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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너머에는 희망이 있을까 ?오지중의 오지, 포천 각흘산에서 바라본 세상
류기석  |  yoogise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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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년 12월 06일 (목) 17:07:39
최종편집 : 2012년 12월 06일 (목) 22:47:59 [조회수 : 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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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는 함께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부부의 날을 만들고,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하루를 정해 휴가를 내고 산행을 감행했다. 산행은 집에서 가깝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오지에 숨어있는 각흘산으로 정했다.

   
▲ 결혼 20주년, '부부의 날'을 맞아 각흘산과 약사봉 기행

   
▲ 강원도 철원의 악사(용화동)에서 약사령을 넘어 경기 포천의 내 약사와 외 약사마을로 가는 길

각흘산의 매력은 강인한 느낌의 바위들과 부드러운 능선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낸 아름다운 계곡 풍광이다. 그 다음으로는 동서로 약3㎞ 이상의 아담한 계곡을 만들어 흐르는 물길이 주변의 웅장한 경관 속에 파묻혀 고요히 흐른다는 것, 어떤 이들은 "흡사 처녀지를 방불케한다"며 이 계곡을 좋아한다. 그래서 조용한 산행지로는 최적이었다.

각흘산은 경기도와 강원도를 넘나드는 준봉들 속 보일듯 말듯 솟아있다. 산행은 포천군 이동면 도평리 자등현이라는 곳에서 출발했다. 힘차게 솟은 잣나무 숲 모퉁이를 돌아 천천히 안개 속에 감추어 있는 각흘산 정상을 향했다. 등산로는 험하지 않으며, 중턱에 억새풀 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어 이국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있는 각흘산 능선을 따라서

 

   
▲ 각흘산 정상 넘어 희망을 찾아서

이곳을 조금 소개드리자면 봉우리는 소나무 군락 지대이며, 산 아래에 암반지대가 있다. 바위로 이루어진 정상에 서면 철원 일대와 용화저수지가 한눈에 보이고, 왼쪽으로 광덕산(廣德山:1,046m), 백운산(904m), 국망봉(國望峰:1,168m), 명성산이, 서쪽으로 철원평야와 용화저수지가 보이며 명성산, 안덕재, 자등현, 박달봉으로 산세가 이어진다.

그런데 오늘의 각흘산은 짙은 안개로 산 아래 펼쳐진 풍광을 우리부부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바로 저 산 넘어 어디쯤에 희망이 있는데... 다음번 안개가 제대로 내려앉은 날에 꼭 다시 찾겠다는 다짐을 하며 약사령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 산행은 등산만 한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의 희망은 안개 속에 붙들어 놓고는 차분히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세상을 더듬는 기행도 병행했다. 오지의 마을과 사람뿐만 아니라 숲 속의 나무와 바위, 계곡을 새롭게 대면하는 시간으로 가슴뭉클했다.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각흘산을 찾아서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각흘산을 찾아서

왜냐면 포천 도평리 자등현과 철원 용화동 악사를 들러 그곳 원주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은 4시가 되어서야 걱정과 우려 속에 부랴부랴 다시금 약사령을 넘어 내약사동과 외약사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철원과 포천을 잇는 옛 약사령 길은 사람의 손떼가 전혀 타지 않은 점과 맑은 물은 경사가 완만한 폭포를 만들어 냈고, 수량마저 풍부했다.

모처럼 결혼 20주년 맞이 부부의 날 기념 각흘산 기행은 아름답고 조용한 경관을 이룬데다가 새소리와 물소리를 뒤덮은 울창한 숲 길이 끝없이 이어져 마음에 들었다. 세상살이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찾았던 오지 중의 오지에 숨어 있는 각흘산, 이곳에서 다시금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고 느낀다.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각흘산 넘어 약사봉으로 가는 길목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각흘산에서 약사봉으로 가는 길목

우리부부는 돌아오는 길에 선한 이웃들을 만났다. 내 약사령에서 외 약사령을 거쳐 다시금 자등현의 원위치로 되돌아오는 길이 2시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동네분들은 걸어서 갈 수 없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곳은 군부대와 10여호 남짓 마을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인데 좀처럼 차량을 구경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마운 구원병을 만났다. 구원병은 다름아닌 인근 군부대 초임 대대장의 차량이었다. 군부대 초도시찰을 마친 대대장을 모시고 가는 운전병이 우리를 보고 지나치다가 우리가 겸연쩍게 손을 흔드는 것을 본 모양이다.

일단 우리를 발견하고는 지나쳐 가다가 운전병이 대대장께 이야기를 하니 대대장은 가던 차량을 다시 돌렸던 것, 이 차량을 우리부부는 얻어 타고 다시금 자등현 원위치(차가 그곳에 있었음)로 쉽게 되돌아 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2013년을 생각해 보았다.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약사봉에서 바라다 본 풍경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약사령을 넘어 강원도 철원의 악사(용화동)마을기행

단지 외부의 적을 향해서만 목소리를 높였던 우리들의 삶을 넘어 내 자신과도 치열하게 사고하고 투쟁하는 삶이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인 것을 깨우쳤다. 또한 일생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겸손하게 고백하면서 깊은 묵상과 기도, 끊임없는 자기 부정으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 이렇듯 힘든 겨울산을 내 자력으로 넘어서야만 진정한 구원 즉, '희망'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참고로 각흘산 능선과 맞닿아 있는 약사봉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이 통곡의 역사가 숨어있는 곳이었다. 최근 뉴스에도 회자되고 있는 장준하 선생이 죽음을 맞이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약사령 숲 길 기행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약사령 숲 길 기행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각흘산 계곡풍경

장준하 선생님은 1918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기독교 목사인 장석인과 김경문 부부의 4남 1녀 중 맏아들로 태어나 조부에게 한학을 배웠고, 대관보통학교, 숭실중학교를 거쳐 신성중학교를 나와 신안소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1941년 고등신학교육을 받기 위해 일본 도요대학 예과와 니혼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신학도였다.

그는 일본에 의해 강제 징집되었다가 중국에서 탈출, 한국의 광복을 위하여 광복군이 되어 독립운동을 위해 애써오다가 광복 이후 조국으로 돌아와 언론가와 정치가로 활동한 분이다.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약사령을 넘어 강원도 철원의 악사(용화동)마을기행

 

   
▲ 숨어있는 겨울산의 진수, 경기 포천의 약사령을 넘어 강원도 철원의 악사(용화동)마을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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