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과 전혀 다른 답

초등학교 국어시험 문제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출제되었다고 합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와 같이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말을 무엇이라고 합니까? 두 글자로 답하시오.

선생님이 원하는 답은 ‘속담’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싼 놈’이라고 답을 썼답니다. 시험이 끝나고 다음날 답을 맞추어보다가 선생님이 그렇게 답을 쓴 아이에게 ‘이게 무슨 말이냐’라고 물어 보았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아주 간단히 이렇게 대답하였답니다.

‘싸이 같은 놈’여....


성서의 의도와 독자의 생각의 차이

성서도 본문을 통해 말하고 싶어 하는 의도와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는 달리 크리스챤들은 제각각 자신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합니다. 그 주장을 들어보면 설명이 아주 그럴듯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근거가 약하거나 설명 자료가 전혀 없을 뿐만이 아니라 제시하는 근거나 설명 자료의 타당성도 적절하지 못해서 그것을 성서본문이 의도하는 뜻이라고 수긍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성서신학의 과제

여기서 성서신학의 과제가 생겨납니다. 성서본문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겠는지를 학술적으로 추적하여 제삼자도 ‘그렇겠다’고 동의할 수 있는 답을 내놓으려는 노력이 성서신학이기 때문입니다. 성서신학은 ‘신학적인 대답’이 되게 하기 위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시한 그 근거가 얼마나 ‘타당성 있는 근거’인지도 제기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렇게 할 때 가능한 한 가장 객관성이 있는 대답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수고와 노력, 그리고 애씀의 하나가 역사에는 없는데 성서본문에는 나타나는 내용과 관련됩니다.

성서는 그리스도인들의 믿음을 위한 책입니다. 그러므로 성서는 어떤 믿음을 갖게 하려고 역사에는 나타나지 않는 내용을 마치 역사 안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인 것처럼 기록한 것인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결론은 정해져 있습니다. “예수는 모세보다 위대한 분, 혹은 모세를 능가하는 분, 나아가 예수는 구약에서 이미 약속된 그리스도”임을 고백하고 그렇게 믿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문학적 장치이기 때문입니다(요20:31 참조). 따라서 성서는 ‘그리스도교의 경전’이고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책’이며 ‘그리스도인답게 살게 하기 위한 말씀’이라고 규정됩니다.

그러면 이제 얼마 전에 나누었던 내용에 뒤이어 다시 한 번 이 점을 생각해 보면서 ‘성서의 정체’와 아울러 ‘성서가 본문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3. 의견교환

(7)20절의 ‘목숨을 찾던 자들’이라는 표현은 16절의 ‘사람을 보내어 다 죽이니’라는 표현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16절은 그리스어 성서에 ‘헤롯이 보내어 다 죽이니’로 읽도록 되어 있어서 누구를 보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왕이기 때문에 ‘군사’들이나 ‘암살단’을 보냈으리라고 상상하게 되지요. 하지만 20절은 ‘목숨을 찾던 자들’로 되어 있습니다. 아기예수의 목숨을 찾던 자들이 헤롯 말고 누군가가 또 있었다는 뜻인가요?


4. 하나님 나라 친교로의 안내

⑦고통의 세상 한 복판에 오셔서 고통을 나누시는 구세주(16절,20절)

위 ④살아남은 아기모세↔살아남은 아기예수 대비(16절) 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일반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을 기록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서는 그런 성격을 갖고 기록된 말씀이 결코 아니라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만일 성서의 모든 기록들이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들을 인간의 문자로 기록한 것이라면 하나님의 구원활동은 반드시 인간역사에서 확인되는 사건에만 연관되어야 한다는 한정성, 혹은 제한성을 갖게 됩니다. 그럴 경우 하나님의 폭넓으신 활동을 인간역사에 국한시키는 무리가 뒤따르게 됩니다.

결국 핵심은 성서본문들의 내용과 하나님의 구원활동을 ‘역사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들에 국한된 활동으로 제한시키지 말고, 죄악과 불의가 판치는 시대상황 속에서 자유롭게 뜻대로 활동하신 하나님의 구원의 활동과 그 은총을 어떻게 감격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를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헤롯왕의 베들레헴 남아학살 사건과 같은 경우는 바로 이와 같은 입장에서 읽으라고 기록된 것이지 헤롯의 만행을 뒤치닥거리 하듯 인간세계의 사건을 풀기에 급급한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기록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태복음 저자가 드러내려고 애쓴 하나님의 구원활동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의 차원에서 본문을 대해야 합니다.


