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2년, 변선환은 첫 번째 죽음을 겪습니다. 이방인으로 살다가 운재 신석구 목사를 만나 기독교 신앙을 접하고 신학함의 용기를 얻은 변선환은, 한평생 감리교에서 감리교 신학의 발전을 위해 바보처럼 신학함에 매진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감리교의 ‘부흥사’라고 불리는 큰 목사님(?)들은 그를 이단이라 칭하여 감리교 사상 전례 없는 종교재판을 강행합니다. 신학자 변선환의 신학적 변론에 대해 그들은 ‘예수를 부정하는데 무슨 신학인가’라는 사실과 전혀 다른 선동적인 말과 더불어 준비해온 판결문을 그대로 읽음으로써 변선환에게 신앙인의 죽음인 ‘출교’를 선언합니다. 이렇게 감리교를 마음의 고향, 제2의 고향이라고 고백해 온 감리교 신앙인 변선환은 고향 감리교로부터 쫓겨나 신앙인의 죽음을 맞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1995년, 변선환은 두 번째 죽음을 겪습니다. 한평생 한국 감리교의 신학적 발전을 위해 책만 보며 연구만 하는 ‘올꾼이’(얼간이의 함경도 사투리) 신학자라며, 자기 사상을 주장하기보다 한국에 현대 신학자들의 신학 사상을 소개하여 제자들을 가르쳐 다른 이들로부터 ‘안테나 신학자’라며 비판을 받았지만, 그는 참으로 신학자다운 삶을 살아 신학의 발전을 일궈냅니다. 종교재판으로 감리교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연구와 논문 작업을 꾸준히 하던 그는, 바로 다음 날 발표할 논문의 작업을 마무리 하던 중 서재의 책상 앞에 앉은 채 원고에 얼굴을 묻고,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롯이 신학에 매진하던 그가 신학 속에 얼굴을 묻고 육신의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2012년인 오늘, 변선환은 세 번째 죽음을 겪고 있습니다. 한평생 감리교회에서 자라온 신앙인 변선환을 감리교인들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출교 이후에도 모교 감리교신학대학에 피해가 올까 염려하여 다른 대학의 교수 초빙을 거절할 정도였던 그를 오늘날 감리교신학대학 학생들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신학자 변선환에게 큰 영향을 받으며 그의 제자로 신학하던 이들 중 몇몇은 지금 그를 모른 채 하며 그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감리교 역사상 전례 없는 어처구니없는 종교재판이 있은 지 20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감리교는 그 역사를 잊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 변선환의 실존은 기억과 역사에서 사라져, 세 번째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변선환은 세 번 죽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죽었고, 육신으로서 죽었고, 그리고 지금은 그 존재 자체가 잊혀짐으로 죽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감리교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가, 한국 감리교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다시 변선환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감리회가 낳은 부끄러운 역사를 다시 드러내어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 손으로 죽인 변선환과 그의 신학을 다시 조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변선환 세미나를 준비했습니다. 20일 화요일에는 그분의 제자이자 동지였던 이현주 목사님과 이정배 교수님을 모셔 인간 변선환을 조명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22일 목요일에는 박성용 박사님과 박일준 변선환아키브소장님, 최대광 박사님을 모셔 그분의 신학에 대하여, 그리고 종교재판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는 세미나를 갖습니다. 故 변선환 선생님을 기억하는, 그리고 그분을 모르는 여러분들 모두를 초대합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제30대 총학생회 사회부장 이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