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설교 (20121125/김종구목사/jkim3@ses.gtu.edu)

하나님의 아픔

창세기 6:5-22, 로마서 1:18-25, 마가복음 7:1-16


1. 하나님도 아프시나?

중세기의 신학자들은 완전하신 하나님은 타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영향을 받지 않으니 슬픔이나 기쁨이나 눈물을 흘리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오늘 설교제목 “하나님의 아픔”은 중세신학자들이 보기에는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단어의 배합입니다. 하나님이라면 아플 수 없고, 아프다면 완전하신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세 신학자들의 하나님 관과는 달리 성경 안에는 하나님의 감정표현을 읽을 수 있는 구절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중세신학자들은 성경공부를 제대로 안했나 봅니다. 왜냐하면 성경에서는 분노하시는 하나님, 후회하시는 하나님, 질투하시는 하나님, 슬퍼하시는 하나님,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분이 우울해질 때면 늘 떠올리며 찬송하며 새 힘을 얻는 특별한 구절이 있습니다. 스바냐 3:17 말씀입니다.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이토록 풍성한 하나님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구절이 있을까 싶습니다. 창조주께서 보잘 것 없는 피조물 하나를 보시며 기쁨을 이기지 못하신다니요. 아예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까지도 상상이 되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이토록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렇기에 독생자조차도 아낌없이 우리들의 구원을 위하여 희생하셨겠지요. 그런 하나님이시니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시면서 희로애락을 느끼시는 건 너무도 당연할 것입니다. 굳이 완전성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기 때문에 당신의 전능하심, 완전하심을 차라리 양보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오늘 창세기 본문에서 우리들은 하나님의 회한 짙은 아픔을 읽을 수 있습니다. 6절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 하셨다” 또 7절에서는 "그것들을 만든 것이 후회되는구나" 라며 탄식까지 하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질문하고 항의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능력이 그것밖에 안되시나요?” “좀 제대로 만드시지”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기 때문에 아파하시고,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기 때문에 기뻐 웃으십니다.

▲ 80년대 기독교 청년들의 노래집 ‘젊은 예수’에 실렸던 삽화 - 해방자 예수

2. 왜 아프실까?

오늘 봉독한 세군데 본문은 하나님의 아픔의 이유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인간의 죄’ 때문입니다. “주께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 차고, 마음에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언제나 악한 것뿐임을 보시고서” 마음아파하십니다. 로마서본문의 표현을 따르면 “하나님을 알면서도,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영화롭게 해드리거나 감사를 드리기는 커녕, 오히려 생각이 허망해져서, 그들의 지각없는 마음이 어둠으로 가득차게 함”(롬 1:21), 그리고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고, 창조주 대신에 피조물을 숭배하고 섬기는”(롬 1:25)행위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은 아픔을 느끼십니다. 이런 일반적인 이야기외에 예수님께서 직접 하나님의 아픔의 이유를 설명해주시는 것이 바로 마가복음의 본문입니다.

하루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율법의 규례를 따르지 않고 빵을 집어먹다가 바리새인들과 설전이 벌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고르반'이라는 말씀을 들려주시면서 바리새인들을 비판하셨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하나님께 바치기로 서약된 것을 고르반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서약이 되면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기가 아까우면, 이 돈은 ‘고르반’된 것, 즉 하나님께 드려지기로 서약된 것이라고 하면, 부모님들이 더 이상 그 돈을 요구하지 못합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십일조 핑계대고 부모님께 용돈 안드리는 행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행위를 "입술로는 하나님을 공경해도,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하나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관습을 지키고 있다"고 질책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공연히 하나님핑계대면서, 죄악을 자행하는 것이 가장 하나님을 슬프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교회역사를 공부해보면,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해서 이루어진 죄악들이 수많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사례를 모아서 <기독교죄악사>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예루살렘 성지를 탈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으며 잔혹한 학살극을 벌였던 십자군 전쟁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에게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가까운 과거에 이루어진 기독교 죄악사 하나를 소개해드립니다.

