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설교(2012 인권주일)/홍인식목사/insikhong@hotmail.com


베들레헴의 죽은 아이들

본문 : 마태복음 2장 16절부터 18절까지/ 마가 6장 7절


인권과 성탄

이번 주는 인권주일입니다. 인권주일이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 중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합니다. 인권주일에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예수님의 탄생사건과 연관하여 생각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거리에는 캐럴이 울려나고 무엇인지 이유도 모른 채 사람들은 기쁨에 들떠 거리를 혼잡하게 오고 갑니다. 믿는 이들도 성탄절이 돌아오면 기뻐합니다. 그래서 교회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서로 모여 “Merry Christmas", "Feliz Navdad", 즐겁고 ‘기쁜 성탄이 되세요! 하면서 인사를 나눕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성탄인사만은 기쁨이 넘쳐나는 인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탄생은 오늘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그렇게 기쁘고 즐거운 분위기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대형쇼핑센터의 넘쳐나는 화려한 분위기는 더욱 더 아니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매우 초라한 마구간에서 여장을 풀고 있었습니다. 돈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그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은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들에게 들려오는 소식은 헤롯이 어린아이들을 학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급히 아기 예수를 데리고 피난길에 접어듭니다. 돌아볼 겨를과 짐을 제대로 차릴 겨를도 없이 황급히 마구간을 벗어나 머나먼 외국의 땅 이집트로 도망을 가게 됩니다. 첫 성탄의 분위기는 이처럼 급박하였고 삭막한 분위기였습니다. 황급히 이집트로 도망을 가는 어린 아기 예수의 부모들의 귀에는 헤롯에 의해 학살되어진 영아들의 울부짖는 소리와 아이들을 잃고 절망 속에서 외쳐대는 어머니들의 외침이 들려왔을 것입니다. 이렇듯 첫 성탄은 참혹한 분위기였고 위기상황이었습니다.

예수 탄생의 분위기

성서에는 예수님이 태어나던 당시의 일들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기록이 바로 그것입니다. 누가복음의 들에서 양을 치던 목동들이 천사의 기별을 듣고 아기 예수를 찾아가서 경배하는 이야기는 매우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 반면에 마태복음의 기록은 동방박사의 출현과 더불어 소동하는 헤롯왕을 비롯한 당시 지배계층의 모습과 더불어 영아학살로 이어지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왜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인 예수님이 태어난 사건과 헤롯에 의한 잔악한 영아학살 사건을 연결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마태의 기록에 의하면 예수님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태어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헤롯의 영아학살은 단순히 당시 지배계층의 포악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더불어 일어난 영아학살사건은 무엇보다도 당시의 체제가 얼마나 불의한 체제였던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한 체제 안에서 인간의 실존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헤롯왕을 불안케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오심은 불의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건입니다. 예수님이 오시기전까지 그들은 ‘안전하다’ 를 외치면서 자신들의 불의한 삶을 정당화 시켜왔습니다. 그러나 돌연한 예수님의 탄생은 불의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불안한 것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하였습니다.

이에 불안을 느낀 헤롯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하여 예수님을 제거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그 어떤 것이라도 그는 제거할 용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영아들을 학살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영아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는데 필요한 소모품일 뿐이었습니다. 헤롯체제하에서 인간은 단지 몇몇 지배계층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소모품일 뿐입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영아들의 죽음은 이러한 체제의 모순을 고발하는 사건입니다.

사람이 무시되는 사회

오늘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인간을 한낮 소모품으로 여기고 있지 않습니까? 다 사용하고 쓸모가 없으면 버려 버리는 그러한 가치관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성탄절에 가까운 인권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당시의 체제 속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하여 무고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아들의 비명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탄생과 더불어 이러한 불의한 체제의 모순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는 세상, 인간을 목적으로 보지 못하고 단지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세상은 예수님의 탄생을 방해하는 세상입니다. 그러한 사회는 또 다시 2000년 전의 영아학살을 되풀이하는 사회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입니까?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까? 특별히 신자유경제체제와 그 체제의 지구촌화현상으로 인하여 더욱 심화되어져 가고 있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 중산층의 괴멸, 소수에 의한 경제와 권력의 독점은 인간의 삶을 소모품으로 전락시켜 버렸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도 이러한 비인간적인 사회체제 속에서 또 다른 영아학살사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 인권주일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그 날에 죽어갔던 영아들의 비명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즐거운 캐럴소리와 상품화된 크리스마스 축제에 파 묻혀 자칫하면 망각하기 쉬운 베들레헴에서 죽은 아이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체제의 희생양으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영아들을 생각하며 오늘 우리 사회에서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짓밟힌 사람들의 권리들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들뜨기 쉬운 계절에 인권주일 예배를 통하여 2000년 전 첫 성탄 날에 죽어간 영아들을 생각해 봅시다.

