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력 : 2005년 06월 28일 (화) 00:00:00 [조회수 : 3951] |
|
“아버님, 저…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그 여자와 시골에 내려가서 개척교회를 하려고 합니다.”
박 목사는 월요일이라 낮에 집에서 편히 쉬시는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시장에 간 틈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말문을 떼었다.
“안 그래도 너도 혼인을 할 시기가 되었는데 잘 되었구나. 먼저 며느리가 될 여자를 집에 한번 초대를 하여 얼굴이나 한번 보자구나.”
“저희들은 이미 혼인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서로가 사랑을 하면 혼인을 해야지. 그러나 혼인은 심사 숙고하여 결정을 해야 할 문제임으로 부모가 한번 본 후에 결정을 하도록 하자.”
“그 여자는 며칠 전까지 창녀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소파에 앉아 홍차를 마시던 아버지는 아들의 믿지 못할 말에 홍차 잔을 황급히 내려 놓으며 아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해 보렴. 무슨 직업이었다고?”
“창, 창녀입니다.”
“너 지금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말을 아무 생각도 없이 함부로 하고 있구나. 진담이라도 신중한 혼사 문제에 등장할 단어가 못돼. 한번 더 기도를 하면서 신중히 결정을 한 후에 다시 나와 이 문제를 의논을 하자꾸나.”
박대성 목사는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일시적인 감정 같아 문제를 삼지 않고 뒤로 미루었으나, 아들의 진지한 태도로 보아 쉽게 포기할 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보! 자오?”
“좋은 설교가 떠 올랐나요? 설교해 보세요. 제가 들을 터이니.”
중규 어머니인 임옥길 사모는 눈을 감은 채로 대답을 한다. 남편인 박 목사는 항상 설교문제로 잠자리에서도 신경을 쓰기에, 이제는 만성이 되어 자신이 설교를 듣다가 그냥 자면 인기 없는 설교이고 자신이 눈을 트면 주일날의 성도들도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야, 당신과 나의 문제야.”
박 목사는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옛날에 돈으로 양반을 산 쌍놈이 양반들의 안방 흉내대로 ‘부인, 올라가도 됩니까?’ 라는 절차를 밟는 것 같군요. 나 요새 피곤해요.”
“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야. 중규녀석이 결혼을 하고 싶대.”
눈을 감고 바로 누워있던 임 사모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남편의 손에 나머지 손을 포개며 남편을 향해 돌아 누웠다.
“전쟁의 후유증을 털고 일어나 목사안수를 받는 기뿐 일이 생기더니 기뿐 일의 연속이네요. 며느리는 어느 장로님 따님이래요? 당신은 얼굴을 아나요?”
“….”
“다음 월요일에 며느리 후보를 집에 한번 초대를 하죠.”
“창녀래.”
임 사모는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급히 이불에서 허리를 든다.
“목사인 당신 입에서 지금 무슨 말이 나왔는지 아세요? 제가 알아듣게 설명해 주어요.
“돈만 주면 몸을 파는 여자였대.”
박 목사는 언성을 약간 높여 신경질적으로 대답을 한다.
“돈만 주면 아무에게나 다리를 벌리는 여자가 사람인가요? 집에서 기르는 개도 그런 짓을 안 해요. 창녀는 짐승보다 못한 사탄이예요. 절대로 사탄을 집에 들일 수는 없어요. 절대로 안 되요. 안돼!”
고함을 지르던 임 사모는 멍하게 앉아 있다가 다시 남편의 손을 잡으며 가장의 권위로 아들을 잘 설득을 하여 없던 일로 해 달라고 사정을 하였다.
“이미 두 사람은 혼인을 약속을 했고 결혼 날자도 잡아두었으며, 오늘은 개척교회를 세울 시골 구석에 도착을 했지 싶어.”
“당신이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당신에게는 의논을 한 모양이네요. 왜 저는 외면을 하지요?”
“….”
온 세상 사람들이 병신인 자신을 싫어할 때 자신을 품어 주던 엄마 품을 그리워 하는 것이 사람의 정이거늘 당신은 그 점에서 부족하다는 말을 속으로 만 되새기는 박 목사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결혼은 막아야 하며 소문이 나지 않도록 비밀스럽게 해야 되요. 며칠후면 아버님이 소개한 큰 교회의 부목사로 갈 앞 길이 창창한 녀석을 이 일로 망치게 해선 안 되요.”
박 목사의 장인 임 목사님는 원리원칙에 입각한 대쪽 같은 성격으로 보수교파의 수장이었고 은퇴를 하여 70세가 훨씬 넘은 지금도 교계의 대원군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의 분이시다. 고향의 시골교회로 가려는 박 목사를 서울의 유명한 교회의 부목사 역할을 맡겼으며 서울의 노란 자위인 강남에 새 교회를 지어 담임목사의 역할을 주신 분이다.
