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3:13~17

세례요한의 물세례는 죄인들을 회개케 하기 위하여 베푸는 회개의 세례입니다. 죄인들을 상대로 베푸는 회개용 세례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있다면 세례요한이 베푸는 세례는 받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의인은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세례를 받아야 마땅한 것이 세례요한의 세례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기로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죄가 있어서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죄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죄인들을 상대로 베푸는 세례요한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복음서들이 이것을 부인하지 않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에 죄가 없다고 고백되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죄인들을 회개시키는 ‘회개용 세례’를 받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질문하게 됩니다. 죄 없으신 예수께서 대체 왜 죄 사함의 세례를 받았느냐는 겁니다. 대체 왜 그랬을까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공식적인 구원사역을 행하시기 전에는 세례요한보다 한 수 낮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육체를 입었다는 그 자체로 이미 죄인이라는 전제가 따라 붙기 때문에 그것을 떼기 위함이었을까요?

이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죄 없으신 예수께서 회개용 세례를 받으신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그에 대한교훈을 받아보고자 합니다.

초대교회의 고민들
2세기 때의 것으로 여겨지는 외경에 예수가 세례요한의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하여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에게 가서 세례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복음서들마다 예수께서 세례요한의 세례를 받았다는 내용을 말하는 본문이 제각각 서로 다르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 초대교회에서 상당히 큰 문제가 되었다는 것과 그에 대해 서로 다른 신학적 해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초대교회가 풀어야 했던 문제들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 초대교회에서 문제가 된 이유는 아마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나는 ‘왜 아무런 죄가 없으신 예수께서 죄를 사함받는 세례요한의 물세례를 받아야 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예수께서 세례요한의 제자, 혹은 세례요한보다 낮은 자의 위치에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입니다.

이런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초대교회는 신학적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마가복음은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만을 간단하게 언급한 후에(1:9) 곧바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되심’이 하나님에 의해 친히 밝혀졌다는 것에 더욱 무거운 무게중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줍니다(10절~11절).

마태복음의 입장
한편 마태복음은 ‘누가 더 우월한가?’의 문제에 더욱 치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태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모세보다 우월합니다. 그러므로 세례요한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우월한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은 다른 복음서에는 없는 독특한 내용이 들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고 하자 세례요한이 예수께 ‘내가 당신에게서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라고 하였음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3:14).

이것은 세례요한이 예수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고백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께서 ‘허락하라’고 하심으로서 둘 다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합력하는 위치의 사람들이라는 점을 증거하였음을 나타냅니다(14절~15절).

누가복음의 입장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이나 마태복음과는 또 다르게 예수의 수세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누가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는 것을 명확하게 서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누가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 세례를 받긴 받았는데 세례요한에게 받았다는 것인지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세례를 베푼 자가 누구인지를 분명하게 지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3:21).

여기서 세례를 베푼 자가 누군지를 분명하게 지적하여 말할 수 없지만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 근거하여 볼 때 당연하게도 세례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가복음은 예수께서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는 세례요한이 옥에 갇힌 후에 누군가에게 세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20절~21절). 세례요한이 베푼 세례는 요단강에서 세례받는 자를 물속에 쑤~욱 담갔다가 꺼내는 방식의 침수방식의 세례식이었기 때문에 옥에 갇힌 채 예수께 물세례를 베풀었다는 그림은 그려질 수 없습니다.

심지어 누가복음 본문에는 마태복음에서는 전혀 다르게 ‘세례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셨다’는 표현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복음은 마치 약식세례를 받은 것처럼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누가복음이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셨음을 말하면서도 세례를 베푼 세례 집례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침수례를 받은 것인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않음으로서 세례요한의 위치를 강조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요한복음의 입장
요한복음은 이들 복음서들과는 전혀 다르게 완전히 딴판입니다.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 세례요한이 세례를 베풀던 곳으로 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께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러 세례요한을 향해 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1:28~29). 그러나 다른 복음서들과는 달리 세례요한은 예수를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세례요한음 명백하게 ‘나는 그를 알지 못하였다(31절,33절)’는 말을 반복하면서 “세례를 베푼 것과 전혀 상관없이” 성령이 비둘기 같이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그의 위에 머문 것을 보았다고 말합니다(32절).

