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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06월 29일 (수) 00:00:00 [조회수 : 4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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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때, 방학이 되어 교문을 나서면 조금 전에 받은 꼴찌의 성적표로 인한 수치나 근심은 하늘로 던져 버리고 해방에 대한 즐거움과 방학에 대한 기대의 함성을 지르는 것처럼, 대학의 첫 여름방학도 젊음의 예비신혼여행이라는 표현이 알맞을 정도로 신입생들의 가슴을 두근거리는 마찬가지였다.
어제의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60일이라는 긴 휴가가 주어졌기에 이 기간을 위해서 교복이라는 사슬에 12년을 묶여 있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신입생들의 마음은 하늘을 날며 바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비신혼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일을 마친 자라는 조건이었기에 공부벌레의 집단에서도 학점을 취득하지 못한 자를 위한 섬머스쿨이라는 재수강의 기회가 주어졌으나, 영이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기에 일단 7월 초부터 10일은 부산에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10일은 아이들의 시험에 대비하는 시간으로 1차 편성표를 작성을 하였다.
서울역에는 많은 대학생들이 귀향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었으나 금의환향을 하는 영이는 양동 이모가 특급열차인 새마을호 표를 선물로 주었기에 가마를 타고 가는 기분이었으나, 젊은이들이 많지 않아 점잖고 조용한 분위기였기에 다소 실망은 되었으나 부산역에 내리면 바로 앞의 산동네로 걸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본향이며 새 분위기의 완월동으로 택시를 타고 간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었다.
“아저씨, 저기 삼팔 족발집 앞에 좀 세워주세요.”
“오~ , 광땡집 말인기요.”
부산역 광장의 택시 주차장에서 가방을 잔뜩 들고 가슴에 한국대학 배찌를 단 여대생의 목적지가 완월동이라는 첫 말에 40대의 기사 아저씨의 표정은 여러 번 바뀌었고, 운전을 하는 중에도 혼자서 머리를 갸우뚱거리면서도 한마디 말이 없었는데 마지막 말인 위치를 말하자 생색을 하며 광땡이라는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다.
“언니, 반가봐예. 아저씨! 오늘은 토요일 장날이기 많이 오이소이.”
택시가 서자마자 족발집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조그만 봉지를 들고 잽싸게 나온 단발머리의 여학생도 이상한 말을 하는 것이다.
“족자야! 니 말 진짜네. 학생, 장하요. 장해! 내 오늘 한국대학 배찌 본 기념으로 차비는 공짜요.”
처음 탈 때는 차에 앉아 가방도 받아주지 않던 기사는 운전석에서 나와 손수 영이의 가방들을 족자라는 단발머리에게 주면서 차비를 마다하고는 조그만 종이 봉투를 받고는 손을 흔들며 떠난다.
영이는 서울로 떠나 대학생활을 하고, 어머니는 약속대로 부산역 앞 동광동에서의 포주 생활을 떠나 자갈치 시장과 영도다리가 훤히 보이는 완월동 사창가에 족발집을 차려 장사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이제 부모의 직업란에 속이지 않고 떳떳하게 상업(족발집)이라 적을 수가 있는 기쁨은 남들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모녀에게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려 이룩한 업적이었다.
38이란 상호를 가진 족발집은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으며 제법 큰 살림방도 가지고 있었는데 한 쪽 벽면은 온통 영이의 사진과 상장으로 도배 한 듯 하였으며 영이가 공부하던 책상도 그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아직도 책상 위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행복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나 심오한 철학도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으나 결과야 어떠하든 이들은 행복의 삶을 사는 것이다.
“엄마! 저 족자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아이 누구예요?”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사람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은 새로 들어온 가구나 새로 단장한 실내장식보다 새로운 사람이라는 묘한 사실이다.
“안 그래도 니가 오면 의논을 좀 할라고 했따.”
어머니는 안방문이 잘 닫혔는지 한번 더 쳐다보고는 싱긋이 웃으시며 말을 한다.
