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회에서의 일입니다. 장로님을 남편으로 둔 권사님이 한 달 넘게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담임목사님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장로님 댁을 불시에 찾아갔답니다. 그랬더니 장로님은 일을 나가셔서 안 계시고 부인되는 권사님은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면서 집안일을 하고 있었답니다.

권사님을 본 그 교회 담임목사님은 큰 소리로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했답니다. 그런데 힐끗 쳐다보더니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답니다. 순간, 그 목사님은 자신이 뭔가 대단히 큰 결례를 저지른 적이 있었는가보다 싶어서 권사님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혹시 담임목사가 뭐 실수를 했거나 잘못한 것이 있느냐며 말을 건넸답니다. 그랬더니 목사님에게 질문이 있다며 이런 질문을 했답니다.

“우리 장로님 죽으면 천국 갑니까, 못 갑니까?”

뜻밖의 질문에 다소간 당황했던 목사님은 잠시 후에 큰 소리로....
“아니.... 장로님 같은 분이 천국에 못 가시면 대체 누가 갑니까? 장로님은 당연히 천국에 가십니다. 안심하세요. 권사님’ 이라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기절할 대답이 나왔답니다.

“그렇지요? 우리 장로님 틀림없이 천국가시겠지요? 그래서 내가 교회 안 갑니다. 교회 열심히 다니면 나도 죽어서 천국 갈 텐데 천국에서 그 양반 다시 만날 것을 생각하니 잠이 안 와요.... 차라리 내가 지옥에 가겠습니다.....”

그 교회 담임 목사님은 그만 말문이 막혀 “안녕히 가세요. 목사님”이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 번 구원받은 자는 하나님이 취소하지 않으실 테니 반드시 천국에 가겠지요? 과연 그럴까요? 마3:9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선택하시는 은총의 방향을 얼마든지 바꾸실 수 있다는 뜻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 번 택함받은 은총은 영원히 취소되지 않는 불변의 은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세례요한에 의하면 하나님께 선택받은 사람들은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어느 순간에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른 말로 말하면 하나님께 한 번 택함받은 은총은 영구불변의 고정된 은총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씀은 곧 뒤이어 나오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실 것’이라는 말과 의미상 서로 반대되는 차원에서의 상관관계를 이룹니다. ‘아브라함은 우리의 조상’이라고 말하는 측에서는 ‘한 번 택함받아 아브라함의 혈통을 이루었는데 그 혈통이 변하냐?’라는 입장을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천적이며 자연적인 혈육관계는 변할 수가 없듯이 하나님께 한 번 선택받은 아브라함의 자손 됨은 영원히 불변하는 은총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르게, 세례요한에 의하면 하나님은 자연적이거나 선천적인 혈통을 갖고 있다고 할 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인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얼마든지 아브라함의 자손 됨을 폐기시켜 버리고 아브라함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존재를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브라함의 자손 됨이 선천적으로나 자연적으로 처음부터 미리 결정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후천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도 하시고 저렇게도 하시되 하나님 자신의 전능하심과 자신의 일방적인 은총의 경향성을 갖고 그렇게 하시는 것이지요.

