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임박

대선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 각 후보 진영에서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한 선거운동이 치열하다.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지난 주 내내, 대선관련 뉴스 중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단연 ‘톱’이었다.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1억5천만원짜리 굿판을 벌였다는 것과 박 후보가 신천지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쪽과 ‘네거티브 공세일 뿐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받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 당분간은 하느님만 알고 계실 것이다.

▲ 사진 1. 박근혜후보의 '굿'사진이라고 제보된 사진. 사진에서는 박근혜후보를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 갈무리.

박근혜와 굿

연달아 터진 이 두 가지 사건, 드러나는 현상 말고 본질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검색어 ‘박근혜와 굿’에 대하여...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개인적인 고백부터 하자.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굿’ 논란, 매우 흥미(?)로웠지만, 기자로서는 ‘박근혜 후보와 굿’에 관련한 기사를 쓰지 않을 작정이었다.

이유는 딱 하나. ‘누군가(대통령 후보를 포함하여)가 어떤 이유로든지 굿을 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만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 된 나라이기도 하고, 또한 이미 두 전직 ’장로 대통령’ 시대를 통해서, 대통령의 종교가 (대통령의)자질과는 ‘아무 관계 없음’이라는 데이터가 이미 내 안에 경험적 진리로 자리잡고 있는 까닭이기도 했다. 무속을 신앙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공적인 영역의 자질과는 하등 상관없다는 말이다.

물론 ‘무속이 종교인가?’에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종교란 말, 풀어보면 가장 높은 가르침이란 뜻이다. 가장 높은 가르침의 핵심은 바로 ‘자기 성찰’과 ‘자기 부인’ 그리고 각성된 개인의 사랑과 자비의 실천.

근데 ‘굿판’엔 이게 없다. ‘굿’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신이 계획을 바꿔 준다. 돈을 더 많이 내면 효과가 더 좋다. 사랑의 실천이 아니라 심지어 굿을 통해 다른 사람을 해할수도 있다. '전통문화'라는 측면 말고는 부끄러울 정도로 유치한 ‘로직’이다. 기복신앙의 결정판. 굳이 목을 나누자면 ‘원시 종교’라 부르면 적당하지 싶다. 절대 '고등 종교'는 될 수 없다는 거.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이 '나는 무속신앙을 가지고 한평생 살겠노라'하면 그걸 인정해주는 것이 헌법이 보장해 준 권리다. 그런 차원에서 이 기사를 다루는 것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일 수도 있는 문제였다.

▲ 제보된 사진2. 박근혜 후보가 보인다.'박정희 육영수'의 탄신제 사진. 근데 탄신제에서 굿하면 뭐라하지? 예배보면 '추도예배' 미사보면 '연미사' 그러는데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그런 ‘굿’이 있었다고 알렸던 ‘원정’이라는 스님을 한나라 당이 검찰에 고발 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 ‘원정’ 스님과 이 ‘굿’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준 것으로 지목된 ‘초연’스님의 전 남편 ‘대도 조세형’씨를 공평하게 인터뷰한 ‘나는 꼼수다’팀도 검찰에 고발했다.

죄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후보자 비방...’ 뭐 그런거...

이 논리대로 한다면 ‘만약 ‘굿’을 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명예가 훼손된다’는 것이 된다. 혹은 굿을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하거나... 해괴한 논리다. 스스로를 ‘문화 예술인’이라 칭하는 전국의 무속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소리. 새누리당은 여당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의 일원인 그들의 명예에는 관심도 없는 것일까?... 이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국민 대통합 맞냔 말이다.

새누리당은 나꼼수가 봉주 25회 방송을 통해서 허위사실(박근혜 후보가 1억 5천만원짜리 굿을 했다는...)을 유포했다고, 그래서 고발한다고 말했다(13일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

들어보면 알겠지만 나꼼수는 봉주 25회를 통해서 이 사실을 전하면서 '사실'과 '주장'을 명확히 했다. 원정과 초연스님, 그리고 초연스님의 전남편 조세형씨가 만난 것은 사실. (원정과 조세형씨 모두 나꼼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서로 만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 나는 꼼수다 봉주 25회 참조) 그러나 (굿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와 ‘그런 말 한적 없다’는 엇갈린 주장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렸다. 