“니를 서울로 보내고 바로 스님에게 이사를 한다는 인사를 하려고 갔는데 족자를 부탁 하더라.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와 살았는데 불심이 강한 족자엄마가 뜻이 있어 비구니가 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자식 때문에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니 혼자 있는 나보고 자식처럼 거두어 달라고 하데. 우리가 어찌 스님의 청을 거절을 하겠노. 일단 내가 데리고 있다가 너가 오면 의논을 해서 결정을 하겠다고 했는기라.”
결혼을 한 남자가 처와 자식을 버리고 스님이 되는 일은 많이 들었으나 어머니가 자식을 버리고 비구니가 되는 일은 영이로서는 처음 듣는 일이었으나 자신의 코 앞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몇 살인데요?”
“여자상고 일학년이니 16살이네. 이름은 윤 설화이고 이제 같이 산지 5개월이 되어 가네.”
손가락으로 셈을 하던 어머니도 이상한 인연이 실감이 나지 않는지 자꾸 손가락을 세어 본다.
“아! 엄마 편지를 대필해 주던 설화네. 그런데 이뿐 이름이 있는데 족자는 가명인가 봐.”
“가명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단순히 족발집의 딸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별명인데 이제는 잘 달린다는 뜻으로 변해 동네에서 유명한 명물이 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데이.”
영이는 자신은 물론이요, 부산의 족발집 딸들이 족자라는 새로운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은 일본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부산 사람들은 아직도 일본말과 문화가 많이 남아있어 창씨 개명 때 여자에게 붙여진 ‘꼬’즉 ‘자’라는 말을 이름을 모르는 젊은 여자 아이에게 붙였기에 국제시장에서 ‘자야!’라고 부르면 요란한 합장소리가 들릴 정도였으며, 태평양 건너에는 세 자야가 미국의 노래판을 흔들었으며 올림픽에서도 고무줄 뛰기로 단련한 자야들이 농구공을 날치기 하는 기염을 토해 자야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 공부를 해야 할 나이의 애를 저렇게 일을 시키면 되겠나? 너무 한 것 아이가.”
일을 도우러 온 사람이 아니라 자식같이 거두어 달라는 스님의 부탁인데 경우가 바른 어머니가 잘못된 마음이 들었나 싶어 영이는 약간 투정이 섞인 항의를 해 본 것이다.
“아이다, 수업이 없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친구집에도 가고 친구들도 놀러 와 재잘거리면서 잘 노는데…, 오늘은 니가 오는 날이라 잔뜩 기다리고 있었데이.”
환경은 변하나 엄마의 마음이나 사창가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소견이 맞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공부나 하라는 나의 말에 막무가내라 걱정이 되어 봉사할메에게 물어 보았는데, 족자가 너처럼 공부를 잘하면 중년이 되거나 자기처럼 무당이 될 팔자인데 다행히 공부와는 담을 쌓은 아이라 ‘지 좋을대로 놔 두라’고 하면서 니는 우리 집안을 이름나게 할 사람이고 족자는 우리 집안에 살림꾼이라고 하더라.”
싱긋이 웃는 엄마를 보며 공부를 하기 위해 부모를 떠난 자식보다 옆에서 도와주는 자식이 낫다는 봉사할멈의 진단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는 꽁지에서 세면 빠르나 9년 개근에 지각 한번 없고 학교의 규칙을 어겨 벌 받는 적이 없는 성실한 애며 성격이 그저 그만이다. 아까 택시 기사양반도 족자 단골손님인데, 기사들이 우리집에 손님을 모시고 오면 미리 봉투에 미리 준비한 간식용 족발을 선물로 주는 희한한 머리를 잘 쓰는 아이며 음식솜씨도 그저 그만이다.”
사창가는 제 발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택시 기사에게 좋은 집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하여 오는 손님도 있기에 업주들은 자신의 집으로 오는 택시기사에게는 약간의 수고비를 주는 관례가 있는데, 족자가 건네준 족발봉지도 그런 성질의 상납품 같았으며 족자가 공부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는 ‘그저 그만’이라는 엄마의 칭찬이 맞다는 사실은 하루 저녁도 지나지 않아 영이가 두 눈으로 확인 하게 되었다.
