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버지

우리 사단 작전부사단장이셨던 집사님께서 최근에 겪었던 일을 들려 주셨습니다. 이제 장성하여 혼기가 찬 남매를 두고 있는데 20대 후반의 아들이 대화 가운데 엄마, 아빠는 우리가 학창시절에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잘 모를거라고 하더랍니다. 자세히 물어보니 1년,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하는 바람에 항상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았고 그 일이 어린 시절 자신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고...

그저 잘 커주는 아이들에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집사님께는 아주 큰 충격이었다며 그 아들의 이야기가 뇌리 속에 박혀 잊혀지질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도 눈시울을 붉히셨던 집사님...

그 이야기를 들은 지 한 달이 못되어 미국에 있는 집사람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심상치 않게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준 충격적인 이야기... 큰 아들 용현이와 학교 생활과 공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용현이가 한 이야기였는데...

한국에 있을 때 6번째 초등학교에서 졸업을 한 용현이가 마지막 초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6학년을 보낼 때, 다가오는 친구들이 없어 혼자 점심을 먹고 혼자 쉬는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그 때의 고통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는 한 동안 멍~~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항상 예의 바르고 착하고 밝기만 했던 용현이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다니... 돌이켜 생각해보니 집사람과 함께 “요즘 용현이에게 사춘기가 왔는가보다” 말했던 바로 그 시기였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군목 사역을 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며 6번째 초등학교에서 졸업을 했던 용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의 감정이 떠올라 목이 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