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로의 여행, 참 신나는 일이다.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을 하고, 보지 못했던 풍경이나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한다는 일이 얼마나 사람을 들뜨게 하는가.

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훨씬 적게 여행을 해봤지만, 여전히 여행을 꿈꾸는 미래의 여행자로서, 난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공상에 빠진다. 공상이 말 그대로 공상으로만 끝나는 게 내 인생에 참혹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든 다른 나라든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듣지 못한 것을 듣고,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여행의 묘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미지의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건만, 다른 세상 이야기라면 어떨까? 그게 영원으로라면.

장례식을 치를 때마다 몹시 궁금하다. 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이기에 사람에게 듣기는 어렵다. 사후세계는 어떤 곳일까? ‘곳’이라는 단어자체가 시공간을 가진 우리들 세상의 언어이긴 하지만…. 참 궁금하다.

하지만 성경은 영원으로 여행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그곳의 이야기로 풍부하다. 특히 사도 요한이 보고 온 천국은 너무나도 생생하다. 24장로가 주님의 보좌 둘레에 앉아있고, 연신 찬양으로 보좌는 황홀하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거나, 성악가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오금이 저리도록 감흥의 바다에 빠진다. 가슴 저편에서 뭉클한 용솟음을 체험할 때 다른 표현이 없다. ‘카타르시스!’ 그렇다. 정신적 포만감의 극치에 다다른다.

그런데 영원의 그곳은 그런 오금 저림이 늘 일어난다는 것이다. 카타르시스의 역사가 날마다 샘솟는다는 것이다. 가보고 싶지 않은가? 그러나 잠깐 기다려야 한다. 죽음으로부터 거리가 있는 지금, 살아 있는 동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 그날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도무지 올 것 같지 않았던 그날이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에게든 온다. 이 어찌 희망이 아닌가.

죽음은 영원으로의 여행의 관문이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에게 있어 죽음이란 또 다른 기대했던 세계, 미지의 그리움에 성큼 다가서는 시간 여행인 것이다.

현실의 삶에서도 그곳, 영원으로의 여행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기서도 그리스도인은 천국을 살아낼 수 있다.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진정 그리스도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그러기에 미지의 여행, 영원으로의 여행은 내일 전개될 것이다. 삶이 마침표를 찍는 날, 미지의 그날.

장례식을 통하여 또 한 분을 그곳, 영원으로의 여행으로 바래다주고 온 오늘 난 문득 그런 여행을 꿈꾼다. 슬픔도 없는 곳, 걱정이나 근심도 없는 곳, 유한성이 없는 곳, 다시는 죽음도 없는 곳, 갔다 온 사람이 증언해 주는 천국의 모습이다.

영원으로의 여행! 설레는 맘으로 준비하지 않겠는가. 그리스도인이여! 그대들이 밟은 땅에서만 아우성치지 말고, 이런 가슴 저린 영원으로의 여행을 준비하지 않겠는가. 미처 생각하지 않은 때에 그 시간이 밀려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