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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년 12월 06일 (목) 11:07:06
최종편집 : 2012년 12월 06일 (목) 16:25:00 [조회수 : 3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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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 삼키고, 위대한 것에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이 무엇일까?
김선영의 〈시간을 파는 상점〉에 나오는 이야기다. 정답은 바로 ‘시간’이다. 밀레니엄이 어떻고 저떻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그 호들갑을 떨던 때도 12년을 넘겨 보내고 있다. 2012년도 20일 남짓, 한 면만 남아 작은 바람에도 흐느적거리는 12월 달력을 보며 한해의 막바지에서 또 시간과의 흔한 씨름에 빠진다.
2013년을 위한 준비가 한창인데, 왜 이리 마음은 비었는지. 너무 삶을 허송한 게 아닌가 하는 시간에 대한 미안함과 나이를 먹는다는 데서 오는 비루함이 버무려져 흐린 정서를 만들기 때문인 듯하다. ‘인생의 시간이 가는 속도가 20대는 시속 20마일로, 30대는 30마일로, 40대는 40마일로, 50대는 50마일로, 60대는 60마일로 간다.’고 한다. 50대의 중턱도 훨씬 더 오른 내 인생의 속도는?
아찔하다. 그렇게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가, 내 인생이? 씁쓸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외면하고프지만, 그런 것 같다. 구역회니, 당회니 하면서 2012년 계획을 세우던 날이 어제 같다. 이제 다시 2013년 계획을 세운다며 머지않아 교회 앞에 이런 종류의 회의들 광고를 할 것이다.
실은 시간은 내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런데도 왜 이리 가는 시간이 못내 아쉬운지 모르겠다. 한 번 왔던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 속성 때문일까? 평소에는 생각조차도 않던 일들이 시간이라는 선물과 함께 마구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시간에 미안하다. 내게 미안하다. 그리고 나의 목회에 미안하다. 나의 교회와 성도들에게 미안하다. 이것들을 위하라고 준 시간이건만 그냥 또 한해도 허비만 한 것으로 느껴지기에.
허연 눈이 하염없이 대지를 덮고 있는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우리 곁을 지나는 시간이 그렇다. 마구 비껴 지나가는데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시간이 가는 길을, 시간이 덮고 가는 일을, 시간이 남기고 가는 상처를….
“날마다 하루씩 누릴 만큼의 즐거움을 주시고, 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 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 머물러야 할 자리에는 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누구 앞에서나 똑같이 겸손하게 하시고 어디서나 머리를 낮춤으로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하소서.”
이름 모를 어떤 시인의 기도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루지 못한 꿈일랑은 꿈을 꿨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 그러면 까짓 시간의 진행쯤이야 아쉬울 필요가 없지 않을까.
비록 영원히 머무는 일이야 내 영역이 아니어도, 떠나야 할 것에서 빨리 떠나는 것이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저 한없는 겸손함으로 남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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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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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개와 비슷합니다.
삶은 경이로운 선물이지요.
이 아름다운 눈 속 개처럼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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