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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큐메니칼 설교(20121223/김종구목사/jkim3@ses.gtu.edu)
제목 : 기다림 - 네 번째 청년에게 거는 희망
본문 : 다니엘 3:13-28 요한계시록 18:21-24 마태복음 10:24-33
1. ‘예수를 믿는다’는 말은 ‘예수를 주인으로 믿는다’는 뜻입니다. ‘믿음’은 그냥 예수님이 존재함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내 삶의 주인’, 나아가 ‘예수님은 역사와 세계의 주인’ 되심을 믿는 것입니다. 그래서 ‘구주’(나를 구원해주시는 주인), 구세주(세상을 구원하시는 주인)라고 합니다. 따라서 믿음이라는 것은 구원을 받는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종종 믿음을 삶의 형태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기독교를 외적인 표현으로 보게 됩니다.
주일이면 예배당에 가는 사람, 노래할 때 손들고 하는 사람, 식사 시작할 때마다 잠시 졸았다가 깨는 사람, 십자가 목걸이 하고 다니는 사람, 차안에 십자가 달고 다니는 사람...
물론 이런 문화적인 내용은 신앙의 한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신앙은 삶의 외적인 형태보다도 가치관,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고백’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즉 ‘예수 그리스도는 오늘 나에게, 혹은 우리 공동체에게 누구인가?’라는 고백이 신앙의 본질적인 요소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이 고백의 핵심은 ‘주인에 대한 종으로서의 충성’입니다. 때로 예수 믿기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의 주인을 위해 바쳐야 한다는 이 엄밀한 ‘고백’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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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드바르트 뭉크, 1893년, 91×73.5㎝,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 미술관 |
이 그림은 수십 개의 다른 형태-티셔츠와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로 복제되었던 근대미술에 있어 가장 친근한 이미지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이 엄청난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보편적인 경험을 묘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이 그림에는 일상생활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그림은 에드바르트 뭉크(1863-1944)가 1892년에 앓았던 끔찍한 공황발작이라는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뭉크는 자신이 크리스티아니아(현 오슬로) 교외에서 산책하고 있었을 때 이 증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한쪽에는 마을이 있고 내 아래에는 피오르드가 있었다. 나는 피곤하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 ‧‧‧ 해가 지고 있었고 구름은 피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나는 자연을 뚫고 나오는 절규를 느꼈다. 실제로 그 절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진짜 피 같은 구름이 있는 이 그림을 그렸다. 색채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뭉크는 충격파처럼 인물의 얼굴을 원초적 두려움의 모습으로 변형시키는 일련의 요동치는 선을 통해 절규를 묘사하였다. 화가는 또한 그의 뒤에 걸어오는 두 명의 인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림으로써 이 효과를 강조하였으며, 결국 이 트라우마는 외부세계에서 온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기인했음을 암시하였다.
논평가들은 이 사건의 원인이 뭉크의 허약한 정신상태나 알콜중독 아니면 단순한 광장공포증으로 인한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뭉크는 이 그림의 모사작에 연필로 "미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것이었다."라고 썼다.
<출처 :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화 1001점, 스티븐 파딩 외 공저, 마로니에북스 >
그런데 이 고백을 힘겹게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인의 마음속에 깊이 도사리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그리스도인들도 결코 이러한 불안감으로부터 자유하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언제나 옆에 있음에도, 언제나 임마누엘 하나님께서 동행하심을 믿는다고 하지만, 현실생활에서는 언제나 불안해합니다.
지난 주 세계는 참으로 불안과 공포가 휩쓸고 간 한 주였습니다. 특별히 초등학생들이 공포가운데 떨고 또 희생되었습니다. 중국의 허난성에서 30대 남성이 한 초등학교 앞에서 칼을 휘둘러 2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상해를 입힌 데 이어, 미국 코넷티컷 주에서 충격적인 총격사건이 일어나 유치원과 초등학생 최소한 27명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은 어머니까지 살해한 뒤 결국 자살했습니다. 저는 특별히 미국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을 보면서 두 가지 면에서 충격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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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네티컷 총기난사 희생자들 |
첫째, 사건발생한 곳이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곳으로 꼽히는 코네티컷 주의 마을에서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인간 사회 어디에서건 결코 안전한 곳이 없음을 증명합니다. 둘째는 범인이 모범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외로운 학생이었다고 합니다. 인간이 가장 깊은 곳에서 조그마한 상처에도 견딜 수 없는 여리디 여린 존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피해를 당한 사람도, 가해를 한 사람도, 그 사건을 접하는 우리 모두도 깊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오늘 우리 한국사회도 불안감의 무게로 따지면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입니다.
입시의 과중함은 수많은 청소년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은 수많은 대학생들의 미래를 어둡게 합니다. 외모지상주의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자신감을 빼앗아갑니다. 강제출국의 위협 앞에 놓인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해고와 실직으로 생존의 위협에 놓여 다양한 방법으로 싸우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 ....
불안은 이런 거창한 것만이 아닙니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려고 희망하지만 사회적 경쟁에서 뒤쳐질까 늘 뒤로 미루곤 합니다. 바로 불안감 때문입니다. 이러한 암울한 현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기에, 우리들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2. 그러나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인생들을 향하여 던지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단호합니다.
“몸은 죽일지라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영혼도 몸도 둘 다 지옥에 던져서 멸망시킬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심리적 불안감을 아주 예리하게 분석하시고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분명히 알려주신 것입니다. ‘진짜 두려워해야 할 존재를 두려워하고’ ‘그렇지 않은 두려움으로부터는 자유하라’는 것입니다.
