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차를 몰고 유타 주(유타주는 몰몬교도들이 대부분인 백인 중심 주입니다.)를 여행하다가 한 작은 도시에 들려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찾아간 곳은 2층에 있는, 실내장식이 퍽 섬세하게 보이는 작은 식당이었습니다. 한데 우리 내외를 맞아주는 한 웨이트리스의 말과 행동에서 나는 아주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아주 상냥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며 아담한 테이블로 안내하고는, 먼저 자기 이름을 ‘소피(Sophie)라고 소개하며 그 식당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인사의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 표정이나 말투에는 그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묻어나는 태도가 보였습니다.

음식을 주문 받을 때,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종업원들이 선체로 함으로, 손님은 고개를 들어 쳐다보고 말해야 하고, 웨이트리스(혹은 웨이터)는 내려다보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편안한 자세가 아니지요. 한데 그 소피라는 웨이트리스는, 무릎을 굽혀 낮은 자세로, 우리의 눈높이와 똑같은 위치가 되어 그날의 ‘스페셜’등 메뉴를 설명하며 아주 친절하게 ’오더‘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고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피는 우리 내외를 엘리베이터까지 친철하게 안내하고는, 스위치를 눌러주었습니다. 기다리고 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그제야 ‘잘 가십시요, 즐거운 여행이 되십시요‘라는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집 사람은 너무나 그 친절에 감격하여 '허깅'을 하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나는 아주 흐뭇한 마음을 안고 그곳을 떠났는데, 그날 저녁 계속 기분이 아주 유쾌하였습니다. (떠날 때 나는 물론 그 웨이트리스에게 좀 많은 팁을 주었습니다.)

또 텍사스에 살 때 일입니다. 어느 시골 도시에 갔다가 밤에 길을 잃은적이 있었습니다. 동서남북도 분간이 안 되어 아주 난감하였습니다. GPS도 없었고, 또 주위에는 가게나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서 물어볼데도 없었습니다. ‘픽업트럭’이 하나 오기에 손을 들었더니 차가 서면서,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 쓴 백인이 얼굴을 내밀며 큰소리로 ‘뭘 도와드릴까요?’ 합니다. “35E 프리웨이를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 ‘카우보이’ 운전자는 아주 유쾌한 텍사스 억양으로 “내가 안내할 테니 나를 따라오시요.”라고 하면서 한 손을 앞으로 힘차게 내뻗는것이었습니다. 나는 ‘땡큐!“ 소리치고는 그 ’픽업‘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한참 후에 프리웨이 진입로가 나타나자 그 카우보이 운전자는 손을 들어 프리웨이 쪽으로 가라고 손짓하고는, 오던 길을 되돌려 어둠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때 나는, 아직도 미국에는 자기의 시간 등을 희생하며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선한 사마리아 인’(Good Samaritan)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며 감사하였습니다.

한데 미안하지만, 한국인들은(나도 한국사람이지만) 대체로 친절하지가 않는것 같습니다. 내가 한국 나갔을때, 길을 잘 몰라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사람 정말 많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내가 나가려고 하면, 밖에 서있던 사람들이 먼저 우루루 들어와 내가 미처 나가지 못해 당황할때도 있었습니다. 길가다가 어깨를 부디치고도 ‘미안하다’는 소리 한마디 없습니다. 아는 사람끼리는 피차 다정하고 친절하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친절을 베플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계하는것 같습니다.

‘친절’이란 무엇입니까? 영어사전에는, 우호적인(friendly), 관대한(generous), 공손한(hospitable), 따뜻한 마음(warm hearted), 동정심(sympathy), 도움을 주는(helpful), 등의 말과 태도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데 어떤 한국말 사전에서는 간단히 ‘다른 사람에게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정답고 상냥함’으로 되어있습니다.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백화점 안내원들은 그 태도가 퍽 친절합니다. 하나 그것은 이른바 ‘고객접점’(MOT)을 위한 ‘교육받은’ 기계적 친절입니다. 마음에서의 진정한 친절이 아닙니다. 오직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된 친절만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탈무드에는 ‘인간관계에서는 똑똑함보다 마음으로부터의 친절이 더 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금년에 꼭 실천하겠다는 ‘새해 결심’(resolution)을 합니다. 책상 앞에 큰 글씨로 써 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로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슨 거창한 새해 결심보다도 그저 소박하게 ‘금년에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자.’라는 생활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온통 막말과 욕, 거칠고 무례한 태도가 판처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작은 ‘친절’ 하나만이라도 실천하면 우리 사는 세상이 좀 더 밝아지고 나아질것입니다. 우리 크리스쳔들이 거창하게 '사랑', '희생'을 외치기 전에 먼저 남에게, 낯선사람에게, 작은 친절이라도, 마음으로부터의 진정한 친절을 베프는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성경에는 '나그네'를 대접하라고 했습니다. '나그네'란 나와 관계없는 낯선 사람, 타인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친한사람끼리,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들도 이같이 하지 않는냐?"(마5:46)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한국에서 금년에 여성 대통령이 탄생됩니다. 민생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민성’ 개조도 중요합니다. 국민들이 ‘불친절’한것도 고쳐저야 합니다. 지구상에서 대체로 비문명국 사람들은 불친절합니다. 여성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온국민에게 ‘친절하기’운동을 펼쳐, 외국인들이 한국에 왔을때 ‘아 한국인들은 참 친절한 국민이다.’하는 감탄이 나오도록 한다면, 한국은 더 살기 좋은 나라로 업그레이드 될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관대하면 나의 마음에 평화와 행복이 찾아온다.’라고 플라톤은 말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 내가 서 있는 주위가 아름다워지고, 캄캄했던 세상이 환한 즐거움으로 바뀌게 된다는것을 명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