짓밟힌 인권과 예수의 일생

두 번째로 영아들의 죽음이 예수님의 일생에 갖는 의미가 무엇이었을까요? 예수님의 탄생과 함께 발생한 영아들의 죽음은 바로 예수님의 일생이 이러한 무고하게 고난 받는 억울한 사람들의 원통함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영아들이 학살당하고 있는 사이 예수님의 가족들은 무사히 그 참혹한 현장을 빠져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요행히 예수님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후일 예수님의 그의 부모님들로부터 당시의 급박한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평생을 통하여 예수님을 괴롭혔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위에서 살아가시는 동안 자신이 태어났을 때 자신 때문에 무고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영아들의 비명소리를 기억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한시도 그 비명소리를 잊지 않으시고 자신도 그들 영아들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진정으로 그 삶을 사셨습니다. 죽어갔던 영아들처럼 예수님 자신도 그렇게 죽어가셨습니다.

삼십 여 년 전에 다행히 영아학살 사건을 모면했던 예수님은 영아들이 무고하게 그리고 체제의 소모품처럼 취급당하면서 죽어갔던 것처럼 후일 십자가위에서 바리새인들과 제사장, 로마 군인들에 의하여 무고하게 죽임을 당하셨던 것입니다. 성탄절에 발생한 영아들의 죽음은 이처럼 예수님의 죽음을 예견케 하는 의미 있는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죽어야 했던 영아들의 그 죽음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영아들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예수님의 구원의 사역이 완성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이 영아들의 학살사건을 그냥 지나쳐 갈 수는 없습니다. 암울하고 어두운 이 세상에 빛을 던져 주시기 위한 첫 번 오심은 영아들의 희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의 역사가 있기 위하여 영아들처럼 말없이 고난을 당하고 죽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계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영아들의 학살사건이 없었다면 어쩌면 예수님의 탄생은 그저 평범한 사람의 태어남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성탄절에 발생한 영아들의 학살사건은 우리로 하여금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되는 하나님의 나라의 열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권주일에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해보면서 성탄절에 소외되었던 베들레헴에서 죽었던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는 늘 승리자, 기득권자, 이미 이룬 자들에 대한 기억들이었습니다. 이로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인권주일 예배를 통하여 진정한 역사는 구세주의 탄생과 함께 죽어갔던 베들레헴의 무고한 어린아이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를 기억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권주일을 통하여 우리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무고하게 억압받고 죽어가는 현대의 ‘베들레헴의 죽은 아이’들을 기억함으로서 다가오는 성탄을 맞이하고 또 그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면 어떨까요? 예수님의 탄생과 함께 억울하게 죽어간 ‘베들레헴의 죽은 아이들’, 게다가 기독교에 의해서 설교에서조차 소외되었던 2000년 전의 ‘베들레헴의 죽은 아이들’의 외침이 들리는 듯합니다. 인권주일을 맞이하여 우리는 오늘도 구석구석에서 거대한 사회체제의 소모품으로 전락되어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어가는 현대의 ‘베들레헴의 아이들’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결론: 생명 중심의 교회

교회는 무엇입니까? 오늘의 또 다른 본문은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세상을 행하여 파송 하시면서 하신 위탁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 속에는 제자들이 행해야 할 일과 어떠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 것인가가 짧은 가르침 속에 함축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귀신을 내 쫓다: 생명 중심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사역을 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주님은 제자들을 보내면서 그들에게 ‘악한 귀신을 제어하는 권능’을 주셨습니다. 당시의 많은 사람들은 악한 귀신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악한 귀신은 당시의 사람들의 삶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고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제자들은 악한 귀신을 몰아내고 억압당하고 시달림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구해 내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악한 귀신을 제어하는 것은 참 생명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악한 귀신에게 제압되어 있는 사람은 살기는 살지만 생명을 잃어버리고 숨만 쉬며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이들에게 생명을 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오늘 교회가 할 일이 무엇입니까? 바로 악한 귀신에게 제압당하여 생명을 잃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바로 여기에 생명이 있음을 선포하고 그들에게 생명을 소개하는 일입니다. 교회가 생명과 관계된 일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의 생명을 황폐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건 주님의 교회가 아닙니다. 인간의 단체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교회는 아닙니다. 교회는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생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욕망이라고 하는 악한 귀신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욕망은 우리를 한발자국도 못 움직이게 만듭니다. 모든 것은 욕망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이익창출, 경제발전, 실용주의 등으로 아름답게 표현되는 욕망의 귀신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교회까지도 그러한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욕망의 귀신에 사로잡혀서 꼼짝 못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우리의 이웃의 생명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각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사건들이 결국 욕망의 귀신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귀신에 사로잡혀서 생명을 살지 못하고 모두들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예수님을 주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죽으라고 한 것이 아니라 살라고. 하기 위한 것입니다. "누구든지 멸망치 않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믿음은 생명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우리의 삶을 억압하는 수많은 악한 귀신들을 제어하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으로서의 아름다운 삶을 풍요롭게 누리게 하는 것이 믿음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교회를 통하여 우리 모두가 악한 귀신으로부터(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교인으로 하여금 욕망의 귀신으로부터 벗어나서 좀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으로 인도하는 교회입니까? 인권주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주위의 "베들레헴 아이들의 외마디 비명"에 귀를 기울이고 또한 생명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어야겠습니다. 주님이 원하셨던 생명을 중요시 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