때로 입시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실직상태에서 사회적인 모멸감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짓눌려 살 수도 있습니다. 쫓겨날 수도 있고,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슬피 울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하시는 도전은, 이러한 사회적 ‘실패’가 궁극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사회적 두려움과 불안감 때문에 ‘하나님을 잊어버리는 궁극적인 실수’를 범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근본을 잃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왕국 유다가 바빌론에게 패망하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바빌론은 유다의 귀족과 왕족 자손 중에서 몸에 흠이 없고 용모가 잘 생기고, 지혜와 통찰력이 있으며 학식이 높아서 바빌론 왕을 모실만한 소년들을 인질로 잡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바빌론의 언어와 문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창씨개명을 강요했습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의 바빌론 생활은 불안감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님신앙에 투철한 젊은이들이었습니다. 음식 하나에서부터 철저하게 신앙적으로 살았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 보아 넘길 수 있지만, 그것이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여질 때, 그들은 철저히 하나님 편에 서는 신앙을 보였습니다. 결국 그들은 승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의로운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더하시고 각종 학문에서 월등한 성적을 내도록 도우십니다. 오늘날 많은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성적은 공부에 들인 시간과 노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데, 다니엘서는 이러한 견해를 철저하게 뒤집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신앙적인 삶’이 훌륭한 성적에 더 큰 공헌을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쨌든 철저하게 신앙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다니엘과 세 친구는 궁 안에 있던 모든 젊은이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얻었고, 왕을 모시는 영광의 자리에 앉게 됩니다.
3.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왕 느부갓네살이 등극하였습니다. 느부갓네살은 금 신상을 세워 이 신을 중심으로 모든 식민지와 본국을 통치하려고 합니다. 모든 백성들은 그 금신상에 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절하지 않는 사람은 불타는 용광로속에 던져 넣겠다는 포고령을 발했습니다. 그런데, 다니엘의 세친구,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왕의 이 명령을 따르지 않은 사실이 왕께 고발되었습니다. 왕이 분노하여 세 젊은이를 체포하였습니다. 왕이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회유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절을 하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용광로속에 던져버리겠다고 협박합니다. 그랬더니 그들의 말이 참 놀랍습니다. 젊은 나이에 어쩌면 이렇게 담대한 고백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 그지없습니다.
“불속에 던져져도 우리를 지키시는 우리 하나님이 우리를 활활 타는 화덕속에서 구해주시고, 임금님의 손에서도 구해 주실 것입니다.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임금님의 신들은 섬기지도 않고, 임금님이 세우신 금신상에게 절을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단 3:17-18)
젊은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사회적인 두려움이었을 것입니다. 인질이지만, 그래도 왕을 모시는 높은 자리를 얻어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과 팽개쳐 버려야 할 두려움을 구별할 줄 아는 믿음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믿음의 소중한 구절을 배우게 됩니다.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이것이 사회적으로 다가오는 두려움에 대해 우리들이 취해야 할 단호한 태도입니다. ‘설령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나는 하나님만을 두려워하며 나의 주인으로 모시고 살겠다’는 태도입니다. 우리가 삶의 모든 순간에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라고 고백하면 언제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약속이 있습니다. 바로 ‘네번째 청년의 희망’입니다.
4. 다니엘의 세친구의 당당한 고백에 느부갓네살 머리에 뚜껑이 열렸습니다. 용광로온도를 일곱 배로 올리라고 명령하고 그들을 그 속에 결박하여 던져 넣으라고 명령했습니다. 불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그들을 잡아 던지던 군사들이 모두 타죽을 정도였습니다. 이 엄청난 위험과 시련을 우리가 무슨 재주로 이기겠습니까? 하나님이 함께 하셔야 합니다.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라고 고백하며 세상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성도들에게는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보호의 손을 펼치십니다. 느부갓네살 왕이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세 명을 던져 넣었고, 또 모두 꽁꽁 결박해서 던졌는데, 보니 네 사람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결박은 모두 풀려져있고, 사람들은 상처 하나 없이 용광로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네 번째 청년!’ 느부갓네살 왕이 소리치기를 ‘하나님의 아들 같다’고 했습니다. 죽음을 무릅쓴 신앙의 투쟁 속에서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님의 또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시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약속하신 그분이 보내신 보호의 손길입니다.
나중에 용광로에서 걸어 나온 그들을 보니, 몸이 불에 상하지도 않았고, 머리털도 그을리지 않았고, 바지색깔도 변하지 않았고, 불에 탄 냄새도 나지 않았습니다. ‘비록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하나님신앙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했던 젊은이들은, 하나님신앙도 지키게 되었지만, 자신들의 모든 사회적 영광도 그대로 유지하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여러분이 맞닥뜨리고 있는 사회적 현실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습니까? 그 경쟁의 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한 여러분의 싸움과 노력은 또한 얼마나 눈물겹습니까? 이런 생존경쟁의 치열한 현장 속에서 ‘순진하게 말씀대로 산다는 것’은 여러분을 얼마나 불안하게 만듭니까? 그러나 여러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말씀대로 살려는 담대한 고백을 한 용광로속의 젊은이들과 함께 있었던 ‘네 번째 청년’. 우리들의 머리카락 개수까지 세시는 그분께서 우리와 친히 동행하십니다. 때론 보이지 않아도, 때론 느껴지지 않아도, 그분은 언제나 ‘네번째 청년’의 모습으로 우리 삶의 위기가운데에, 우리 삶의 고난가운데에서 우리를 언제나 보호하실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강림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온 우주의 피조물의 탄식 소리 속에 하나님께서는 인류가 가야할 미래를 ‘네 번째 청년’을 통하여 희망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우리공동체의 삶의 현장에서 ‘네 번째 청년’이 함께 하심을 굳건히 믿고 믿음을 지키시는 여러분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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