따라서 한번 선택받았으므로 그 은총은 영원하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전혀 하나님의 계획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 쪽에서 인간을 향해 쏟아 붓는 은총은 영원하지만 사람 쪽에서 하나님의 은총을 거절하고 하나님의 은총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지 ‘돌들’을 들어서 아브라함의 자손 됨의 자리를 대체하신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혈통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아브라함은 우리의 조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주장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보시기에 전혀 합당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아브라함의 자녀 됨에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마태복음이 제시하는 계보를 살펴보면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과연 한 번 선택받은 것으로 영원한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서 중요한 것은 선민의식도 아니고 종교적, 혈통적 자부심도 아닙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손 됨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나님께 선택받았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하나님의 자녀 됨에 긍지를 갖는 믿음의 사람들은 하나님은 언제든지 ‘돌들’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실 수 있다는 요한의 선포를 기억하면서 아브라함의 자손 됨에서 폐기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날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은총 안에서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내 자리’는 오간데 없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돌’ 출신이 선택된 자의 자리에 대신 들어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선택받았다고 할지라도 찍혀 불에 던져지지 않기 위해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세례요한의 선포내용을 가만히 음미해 보면 회개를 하고 열매를 맺었는데도 어떤 열매의 경우에는 찍힐 수 있다는 암시가 나타납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8절)’는 ‘회개에 합당하지 못한 열매’를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열매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열매를 보고 ‘회개에 합당한 열매’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설 때에는 그대로 찍힐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회개한 후에 열매를 맺었으나 하나님이 보시기에 마음에 들지 않을 때에 그 열매는 결코 ‘합당한 열매’가 아니라는 것이 되므로 얼마든지 찍힐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따라서 열매를 맺기는 맺었어도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열매가 아니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말이 됩니다. 열매를 맺으려면 제대로 된 열매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명백하게도 요한은 “열매가 없는 나무를 찍는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힌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10절). 그러므로 열매를 맺었다고 해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좋은 열매가 아니면 열매를 맺지 못한 것과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열매’는 위에서 살펴본 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입니다. 두 용어 사이에 상응관계에 있기 때문에 요한이 말하는 열매는 회개한 사람이 맺을 것으로 기대되는 결과를 말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문맥을 통해 이해될 수 있습니다.

죄를 자복하고 세례를 받았는데 얼마 후에 또 세례를 받는 따위와 같은 행실이 계속 반복되거나 세례를 받기 전의 삶과 비교해서 여전히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열매가 없는 나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는 조금 다르게 열심히 살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할 수는 있겠으나 삶의 내용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을 때에는 열매가 좀 있는 것 같다고 할 수는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결코 좋은 열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럴 때에 이 두 경우는 모두 같은 범주에 해당한다고 여겨져 찍히게 될 것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지요. 좋은 열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열매가 아니라면 아무리 많은 열매를 맺었다고 할지라도 열매가 없는 것과 매일반이라는 의미입니다.

반드시 열매가 없어야 찍힐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열매를 맺고’에서 ‘회개에 합당한’이라는 표현을 무심코 지나기 때문에 갖게 되는 인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본문은 열매가 없는 나무뿐만이 아니라 열매가 달리는 나무도 ‘좋은 열매’를 맺지 않으면 찍히게 되리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선지자 이사야에 의하면 ‘장대한 자가 찍힐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높은 자가 낮아질 것이며 빽빽한 숲이 베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되었습니다. 그것들이 그렇게 되는 것은 반드시 열매가 없어서가 아닙니다(사10:33~34 참조). 아무리 장대하고 높으며 빽빽할지라도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찍히며 베어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찍히면 불에 던져질 것입니다. 그것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불에 던져진다면 한 줌의 재로 남을 뿐 형태도 모양도 다 사라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 회개한 자에게 기대되는 당연한 열매, 곧 좋은 열매를 맺는 것뿐입니다.

찍히지 않을 좋은 열매는 오직 회개에 합당한 열매뿐입니다. 그런데 그 열매는 결코 윤리적인 측면에서 말하는 율법준수나 도덕군자와 같은 삶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회개’라는 말이 돌이키라는 말이므로 삶의 방향을 돌이켜 하나님을 등돌리고 있던 삶에서 돌이켜 하나님과 마주하는 삶으로 선회하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그 말은 결국 ‘예수와 함께 사는 삶’을 가리키는 것으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회개에 합당한 열매’에 해당하는 ‘좋은 열매’는 나사렛 예수를 다윗의 자손인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 삶을 말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렇게 할 때에 진정으로 회개한 사람은 예수와 더불어 좋은 열매를 맺는 인생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 안에서 믿음을 갖고 예수와 더불어 산다고 하면서도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인생들은 각오하라는 경고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천국이 보장되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입니다! 세례요한의 명명백백한 경고입니다(7:19,21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