영이는 방에서 쉬라는 엄마의 말을 족자처럼 못 들은 척하며 앞치마를 두르고 홀에 나왔으나 낮이 긴 여름인지라 어둠을 기다리는 이 동네는 한가하였기에 월세를 낼 수가 있을까 걱정을 할 정도였으나, 어둠이 찾아오자 드문 드문 손님들이 들기 시작을 했는데 자신의 집으로 손님을 당겨가야 할 휘파리 아줌마들도 기웃거렸는데 의외로 영이를 알아보고 반가워 하는 휘파리들이 많았다. 똑똑하고 개인 비행기를 타고 다니던 손오공도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설법처럼 죄 많은 인생도 사창가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았으나 나이 들어서는 선수가 아니라 코치로써 다시 이 바닥을 배회를 하는 것은 그래도 놀던 곳이 좋은 모양이다.
어둠이 짙어가자 밤거리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졌으나 광땡집은 한가로운 장사 분위기가 계속되기에 다시 걱정이 되었으나, 족자는 유유히 콧노래를 부르며 많은 은박접시에 족발을 담고 있었는데 통행금지 한시간 전부터 전화벨이 울리면서 전투는 시작되었다.
“월성관 미란인데요. 족발 4인분, 소주 4병, 청자 2갑, 포도 2송이. 퍼떡 보내 주이소.”
“향미관 향미인데요. 족 2인분, 맥주 4병, 아리랑 2갑, 휴지 2 통, 새우깡 4개. 빨리요!”
“보성관 보옥인데 족 2, 김밥 4, 씨야시 잘 된 맥 4, 콜 2, 가스명수 2. 열나게 퍼떡요.”
엄마는 걸려온 전화마다 입으론 ‘야~, 야~’로 응답을 하고 고개론 상대를 보듯이 절을 하며 남은 손으론 볼펜으로 쪽지에 주문을 열심히 적는 모습은 전투상황을 보고 받는 사령관의 모습이다.
짧은 반바지, 짧은 T셔츠, 실내화, 모자까지 온통 청색 차림인 특공대 족자는 테이블 위에 순서대로 놓여진 쪽지에서 6등까지 쥐고는 자전거 앞의 간이 물건함에는 은박상자에 담긴 족발, 뒤의 간이상자에는 술과 음료수, 자신의 등 멜빵에는 담배, 휴지, 과자. 과일 등을 분주히 담는다.
“어머이예! 언니예! 퍼떡 갔다 오끼예.”
자신에게 멜빵을 메어주는 엄마와 멍하게 서서 신기한 광경을 쳐다보는 보초에게 인사를 한 족자는 야옹이가 뒤에 앉은 자전거 위에 올라 타고는 엉덩이를 들고는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영이야, 시계를 봐라. 지금 11시 5분이제. 6군데를 배달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노?”
완월촌은 대로에서 조금 올라 와 차들이 양쪽으로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길에 양쪽으로 영업관들이 줄지어 있기에, 갈 때와 올 때에 들릴 장소만 정하면 되기에 족자의 머리 속에는 이미 6군데의 배달처의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은 기본이다.
자전거를 영업관 앞에 세운 족자는 뒤의 상자에서 술과 음료수를 골라 작은 가방에 담고 족발상자는 왼손에 쥐고는 야옹이를 보초를 세우고 상자 속의 밤공주들에게 머리만 끄떡이며 실내화를 벗고는 언니들의 방을 방문을 하는데, 거의가 3층으로 되어있어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실내화를 벗는 순간부터 발가락으로 움직여야 속도를 낼 수가 있고 걷는 소리가 나지 않으며 계단도 두 칸씩 오르기에 자연적으로 발레리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방 앞에서도 발가락을 세우고 딱 꿇어 앉아 ‘언니예~, 족자 왔어예.’라고 부르면 방문이 열린다. 족발을 선두로 술과 음료수, 멜빵 속의 물건과 마지막으로 계산서를 건네 준다. 족자가 문 앞에 꿇어 앉는 것은 부산만이 볼 수가 있는 일본 TV에서 일본 여인들을 흉내를 낸 것인데, 자신이 서 있으면 남자들이 쓸데없는 농담으로 시간이 지나가나 꿇어 앉은 여자에게는 농담도 없이 빨리 돈을 주기 때문이다.
