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제일교회가 산돌학교를 방문했다

▲ 류자형목사

“영국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처음 부임해서 아이를 유치원에 맡겼는데, 원장이 ‘올해는 아이들이 많아 한 반 인원이 많아졌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 몇 명이냐고 물으니 13명이라고 했다. 작년에는 9명이었고... 그 때가 1978년이었다.” 강서제일 교회 류자형 목사의 말이다.  

찾아보니 1978년도에 우리는 한반을 60~70명씩 꽉꽉 채워 오전, 오후반을 나눠서 공부했었다. 그 때 보다는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대한민국은 2012년에도 여전히 한 반의 인원이 30명을 넘는다.

물론 이것은 우리 교육현실의 한 단면에 불과하겠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교육 시스템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기러기 아빠’로 불리는 자발적 이산가족이 바로 한국 공교육의 현실에 대한 반증이면 반증이라 할 수 있을 터.

지난 토요일(15일) 서울남연회 양천지방 강서제일교회 류자형목사 내외와 여선교회 임원들이 ‘산돌학교’를 찾았다. ‘산돌학교’는 개신교단 중에서는 감리교가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대안학교다. 작년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 방문.

산돌학교를 찾은 이유는 여선교회가 일년 동안 자체사업을 통해 모은 돈 1천만원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강서제일교회는 여선교회의 사업수익금을 모아, 매년 ‘산돌학교’를 돕고 있다. 계획은 앞으로 5년. 2년 동안 벌써 2천만원을 지원했다.

이를 위해 강서제일교회 여선교회는 회원들이 재료를 직접 구해서 된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 등을 만들어 판다. 가격도 착할 뿐만 아니라 맛과 재료의 질도 사다 파는 것보다 훨씬 낫단다. 무척 번거로울 텐데도 직접 만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남기 때문이라고. 더 많이 베풀기 위해 더 많이 남기려는 것이다. 오호~ 자본주의 4.0 시대의 진정한 롤 모델이다.

▲ 강서제일교회는 5년동안 매년 1천만원씩을 전달할 예정이다. 올해가 두번째.

대안교육에 깊이 공감하여.

류자형 목사는 유달리 대안교육에 관심이 많다. 경쟁과 대학입시에 매달린 한국 공교육의 폐해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목사는 경기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왔다. 당시에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엘리트 코스. 민주당 전 당대표였던 손학규 의원과는 고교 동창이며 지금도 절친이다. 목회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굴지의 대기업 임원으로 근무했었다.

공교육의 수혜를 누구보다 넉넉히(?) 받았던 류목사는 지금은 오히려 대안교육의 철학적 가치들을 알리고 대안학교를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제도권 교육의 경쟁에서 항상 선두권에 서있던 그가 어떻게 대안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류자형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공감하듯) 한국의 교육 현실이 심각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은재 목사(산돌학교 교장)를 알게 됐다. 이 목사로부터 대안교육의 철학과 가치에 대해 듣고, 이야기를 나누며 (교육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교인들도 설교와 대화를 통해 대안교육의 철학에 대해 적극 공감하게 됐다.”

류자형 목사는 한국의 공교육 현실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오직 경쟁으로만 환원되는 한국 교육의 시스템에서 아이들이 시들어 가고 있다. 선택의 다양성의 차원에서 외고나 자사고, 특수목적고 등을 만들었지만, 오히려 교육의 불평등한 경쟁만 심화시켰을 뿐이다. 대안학교라는 말 그대로 (대학입시를 위한 피말리는 경쟁에만 메달리고 있는) 공교육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류자형 목사는 ‘산돌학교는 주변의 환경은 굉장히 좋은데, 시설이 많이 낙후되어 있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산돌학교는 수십년 전에 지어진 감리교 제2연수원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우리 교회가 지원하는 돈이 큰돈은 아니지만 산돌이 운영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며 산돌학교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전달식은 현재 중강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감리교 연수원 건물 2층에서 열렸다. 마침 그날은 산돌학교가 학기를 마감하기 바로 전 날이었다. 한학기 동안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놓은 노작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목공으로 만든 책꽂이, 토기로 만든 머그컵, 직접 짠 목도리, 판화, 직접 만든 책 등등... 작품은 꽤 훌륭했고, ‘아! 이런 건 팔아도 잘 팔리겠다.’라고 생각했다.- 좀 천박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확 와 닿는 설명이 또 어디있겠는가...

전달식에 이어 감사와 환영의 뜻을 담아 재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사물놀이’ 공연이 있었다. 공연 또한 수준급. 류자형 목사의 격려의 인사와 간단한 기념 촬영을 끝으로 조촐했지만 아주 뜻 깊은 작은 행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 산돌학교를 방문한 강서제일교회 여선교회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산돌학교에 가다

산돌학교는 초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신입생을 받는데, 현재 5학년까지 운영되고 있다. 일반학교와 똑같이 기본적인 인지교과인 국어, 영어, 수학 등도 가르치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외에 도예, 미술, 음악, 춤, 미디어 등의 ‘예술 활동 교과’, 농사, 살림(집에서 하는 ‘살림’말이다), 자연치유 의학, 인권, 성교육 등의 ‘생활교과’, 국토 순례, 해외 이동 수업, 평화교육, 기도, 명상 등의 ‘집중교과’들로 채워져 있다. 팜플릿을 보다가 주책맞게도 나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산돌학교는 앞으로의 교육과정에 또 하나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준비 중이다. 이름하여 ‘프로젝트 수업’.