헤롯왕의 만행에 근거한 추론

헤롯왕은 왕권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되면 아내와 아들들을 가차없이 처형했을 뿐만이 아니라 로마에 가서 유학하고 있는 아들마저도 자신의 왕권에 위험스런 인물이라고 생각하여 그 아들을 처형시켜 달라고 부탁했던 자이기도 했습니다. 헤롯왕이라는 인물이 그러했기 때문에 왕권에 도전할 만한 위험스런 자들이라고 간주된 그의 장모와 처남들을 죽이는 것 또한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요. 그러므로 그런 성정을 가진 헤롯왕이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들을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모두 다 죽였다는 기록은 별다른 의심없이 역사 속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헤롯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 역사문서들은 자세하다고 할 만큼 그의 잔인한 통치의 내용들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안스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유대의 민심을 사기 위해 내세웠던 정책들, 그리고 왕좌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한 권모술수 등에 대해서도 기록하고 있습니다. 후대 사람들은 그런 내용들을 통해 그가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으며 그런 인물이 도대체 어떻게 팔레스틴을 통치했었는지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바로 이 부분, 베들레헴 남아학살 사건만이 그의 통치를 알게 해 주는 어떤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헤롯의 적대자들도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

헤롯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었으므로 가능한 한 노골적으로 헤롯의 폭정을 고발하는 성향을 가졌던 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라는 사람의 기록에도 베들레헴 남아학살 사건은 전혀 암시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는 이런 부정적인 내용들을 수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만일 베들레헴 남아학살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라면 요세푸스의 입장에서 볼 때 헤롯왕을 비난하고 그의 폭정을 고발하는 근거로 이 보다 더 좋은 자료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헤롯을 질책하기에 좋은 이 기가 막힌 자료는 그의 역사기록 작품에 전혀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가 몰랐기 때문일까요? 과연 그가 이와 같은 인간 같지도 않은 존재가 저지른 만행을 몰랐을까요? 일반역사에는 암시도 되어 있지 않는 사건을 성서에 나타나는 사건이라고 하여 당연히 역사 안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간주하는 자세는 성서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결코 일반역사나 문화사, 혹은 일반 고대사회사 어디를 통해서도 접할 수 없는 이 내용이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서에 들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마태복음 저자가 왜 이 부분을 이곳에 기록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힘쓰는 믿음의 노력은 한없이 격려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롯의 평상시 성정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보면 역사상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을 경우 주변국에서조차 조용했을지 의문입니다. 팔레스틴은 남쪽의 애굽으로 가거나 북쪽 시리아 지방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중간지역인데 아기들을 학살한 그의 만행이 주변국에 알려지지 않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헤롯의 베들레헴 남아학살 사건에 대한 신학적 입장

바울은 자신이 교회를 핍박한 자라고 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못할 짓을 했었다고 고백합니다(고전15:9; 갈1:13,23; 빌3:6; 딤전1:13참고). 이때 그의 핍박의 정도를 강조하기 위하여 아기예수를 죽이기 위해 저질렀던 헤롯의 만행을 예로 들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만합니다. 하지만 바울은 그것에 대해서는 암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태복음 이후의 그리스도인들은 상당한 시간이 지난 1세기말에 기록된 마태복음의 기록에 근거 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바울이 모든 사건들을 일일이 다 기억한다거나 알고 있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팔레스틴에서 발생한 모든 일들을 이방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바울이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팔레스틴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바울은 그것을 몰랐다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바울도 몰랐을 만큼 깊이 묻혀있던 이 사건을 한참 후세대 사람인 마태복음 저자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요?

“성서는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한 책이기 때문에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일을 발생한 것처럼 기록했을 리가 없다”는 신앙적 입장은 칭찬받을 만한 태도일지는 모르나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인간역사 속에서 발생한 사건에 근거해야만 한다”는 인간적인 고집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자유로운 구원의 역사가 제한되는 사례는 없어야 합니다.


시대의 지성을 설득하기 위한 신학적 해석을 위한 자세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면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은 일점일획도 틀림없는 하나님의 말씀이니 기록되어 있는 그대로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 강압적으로 압박하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습니다. 지금 시대는 그렇게 강압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입 다물고 있을 시대가 아닙니다.