“음식값은 비싼데 술값은 되게 싸네. 그런데 10% 봉사료는 뭐꼬?”
“내가 당신에게 아양 떨며 술을 부어주는 봉사요금. 싫으면 혼자 따라 먹거소.”
“무슨 소리, 돈 여 있다.”
“잔돈은 족자 배달 봉사비로 줍시다.”
“퍼떡 왔는데 당연하제.”
술을 먹은 남자나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관대하기에 족자가 엄마에게 주는 멜빵에는 영수증보다 많은 돈이 담겨 있었으며 남자들의 관대함은 족자의 돼지 저금통까지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물을 많이 가진 자는 많이 쓰고 물을 적게 가진 자는 작게 쓰는 것이 흐름의 기본원칙이지만, 많이 가진 자가 큰 웅덩이를 파서 모아둠으로 적게 가진 자는 항상 고양이 세수만 하다 물통에 빠져 죽는 것이 세상의 흐름이다.
20분도 지나지 않아 족발집에 도착을 한 족자는 멜빵을 엄마에게 건너 주고는 냉장고에서 얼음물을 마시고는 이미 준비된 배달품을 급하게 자전거에 싣고는 야옹이를 태우고 다시 달리는 것이다.
“엄마! 전화 온 순서대로 배달을 하는데 어찌 이리 빠르노?”
6군데씩 두 번의 배달을 20분 안에 완수를 한 것을 확인을 한 영이는 족자가 마지막 배달을 나간 사이 비결을 물어 보았다.
“4월 달에 족자 학교에서 선생님이 찾아 왔는데 선물까지 들고 왔기에 내가 놀랬데이.”
말하는 엄마도 놀래는 표정이나 듣는 영이도 놀래는 것은 학부형의 선물을 받기에 익숙한 선생님이 반대의 행동을 한 것은 혹시나 엄마에게…
“담임 선생님이 나이가 제법 되신 모양이네요.”
“담임이 아니고 젊은 체육 선생인데 육상부를 맡고 있더라. 족자가 국민학교 때부터 유명한 달리기 선수이기에 육상부에 가입을 시켜 달라고 나에게 부탁을 하러 온기라.”
서울에서 삼돌엄마로부터 시작된 동문서답의 병은 고향인 부산까지 따라 왔는데 이는 부처님과 예수님의 동문서답을 구하는 철수 전도사의 영향이 큰 것 같았다.
“소질도 살릴 겸 가입을 하라고 권해 보지요.”
“당연히 권했지. 족자는 고개를 흔들더니 자신은 공부는 못해도 배우는 학생인데 운동만 해야 하는 뿌로생활은 싫다고 하더라. 게다가 한 가지 일에 너무 몰두하면 자기 엄마처럼 중이 된다는 말도 한다 아이가.”
한국의 학교 스포츠가 학교의 명예를 위한 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을 내 세우나 실제로는 운동 선수들의 책가방 속에는 책 대신 만화책으로 채워져 있고, 오후 수업은 아예 운동장에서 채우는 현실을 족자는 겪어 보았기에 거부를 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것이다.
통행금지 5분 전에 도착을 한 족자는 발을 씻고 있었고 엄마는 밝은 전등을 끄며 문단속을 하고 있었기에 영이는 아직도 수북하게 쌓인 은박에 들은 족발을 걱정하면서 엄마를 도왔는데, 12시 5분이 되자 다시 전화가 울리기 시작을 하며 같은 장면이 반복이 되었는데 달라진 것이 있다면 피곤해서 먼저 자러 간 줄 생각한 족자가 푸른색에서 백색 유니폼으로 변신을 한 것이다.