▲ 나는 꼼수다 멤버들. 구속된 정봉주도 보인다. 대한민국 언론사 중 디테일은 국내 최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나꼼수를 전격 고소했다. 이거 ‘의도적인 언론탄압’이 맞다. 사태가 심각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꼴. 지금 이 사태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거다.

시편 14편 1절에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는 말씀이 나온다. 근데 ‘어리석은 자는’을 의도적으로 지워버리면, ‘하나님이 없다’가 된다. 그리고 주장한다. ‘성경이 하나님은 없다고 말했다’고...

나꼼수는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렸다’며 ‘굿’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자신들을 고발해준 새누리당에 감사하다며 ‘good'이라고도 전했다.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박근혜 후보는 오랜 명상수련을 통해서 심지가 깊고 조변석개하지 않는 심성을 지닌 분으로 알고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냥 ‘허허’ 웃으며 ‘나 그런 굿, 한적 없어요. 근데 ‘굿’ 하는게 나쁜 건가요?’ 라는 ‘사회 통합적’ 발언으로 통 크게 넘겼으면 좋았겠다 생각해본다. 그동안 쌓아 둔 그녀의 내공이 아쉬운 지점이다.

정리하면 이 사태의 본질, '사회의 한 구성원인 무속인들에 대한 집단적 차별'과 '언론에 대한 전형적인 재갈 물리기' 인거다. 이에 따른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은 덤이고...  

▲ 새누리당과 박근혜 그리고 한기총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며 김용민을 비난했다. 뉴스앤조이 펌.

박근혜와 신천지

신천지 관련 사항도 마찬가지.

나꼼수 멤버 김용민이 트위터에 “박근혜, 충격이네요. 측근들이 자기 아버지를 신으로 생각하고, 본인은 사이비종교 교주와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고, 신천지와도 우호적인 관계이고, 개신교 신자 여러분, 이거 심각한 문제입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다음은 저자의 의도. 1. 측근들이 자기 아버지를 신으로 생각하고는 박정희를 ‘반신반인’으로 표현한 남유진 구미시장에 대한 이야기고, 2. 본인은 사이비종교 교주와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고는 1975년 3월 처음 만난, 그리고 1994년 5월 세상을 떠난 사이비종교 교주인 최태민 과의 관계에 대한 것. 3. 신천지와의 우호적인 관계라는 것은 새누리당에 조직적으로 가입하는 등 새누리당에 은밀히 세력을 뻗치고 있는 신천지에 대한 CBS와 국민일보의 기사를 재인용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그리고 한기총까지 나서서 ‘사이비 종교 교주’를 이만희 신천지 교주라고 해석하며 김용민을 고소했다. 다시 읽어봐도 김용민의 글엔 주어가 없다. '...사이비 종교 교주와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고...

신천지 논란의 진짜 본질은 이거다. 이단 신천지가 끊임없이 정치권에 줄을 대려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로 여당인 새누리당에 집중돼있다는 것. 정치인이 나서서 신천지 집단에게 구애하지는 않았겠지만, 신천지의 구애를 눈감아 줬을 개연성은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정치의 속성상 말이다.

이는 매우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차제에 정치권에 대해 신천지와 관련한 철저한 조사가 기독교 차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신천지와 관계를 맺은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 운동까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정치인들도 이단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책무가 정통 기독교회에 있는 까닭이다.

그러니까 이 두 사건의 현상과 양측의 공방 말고 진짜 본질이란 1. 무속인들에 대한 차별, 2. 언론탄압이라는 구태, 3. 그리고 '굿 보고 놀란 새누리당 신천지 보고 놀란 것' 되겠다. 국민 대통합이 진짜 목표라면 당장 고소를 취하해야 한다. 그 정도면 마이했다.

대선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 99%가 행복해지는 대통령... 정말 간절하다.

P. S. 지난 토요일 취재차 '산돌학교'에 다녀 오다가 눈길에 차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앞차를 거의 들이 받을 뻔 했다. 바로 어제일이었다. 몸에 힘을 너무 세게 주는 바람에 아직도 온 몸이 뻐근하고, 두통이 심해... '온 세상이 다 노랗다.' 대선이 코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