말하겠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진 게 없다면 성장을 멈춘 거다. 성장을 멈췄다면 죽어가고 있는 거다. 아니 이미 죽어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죽은 자는 죽었음을 모르니까.

성경 고린도후서 5장17절은 말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우리가 멈춰 서서 지금 묵상해야 할 구절이다. 예전 허물을 그대로 껍데기로 두르고 있진 않은지. 낡은 사고의 틀에 갇혀 있진 않은지.

새해가 되었다고 떠들고 신나 할 게 아니라, 나의 껍데기를 벗어던졌는지 물어야 할 때다. 달력이 바뀌었다고 새로워지는 게 아니고 내가 바뀌어야 새로워지는 것이기에.

달력만 갈아 끼울 게 아니라 우리의 허물벗기가 요구되는 때다. ‘2012년’이란 글자를 ‘2013년’이란 글자로 바꿔 쓸 게 아니라 우리가 껍데기를 벗어야 한다. 지나간 껍데기를 빨리 내던지고 새로운 체질로 갈아 끼우자. 그러고 나서 새해를 이야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