“38 방범위원 나갑니다.”
약간의 휴식 후에 후반전을 치루기 위해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선수처럼 족자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는데 이번에는 엉덩이를 의자에 바싹 붙이고 허리를 굽혀 페달을 밟고 달린다.
“엄마, 족자 파출소에 잡혀가면 어쩌지요?”
“흰 옷 입은 도둑놈도 있더나? 방범대원이 월급을 주는 방법위원을 잡는 것 봤나?”
동광동에서의 엄마는 조용하며 소극적인 면을 보였는데 본향에 온 덕분인지 활발한 성품이 보이는 것은 숨어서 하는 장사와 간판 걸고 세금 내며 하는 장사의 차이점인 것 같았다.
“통금에 제일 많이 잡히는 시간이 12시 10분까지인데 이 시간은 사람들의 눈도 있기에 족자가 잠시 쉰다. 그러나 우리 장사는 지금부터 한 시간이 알짜 장사인기라.”
전에는 자신이 하는 장사에 대해 영이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엄마였으나 이제는 딸도 성인이 되었고 부끄럽지 않는 장사이기에 밀린 것까지 다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오전 1시까지만 주문을 받은 것을 배달해 주는데 통금 이후에는 정가표의 20%를 더 받고 봉사료도 10%에서 20%로 올라 간데이. 10% 봉사료는 영업장별로 모아두었다가 낮이나 저녁식사 시간에 그들이 찾아와서 먹고, 통금 후의 10%는 파출소의 식대로 나간다. 돈봉투보다 음식으로 해결을 하니 서로 마음에 부담이 없는기라.”
인간 사이에 고마움의 표시로 적은 선물이나 밥을 한끼 대접을 하는 것은 미덕이나 대신에 돈 봉투가 대신을 하는 것은 악덕이라는 엄마의 촌지설명이다.
1시 20분, 족자가 들어오자 엄마는 남은 족발들을 다 담고 자전거 뒷 상자에는 얼음물이 담긴 통을 싣고 멜빵에는 담배 4갑과 과일들을 담아 주었는데, 이것이 통금 후의 10% 봉사료로 즐기는 자들이 지불한 돈으로 수고하는 자들에게 되 돌려지는 것은 당연한 경제 법칙이다.
“영이야,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 주께.”
이제 하루의 일과를 무사히 마친 엄마는 긴장감에서 해방이 되었기에 미소를 담뿍 안은 얼굴이었다.
“이 아는 먼대, 통금이 한시간 이상이나 지났는데 다닙니까!”
“일마야, 이 아가 누군지도 모르나? 젊은 놈이 술만 처 먹꼬 사창가나 기웃거리니 알 수가 있나.”
“누군데요! 뭐, 판검사 딸이나 됩니꺼?”
“소장인 내 딸도 통금에는 야짤 없다. 니는 눈도 없나? 저 아. 다리에 알통 좀 봐라. 이 선수는 아시안 게임에 나갈 싸이클 선순 기라. 차가 없는 통금 이후에 송도 아래위 길을 반복연습을 하는 허락을 받았데이. 통금이 무섭지만 허락장이 있으면 법도 아이다. 이 선수 엄마가 족발집을 하기에 음식을 보냈으니 니도 묵고 반성 좀 해라.”
창녀 구원론[17]
모녀는 테이블을 두드리며 웃고 있는데 마지막 테이프까지 끊은 족자가 궁금한 얼굴로 들어 오기에 얼른 대화를 바꾸었다.
“엄마, 낮에 운전기사가 우리 가계를 38이 아니라 광땡집이라 부르던데, 이것도 별명인가요?”
낮에 광땡집이라 부르자 바로 나타난 것은 엄마가 아니라 족자였기에 언뜻 떠오른 생각이었으나 ,두 번째로 궁금한 일이기도 했다.
“족자야! 언니에게 니 흉 좀 본다고 힘이 빠졌는데 니가 좀 대신 설명을 해 줄래?”