‘전공자가 그러면 그런 줄 알라’고 압박하면 ‘알았다. 전공했다고 큰 소리만 치지 실상 너도 모르는가 보구나’라고 비웃고 지나가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어떤 전공자들은 처음부터 의문제기가 없게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해서 의문제기가 없겠습니까? 서양고대사 전공자들이 아닐지라도 자료만 찾아보면 즉석에서 판가름이 날 일을....

그러므로 ‘성경에는 있는데 왜 일반역사에는 없느냐’에 대해 질문하면서 마태복음 저자를 통해 말씀하시려는 하나님의 계시가 무엇인지를 찾는 순수한 신앙적 열정은 칭찬받아야 합니다(약1:5 참조). 그런 열정을 갖고 성서를 연구할 때 그 동안 보기는 보았어도 발견하지 못했던 보화, 듣기는 들었어도 깨닫지 못했던 진주를 발견하는 기쁨을 얻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을 통해 보는 사건의 실제성 진위여부

이 사건이 정말로 헤롯왕 말년인 아기예수 탄생 때에 발생했던 일인지에 대해서는 본문 자체도 명확하지 않아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동방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행한 행동도 신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동을 문자 그대로 수용하기가 매우 멋 적습니다. 뿐만 아니라 왕좌에 대한 병적 집착을 보였던 헤롯이 취한 태도는 너무나 엉성하고 허술하기 때문에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16절에 따르면 헤롯이 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심히 노하여 사람을 보내어 남아들을 학살하도록 명령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사람을 보내어’라고 되어 있는 부분을 그리스어 본문으로 보면 ‘헤롯이 보내어’로 되어 있습니다. 헤롯이 누구를 보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보냈다면 당연하게도 비밀 살해명령을 수행할 수 있을 만한 소수 살인병기인 특수 정예병을 보냈겠지요.

하지만 20절을 보면 또 의문이 제기됩니다.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들’이라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들’이라니요? 그리스어 본문을 보면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분명하게도 ‘아기의 목숨을 찾는 자들’로 되어 있습니다. ‘찾던 자들’도 아니고 ‘찾는 자들’이라는 현재 분사형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헤롯이 죽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아기예수를 찾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헤롯 이외에 누군가가 또 아기예수의 목숨을 찾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가 누구일까요? 헤롯이 베들레헴의 남아들을 죽이라고 명을 내렸을 때 그 명을 받았던 바로 그 자들일까요? 그 자들도 헤롯이 죽을 때 같이 다 죽었다는 뜻입니까? 헤롯이 죽을 때의 나이가 70대였음을 고려해 본다면 아무리 왕의 명령을 받아 수행해야 하는 특수 정예병이라고 할지라도, 혹은 살인병기로 훈련된 자들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나이가 헤롯이 죽을 때 같이 죽을 정도의 나이였을 리는 없습니다. 오히려 명을 받아 시행에 옮기는 군인들 중에는 결혼해서 막 애를 낳은 애 아빠들도 약간 명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당시의 군인들은 20대 초반에서 제대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그런 명을 받았다고 생각해 본다면 남아학살이 과연 가능한 일이었겠는지 의문이 갑니다. 오히려 출애굽기에 나오는 모세 때의 남아학살령은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애굽이라는 국가차원에서 행해진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은 상대적으로 아기를 죽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덜 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마태복음의 본문에 그려지는 상황은 전혀 다르지요. 조용히 처리하려는 비밀명령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헤롯이 심히 노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비밀이 지켜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그림도 그려집니다. 그렇다면 태어나 아장아장 걷는 애기들, 그리고 아직 누워있는 갓난아기들, 초롱초롱한 눈빛을 갖고 있는 갓난아기들이 번쩍이는 칼을 들고 있는 총각군인 녀석이나 갓난애를 둔 애기아빠 군인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아기들이 생긋이 웃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런 갓난아기들을 단칼에 죽인 병사들이 아무런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성질 난폭한 헤롯이 후환을 없애려고 그 작전에 참여했던 군인들을 모두 다 죽였을까요? 이 사건이 야사로도 전설로도 남지 않을 만한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모세 이야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를 설명하는 본문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헤롯의 베들레헴 남아학살 사건은 인간역사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이었다고 전제하기보다는 모세를 예수에 대비하여 예수가 어떤 분이신지를 선명하게 설명하기 위해 구약의 모세 이야기를 활용한 말씀자료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입니다.