▲ 피카소,게르니카, 1937년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입니다. 왼쪽의 황소와 죽은 어린아이를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 중앙의 말과 램프를 든 여인, 그리고 오른쪽의 불타는 집과 달아나는 여인이 담겨있는 이 작품은 스페인내전의 잔혹성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1937년 4월26일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의 작은 마을 게르니카는 독일 나치군의 공습에 의해 무참히 파괴됩니다. 군사기지도 주요도시도 아니며 자동소총이 1정밖에 없던 작은 마을 게르니카에 독일 나치의 콘도르 비행단이 5만발의 포탄을 쏟아붓는 무차별 폭격을 감행한 것입니다. 이 폭격으로 마을 전체 가옥의 80%가 파괴되고 마을주민 7000명중 1500명 정도가 학살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결정적으로 흥분한 것은 피해규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어처구니 없는 이유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스페인은 프랑코 장군을 필두로 하는 군부독재세력과 공화파간의 내란이 진행중이었습니다. 프랑코 장군은 국내의 가톨릭교회, 군부세력, 지주, 자본가 등과 해외로부터는 독일 나치와 이태리의 파시스트의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왜 군사기지도, 주요도시도 아닌 게르니카를 이토록 처참하게 대규모 공습으로 파괴시켰느냐는 것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이유는 정말 어처구니 없습니다. 1937년 당시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히틀러가 자신들의 비행기와 폭탄에 대한 테스트를 위해 게르니카 폭격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프랑코의 군사독재정권이 이것을 묵인하였고 스페인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 폭격을 지지했고, 로마 교황청조차도 침묵했습니다.


3. 아픔을 통해 무엇을 하실까?

안타깝게도 요즘도 이런 전쟁이 기독교의 이름으로 여전히 자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범죄행위입니다. 샬롯이라는 이라크의 13세 소녀의 애끓는 절규를 통해서 하나님의 아픈 신음소리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이라크 폭격 시 부자의 눈물

“사람들은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린다고 하면, 군복을 입은 사담 후세인의 얼굴이나, 총을 들고 있는 검은 콧수염을 기른 군인들이나, 알라시드 호텔 바닥에 '범죄자'라는 글씨와 함께 새겨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걸 아세요? 이라크에 살고 있는 2400만 명중에서 절반 이상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라는 걸.
이라크에는 1천200만 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로 저와 같은 아이들이요. 저는 열세살이니까, 어떤 아이들은 저보다 나이가 좀 많을 수도 있고, 저보다 훨씬 어릴 수도 있고, 남자아이일 수도 있고, 저처럼 붉은 머리가 아니라 갈색 머리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아이들은 바로 저와 너무나 비슷한 모습의 아이들입니다.
저를 한번 보세요. 찬찬히 오랫동안. 여러분이 이라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걸 생각했을 때, 여러분 머리속에는 바로 제 모습이 떠올라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죽이려는 바로 그 아이입니다.“


<참고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의 피해>

▲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숨진 어린이

▲ 가자지구 여인의 눈물

인간의 죄악, 특별히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으로 바꾸어버리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참지 않으셨습니다.

"내가 창조한 것이지만, 사람을 이 땅 위에서 쓸어 버리겠다. 사람뿐 아니라, 짐승과 땅 위를 기어다니는 것과 공중의 새까지 그렇게 하겠다“(창 6:7)

하나님은 아픈 마음을 끌어안고, 인간들에게 새로운 역사를 준비해주셨습니다. 의인 노아와 그 가족, 그리고 생명의 연속성을 위해 길짐승과 들짐승 한쌍씩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류사회를 출범시킵니다. 이것은 노아의 홍수 사건이 보여주는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인간들의 죄악이 극도에 달했을 때, 자신의 전능하심에 타격을 입는 아픔을 감수하시면서, 새로운 인류사회를 출발시키십니다. 인간의 죄악이 극도로 달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마지막으로 외아들 예수를 이땅에 보내셔서 희생시킴으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아픔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시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사랑법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교회캘린더에 의하면 성령강림 후 마지막 주일은 일년의 마지막주일입니다.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강림절, 즉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절기와 함께 그리스도인들은 새해를 시작합니다. 안타깝게도 주님께서 태어나신 그 곳에 또다시 포성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보시기에 너무도 아픈 일입니다. 우리의 새해, 즉 이번 성탄에는 세상의 모든 전쟁의 소문이 다 물러가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넘치기를 기도해봅니다. 아울러 우리 교회가 하나님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에 참여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아픔이 기쁨으로 변하며,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모습 대신, 파안대소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만들어드리는 일에 훌륭하게 쓰임받는 교회와 성도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