자신을 처음 보는 언니에게 흉을 볼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족자는 흰 모자의 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린다.
“니는 내가 먹는 장사를 해라 했제.
“야.”
“니는 남자를 잡아 먹는 팔자지만 남자를 잡아먹는 장사에서는 빛을 못 본데이.
“………”
“먹는 장사도 종류가 많데이. 술집, 다방은 물장사이고 밥집, 떡집, 곰탕집, 국수집, 빵집, 갈비집은 먹는 장사데이. 그런데 니는 남자를 잡아 먹는 팔자니 짐승의 수놈을 쪼개는 족발집을 권한기라.
“족(足)하고 쪽하고는 다른되예.”
- 무식한 중생아! 니 딸이 들으면 웃는다. 내가 말하는 쪽은 니 팔자처럼 쪼개진다는 말이다. 일본놈이 와 쪽발이고? 발가락을 쪼개는 슬레빠를 신고 촐랑된다 아이가. 쪽박을 찬 여자는 쫓겨 난 여자 아이가.
“들어보니 내 신세는 쪽발 아니 족발장사가 딱 맞네요. 상호는요?”
- 해와 달은 무슨 숫자와 비슷하노?
“달 월(月)에 해는 년(年)…
- 무당 조수가 이 모양인데도 손님이 많은 것은 동자님의 자비다. 문자쓰지 말고 불알 2개는 무슨 숫자고?
“여덟 8자하고 비슷하지요.”
- 8자를 대가리 위의 가운데서 밑으로 쪼개보면 무슨 숫자가 나오노?
“석 삼자가 마주 보네요.”
- 쪼이 할 때 3하고 8은 무엇이고?
“제일 재수없는 끗발인 38 따라지 입니다.”
- 그럼, 문자 좋아하는 조수야. 완월(玩月)이 무슨 뜻이고?”
“……….”
- 달을 구경한다는 멋진 뜻인데, 요새는 미친 년놈들이 벌거벗고 달밤에 체조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달은 달이다. 해와 달은 사람에게 무엇을 비추노?”
“빛!”
- 38 쭉데기에 빛 광을 더 하면?”
“49 깽판도 못 깨는 38 광땡이네요.
- 니 같은 따라지 인생을 광땡으로 변하게 해주는 상호가 38이다. 이승만 박사를 49 깽판 처 버린 젊은이 덕으로 땡잡은 것이 5.16 군인의 별빛이다. 앞으로 따라지와 광땡이 판치는 혼란한 시대를 거쳐야 진짜 완월이 탄생을 한데이.
“그러면~, 내가 피난 온 38선도 따라지 팔자인데, 언제쯤 통일이 되겠는지요?”
- 2020, 따라지에 광이 2개 붙으면….
전 여인은 족자가 자신과 봉사할멈의 대화를 재미있게 흉내를 내는 모습을 웃으며 지켜보는 영이를 보면서 그들에게 말하지 않은 봉사할멈의 점꽤를 생각 해 본다.
“니가 낳은 딸은 예수쟁이 여두목이 되고 니가 기른 딸은 부처님 여두목이 된데이. 족자는 쪽발로 크게 돈을 버나 시집은 안 간다. 너와 살다가 너가 죽으면 스스로 삭발하고 절을 세운데이. 이것이 자기를 낳아 준 부모와 길러준 부모에 대한 효심인기라. 영이와 족자는 피도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지만 자매간의 우애가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가 아니라 존경을 할 정도이다. 니는 부처님과 예수님께 두 딸을 바친 광땡의 어머니가 되는기라.”
열심히 땀을 흘리며 같이 일을 한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의 대화는 포도 맛인데 수확이 풍성한 날의 대화는 더 꿀맛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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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러운 우애 |
'영이와 족자는 피도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지만 자매간의 우애가 존경을 할 정도이다.'
친형제끼리도 싸우고 죽은 자리에도 안 오는 걸 보았는데.. 얼마나 우애가 깊은지.. 부럽습니다. '창녀구원론' 거미줄처럼 이야기가 끊이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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