위 ④에서 본대로 아기예수는 아기모세에 대비되어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16절과 20절에 나타나는 모순이 잘 설명됩니다. 16절에 의하면 아기예수의 목숨을 노리는 자는 헤롯뿐인데 20절에 의하면 다수로 나옵니다. ‘아기의 목숨을 찾는 자들’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태복음이 예수를 모세에 견주어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됩니다. 위협을 피해 살던 애굽을 떠나 미디안에서 생활하고 있던 모세에게 하나님께서 ‘애굽으로 돌아가라’며 ‘네 목숨을 노리던 자가 다(→현재분사형: 노리는 자들, 혹은 찾는 자들) 죽었다(출4:19)’고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 저자는 이와 같은 모세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을 아기예수에게 옮겨 그대로 적용하였습니다. 주의 사자가 살던 곳을 떠나 애굽에서 생활하고 있던 요셉에게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며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들(→현재분사형: 찾는 자들)이 죽었다(마2:20)’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부분을 영문법 용어를 빌려 표현하면 ‘형용사의 명사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사를 형용사처럼 사용하는 분사형에 관사를 붙여 복수 보통명사처럼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구약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설명하는 마태복음의 입장에서 볼 때 구약의 중요한 구절을 문자적 표현 그대로 인용하여 새로운 뜻을 갖게 하는 방식은 결코 낯설고 어설픈 방법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모세의 모습과 아기예수의 모습을 대비시켜 설명하면서 상대적으로 아기예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문학적 기법은 독창적이며 창조적인 말씀전파의 방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아기예수를 소개하는 마태복음에 의하면 아기예수는 아기모세 때와 다를 바 없이 다중 살해 위협이라는 고난의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받아 변해야만 하는 인간세계를 구하기 위해 인간의 역사와 장소 안에 들어오셔서 구원의 활동을 펼치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신학적 이해에 근거한 해석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헤롯 통치 당시에 헤롯이 저질렀던 수많은 악행들이 기록으로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내용만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앞에 놓고 이것이 무슨 뜻이겠는지를 묻는 신학적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에 강조를 두고 본문을 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역사적으로 실제 발생한 사건에 기반해서만 활동하신다는 근거없는 아집을 포기하고 역사 속에서 확인되지 않는 이 사건을 마태복음 저자가 기록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본문을 제시한 신학적 의도가 무엇이겠는지를 발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안이 다른 사안에 비해 중요하지 않아서 기록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하는 듯 하는 어중간한 자세로 이 본문은 모세와 예수를 대비하기 위한 창조적인 문학적 기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하나님의 영감을 받아 성서를 기록한 하나님의 사람들을 거짓말 하는 자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비신학적 태도가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할 거짓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근거에 충실한 성서신학을 한다면서도 이 부분에서만 근거없는 추리를 하면서 실제로 있었던 사실로 전제하는 비지성적 주석작업은 청산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헤롯왕의 광적 만행에 연관된 마태복음의 베들레헴 남아학살 기록이 세계사에서 실제로 발생된 것처럼 기술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려는 신학적인 수고를 통해 본문에서 드러내길 원하는 마태복음의 신학이 무엇일지를 추구하여 그 뜻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론적인 주석적 해석의 방향

이런 태도를 통해 갖게 되는 이 본문에 대한 의심할 수 없는 주석적 결론의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겪는 세상에서의 고난은 폭군들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기점으로 하나님의 구원활동이 시작됩니다. 고난의 정점이 곧 구원의 시작점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난으로 점철되는 인간세상은 결국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해내기 위하여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구원의 기쁨으로 충만해진다는 증언입니다.

복음서 저자는 바로 그 점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하나님의 은총의 역사가 어떤 것인지를 경험시켜 주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자기가 받은 하나님의 구원의 말씀을 이와 같은 방법으로 기록하여 남긴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하는 성서본문 밖의 교훈이 한 가지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경험한 하나님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나게 증언하기 위하여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시대의 인물을 극화시켜 그것을 설명 자료로 삼을 수 있는 문학적 수고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문학적 수고는 문학적 재능이 있는 믿음의 사람일 경우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