이은재 교장은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프로젝트 수업이란 하나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켜가는 방법이다. 일종의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독일의 발도로프 슐레(독창적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독일의 대안학교)는 한 학년 동안 ‘연극’만 한다.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의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달라졌다고(성숙해 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또한 프로젝트 수업이 기본인지교과를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 오히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지금 산돌학교는 내년부터 이 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교사들과 함께 한창 준비 중이다.”

▲ 산돌학교 이은재교장

학생 자치활동과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이미 사물놀이를 통해서도 알았지만 동아리의 수준도 평균 이상이다. 학생자치회의 결정으로 4년 전부터는 사순절과 대림절기에 금식을 통해 모은 헌금으로 다른 이들을 돕고 있다.

그동안 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성금을 보냈고, 칠레와 아이티 지진으로 발생한 난민을 도왔다. 미자립 교회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고, 올해는 암으로 투병중인 대안학교의 대부 ‘김창수 선생’을 직접 찾아 뵐 예정이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기금으로 말이다.

선생님들도 매우 열심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학교 주변에서 살고 있다. 비록 박봉이지만, 돈 때문에 있는 것이 아니니 교사의 열정이 보통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교사 연수에도 적극적. 교사들의 이직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또한 학교는 지역과 학부모, 학생, 교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두어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충성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올해 ‘제2연수원 집회 시설(산돌학교 학사시설)’을 지으면서 총 14억 정도의 경비가 들었는데 그 중 약 9억원 정도를 학부모들의 모금으로 충당했다.

올해 산돌학교는 2009년부터 시작된 ‘산돌학교 기숙사’라고 알려진 학교 건물을 완성했다. 그러나 외부에 기숙사로 알려진 것과는 달이 그 안에는 기숙사 외에 교사, 도서관, 그리고 기도와 명상 등을 할 수 있는 강학당이 포함되어 있다. 공식 명칭은 ‘감리교 제2 연수원 집회 시설’이다.

여름과 겨울 방학에는 개교회들의 수련시설로 대여도 가능하다. ‘산돌학교의 만의 재산이기 보다는 감리교 전체를 위한 자산’이라고 이교장은 설명한다.

현재 ‘산돌학교’는 다른 교단들과 대안학교들의 부러움과 벤치마킹 대상이다. ‘대안학교’ 중에서는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까닭이다. 산돌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고, 또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의 강요나 부모의 기대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에 주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성적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했다. 자기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산돌학교’의 입학 경쟁률은 3:1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매년 추첨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지만 여건이 녹녹치만은 않다. 목사님들로부터 자신의 자녀들을 입학시켜 달라는 청탁(?)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 교장은 '기회의 다양성 측면에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죄송할 따름'이라며 정말 미안해 했다.

10년 동안 산돌학교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족한 시설을 늘리고, 양질의 교사들과 더 풍성한 컨테츠를 확보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이교장은 말한다.

또한 대안학교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상대적으로 비싼 학비 때문에 입학을 망설이거나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대안학교는 정부로부터 정식 인가된 교육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지원을 전혀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산돌학교는 전체 학생의 25%정도에게 수업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를 더욱 확대하여 전체에 대해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농, 어촌이나 도시의 어려운 목회자들의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확대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산돌학교는 교단내의 일부의 우려와 달리 모든 재산은 감리교 유지 재단에 소속되어 있다. 또한 이교장은 앞으로도 감리교가 직접 운영하는 대안학교로 운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산돌학교는 일부 대형교회에서 운영하는 소수 정예를 위한 대안학교를 거부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대안학교란 99%의 보통사람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올바로 서 가는, 그래서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함께 살리는 사람으로 길러내는 학교다.

▲ 산돌학교 학생들 전교생이 약 100명 정도이다.

홈페이지 www.sundol.or.kr 홈페이지에 산돌학교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운수리 357 

입학문의 031) 511-3295

후원방법 CMS 모금이나 직접 후원. 홈페이지 참조

P. S 대선에 가렸지만, 서울시 교육감 선거도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뤄진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도입하려했던 '혁신학교'도 사실은 대안학교의 이념과 교육철학을 제도권 교육에 도입한 측면이 크다. 기자는 취재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그 말이 참 좋았다. "개신교단 중 감리교가 유일하게 운영중인 산돌학교... 감리교 목사인게 막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산돌학교는 항상 앞서서 아방가르드를 실천해 왔던 감리교회가 또 한번 세상에게 무언가 크게 보태줄 수 있는 귀중한 자산이다.

▲ 류자형목사와 교인들이 산돌학교 학생들의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 산돌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 짧지만 훌륭한 연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 학생들의 미술작품이 전시됐다.     ▲ 목공예로 만든 나무십자가     ▲ 학생들이 완성한 도자기. 이제 굽기만하면 그대로 작품이 된다.     ▲ 학생들이 만든 자신만의 책. 무엇보다 큰 인생의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