그렇기 때문에 요한복음에 의하면 세례요한 자신이 예수께 세례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는 세례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았다는 언급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한복음에 의하면 세례요한은 예수께 성령이 임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 예수를 알지도 못했으며 세례를 준적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는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나아가 세례 자체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른 복음서들에 의하면 예수께 비둘기 같은 성령이 임한 것은 예수께서 세례를 받은 직후인데 요한복음에 의하면 세례와는 전혀 상관없이 임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복음서들이 나타내고 있는 서로 다른 차이점들의 뜻
이런 차이점들은 복음서들뿐만이 아니라 외경에서도 ‘대체 왜 예수께서 세례요한의 세례를 받았던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됩니다. 동시에 그로 인해 서로 다른 다양한 신학적 입장을 표방하면서 자신들의 믿음생활을 ‘굳건히’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차이점들을 통해 각각의 차이점들을 통해 나타내는 독자적인 신학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여 그것에 근거한 ‘현대인의 그리스도 신앙’을 정립하는데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오늘의 본문인 마태복음이 나타내는 뜻
그러면 마태복음은 왜 다른 복음서들에는 없는 14절~15절의 내용을 본문에 첨가한 것일까요? 다음과 같이 마태복음의 의도를 셋으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1. 구원사역의 연속성(구약과 신약의 연속성)
세례요한과 예수는 서로 상관이 없는, 단절된 관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구약과 신약이 서로 무관한 관계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어떤 사람들은 구약을 신약보다 아래에 있는 수준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구약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뜻을 조금도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구약을 배제하거나 신약보다 조금 열등하다는 식의 안목을 가지면 절대로 안 됩니다. 동등한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세례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은 ‘죄인’을 위한 구원사역의 연속선상 위에서 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세례요한의 사역, 세례요한으로 표징되는 구약의 말씀은 예수로 말미암아 수명을 다한 것처럼 인식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과 똑같이 죄사함의 세례를 받음을 통해 예수의 뒤를 따르는 믿음의 사람들이라는 확증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면 이제 더 이상 예수 이전의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예수도 받은 세례를 받지 않고서는 예수 따르미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한국민이라고 우기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따르미로서 여전히 구약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뜻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따르미들답게 성장해야 합니다.

2. 그리스도인들이 보여야 하는 진정한 우월성
진정한 우월성은 참다운 겸손과 일치해야 한다는 교훈입니다. 예수께서는 모세보다 우월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과 함께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성자 하나님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바로 우리와 똑같은 입장, 처지, 형편으로 낮아지셨습니다. 인간존재와 전혀 다른 하나님의 아들 예수께서 그렇게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숨을 잠깐 멈추고 머리까지 물속에 넣었다가 올라서는 과정, 곧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숭배를 받으시는 분은 참으로 숭배자의 입장까지 내려오실 수 있는 분임을 자신이 친히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마태복음에 의하면 우리의 구주 예수는 죽음에까지 낮아지신 참으로 높으신 분, 바로 그리스도입니다.

그런 분을 앞에 놓고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았으니 세례요한보다 낮은 것이 아니냐, 세례요한이 베푸는 세례를 받았으니 사실상 예수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었던 것이 아니냐, 완전한 인간이지만 나중에 하나님의 아들로 입양된 양자가 아니냐는 등의 이설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예수 따르미들은 그 분처럼 함으로 진정으로 존경받고 칭송받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것에 최선을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기초 토대입니다.

3. 하나님 자신이 친히 행하시는 구원사역 강조
네 복음서 공통점은 예수께 성령이 임했을 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확증이 선언되었다는 것에서 분명하게 나타나는 진리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직접 하신다는 교훈입니다. 성령은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영입니다. 그것은 사람이 요청해서 오는 영이 아님을 가리킵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구원사역을 위하여 하나님 쪽에서 보내시는 하나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위한 구원사역은 하나님의 일방적인 ‘인간사랑’에서 비롯된 은총이며 사랑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복음서들의 명명백백한 지적에 의하면 죄인된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한 일방적인 은총을 통해 구원의 기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하신 겁니다. 그러므로 복음서들에 나타나는 것처럼 하나님 자신의 구원활동을 통해, 혹은 요한복음에 나타나는 것처럼 하나님의 사람들이 증언하는 하나님의 구원활동을 통해 구원의 반열에 든 믿음의 사람들은 예수께서 보여주신 ‘모든 의’를 이루는 참다운 우월자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해야 합니다. 그것이 ‘합당한 일(마3:15)’일이기 때문입니다.

대체 왜 아무런 죄가 없으신 예수께서 죄인들을 상대로 회개케 하는 세례를 받으셔야 했던 것인지를 마태복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마태복음의 신학적 입장에 서서 본문을 숙고한다는 의미가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학적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마태복음이 전하는 ‘신학적 삶’이라는 “예수 따르미다운 삶”이라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한층 더 마태복음에 나타나는 예수 따르미의 삶이 우리 자신의 삶으로 육화되어 참으로 우월한 그리스도인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