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일(토), 생명을 잉태하는 봄의 단비도 느끼고, 오지의 땅에 숨어있는 자연도 체험하고, 지역의 문화도 느껴보는 일석3조의 여행이 아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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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주 동천의 아름다움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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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야 '나의 고택문화 엿보기'가 그것이다. 단연 이번여행의 백미는 상주 외서면의 우복종가(愚伏宗家)엿보기 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상주시로 향하는 날씨는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는 침착한 날씨였으나, 중부고속도로 이후부터는 여지없이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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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복종택 우측에 자리잡은
서원풍경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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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급한 볼일이 생겨 익산을 들렸다오는데, 21세기 서동(백제무왕)과 선화공주의 설화가 깃든 오지벽촌 충화면 가화리에 [서동요] 찰영장의 안내판이 보였다. 특별히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익산이 선화공주의 생가터라는 안내간판에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더 가니까 서동의 생가터도 보였다.
맛둥도령 서동은 백제말기 용의 아들로 태어나 신라의 아름다운 재녀 선화공주를 짝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서동요를 부르게하여 결국은 부부의 연을 맺고 서동은 학문과 무예를 닦아 법왕이 죽자 30대 무왕의 자리에 오른다는 참으로 신화같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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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복종택의 전경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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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덕여왕의 동생 선화공주는 엄연히 신라출신으로 생가터라는 말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실세계를 훌쩍 뛰어넘기 위한 문학적 세계관은 이해가 가지만 있지도 않았던 생가를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각 지자체들의 얇팍한 상술에 씁쓸한 조소를 보낸다.
어쨌거나 익산과 대전을 거쳐 영동의 개발되지 아니한 시골풍경을 대하니 자연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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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복종택의 솟을 대문을
들어서며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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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의 우복종가는 상주에서 30분거리에 있는 외서면 우산리 아름다운 자연속 그림같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서면에서 901번 지방도로를 따라 외서면으로 향하다가 상우산리 좌측으로보면 멀리서도 한눈에 확 들어오는 길택이 있으니, 뒤로는 소백산맥의 한 지류인 봉황산이 버티고 중간 너른 터에는 복숭아 과수원과 맞닿은 제법 규모가 큰 한옥이 커다란 내를 바라다보며 당당하게 서있다.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들어가면 맑고 고은 냇가의 경치에 정신을 놓게하는 풍경이 들어온다. 이곳에서 앙증맞은 다리를 건너면 돌을 시멘트에 박아 놓은 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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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복종택의 전경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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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에서 바로 우측으로는 초가집과 함께 고풍스런 서원이 자리한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곧장 위로 올라가면 약간 경사진 언덕이 나오는데 이곳을 오르다가 좌회전하면 조선영조가 우복 정경세선생의 덕을 기려 하사한 땅에 5세손 정극원이 1750년 건립했다는 우복종택이 나온다.
우복종택은 우산동천에서 좌측편 넓은 산등성이 중턱에 동향으로 앉았다. 제법 굵다란 비가 내리는 우복종택 앞에서 잠시 안내문을 읽고는 다섯칸 대문채 가운데 하나인 솟을 대문에 들어서니, 채소를 심은 정원과 넓은 마당이 이어지고, 건너편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들서로 '튼 ㅁ자'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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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복종택의 안채 엿보기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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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에 들어서서는 조심스럽게 종택의 어르신을 찾으니 곱디고은 할머님이 나와 일행을 맞는다. 잠시 우복종택을 엿보기를 간청드리니 그러마 하시고는 일단 안방으로 들어와 차나 한잔하고 가란다. 손에는 송편을 빚다 뭍힌 흰 밀가루로 범벅이 됐지만 따스하게 맞는 느낌은 우복종택만의 가풍이 흐르고 있음을 짐작해 한다.
일행은 얼떨결에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따스한 커피를 마시며 종택의 다소곳한 안방을 감상했다. 할머니는 홀로 되신지가 오래고, 이제는 대학을 졸업한 아들과 함께 과수원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상주의 지인들을 할머니도 알고계시니 격의없이 친숙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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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복종택 행랑채에서 바라본
대문풍경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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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안방에서의 엿보기를 마치고 대청과 행랑채를 차례로 엿보니 내부와 외부공간과의 거스름 없는 배치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 별천지다.
오늘이 제삿날이라 송편을 빚는다면서 열심히 손을 놀지 않으시는 우복종택의 어르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는 고택을 걸어 나왔다. 뒷편으로는 오른쪽 우복 정경세 선생을 모신 불천위 사당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랑채는 앞쪽에 네벌대 석축을 쌓고 뒤로 조금 물린곳에 다시 네벌대 기단을 축조하여 앉혔기 때문에 이색적으로 높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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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주남산에서 만난 수즙은
할미꽃 엿보기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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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사랑채에서 대문채 너머 뛰어난 경관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 '산수간(山水軒)'이라 했다한다.
우복종택을 빠져나와 곧장 상주 남산에 올랐다. 정말이지 자연만한 아름다움이 또 어디 있을까. 오지속의 자연은 모든 것이 아름답다.
특별히 양지바른 곳에 다소곳하게 살고있는 할미꽃들은 이슬을 머금어 더욱 수줍은 얼굴을 내밀어 우리들에게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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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날 활짝 웃어 방기는
할미꽃 표정 @ 류기석 2006 경북상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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