“본 교회에 이 사실이 알려지면 당신의 망신이고 교계에 소문이 나면 아버님 망신이지요. 당신이 서둘러 비밀스럽게 없었던 소문으로 처리를 하세요. 참! 개척교회를 찬성하는 여자면 교회에 나가다는 이야기인데 어느 교회지요?”
“….”
자신의 교인들도 사모님이 너무 설친다는 지적을 하는데 남의 교회까지 가서 도리어 일을 크게 번질 것 같아 박 목사는 입을 다물었다.
“괜찮아요. 그녀도 시골에 가 없다고 하니 목사님만 만나고 올께요. 우리가 할 수가 있는 데까지는 뛰어 다닙시다.”
아무리 아내가 설치고 떠들어대는 성격이나 중규를 낳은 어머니라는 사실은 부정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당신도 잘 아는 교회야. 라합교회.”
“장 집사님의 아들 한철수 전도사, 전병춘 안수집사님. 그럼 그 여자는 청량리 588 창녀군요. 사탄지역이라 내가 그때 말리고 싶었는데…. 기어코 화살이 우리에게로 되 돌아 온 셈이군요.”
“사모님, 안녕하셨어요? 저희들을 특별히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장 집사님과 현 집사님 오셨군요. 장 집사님은 곧 권사님이 되실 것 같아요.”
“교회 나온 지 얼마되지 저는 집사 직분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발을 벗으며 인사로 수다를 떤 여인들은 응접실에 앉아 잠시 묵상기도를 드린다.
“제가 오늘 두 집사님만 조용히 모신 것은 라합교회와 연관이 되어있는 문제가 생겨 저의 교회로 번지니 이에 대한 의논을 하고자 전화를 드렸어요. 현 집사님은 남편과 그 쪽 교회로 옮겼으니 형편을 잘 아시겠군요. 실례지만 교회 현황을 좀 이야기 해 주세요.”
“개척을 한지 일년 만에 주일 출석성도가 장년부 1200명, 청년 300명, 중고등부 400명, 유년주일학교 800명 정도입니다. 장년부에는 청량리 밤꽃은 물론이고 서울시내의 밤꽃들이 상당수 차지를 합니다.”
남편인 전병춘 소장이 밖의 일은 좀체 집에서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라 일주년 기념예배에 발표되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한다.
“놀라운 일이네요. 그러나 외형보다 질이 중요함을 어머님이 가끔 충고를 해 주세요.”
임 사모는 속으로 자신들의 교회보다 더 많은 성도에 놀라면서도 철수 어머니 장 집사에게 모정을 발휘할 것을 부탁을 하는 것이다.
“네. 저도 젊은이가 너무 축복을 많아 교만해질까 두려움이 생길 때가 많습니다. 사모님도 철수를 위해 기도 많이 해 주세요.”
“당연하죠. 참! 라합교회는 나함재단의 지원을 받는 모양인데 나함재단의 이사장은 누구인지 아세요?”
“한 전도사님도 모르시고 남편만이 알고 있는데 이 부분은 본인이 원치를 않기에 말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라합교회는 자체 운영으로도 자금이 남아돌아 일주년 감사예배를 드리고 나함재단에서 독립을 하였습니다.”
임 사모는 이 결혼을 막을 제일 힘센 사람을 찾기 위해 모든 곳을 뒤져보나 아직은 찾지를 못했지만, 제일 가까이 있는 두 분에게 그 동안 중규에게 일어 났던 일을 남편에게 들은 대로 말해 주었다.
“목사님과 사모님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저도 딸이 일찍 결혼을 서두르는 통에 홍역을 겪어야 했죠.”
“잘못하면 철수 전도사도 중규의 뒤를 따를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합니다.”
그냥 지나치는 염려의 소리일 것이나 만에 하나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기에 장 여사도 이 사건의 행방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5월 말경에, 박중규 목사님이 수요모임에서 특송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누가 나의 괴롬 알며’라는 흑인 영가를 불렀는데 너무 애처러워 저와 성도들은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아마 3일 동안 라합기도실에서 금식기도를 하신 모양입니다.”
현 집사는 박 목사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기억은 정확한 것이라 보아도 틀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임 사모는 하였다.
“5월 하순에 목사안수를 받고는 3~4일 동안 금식기도를 간다고 옷을 챙겨 간 적이 있어요.”
“박 목사가 입원을 한 병원이 어디였죠?”
“월남전에서 부상을 했기에 수도육군병원이였죠.”
“수도육군병원?… 5월 말? 새 생명 탄생?… 혹시 박 목사 방에 장미꽃이 있었나요?”
혼자서 중얼거리던 현 집사가 사모님에게 꽃타령을 한다.
“2월 달에 퇴원을 할 때 장미꽃 화분을 들고 왔는데 그 동안 자기 방에 있었는데… 요 근래는 안 보였어요.”
사모님의 말에 현 집사는 손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친다. 불자는 깨달음이 있으면 이마빼기를 쳐야 보석을 이마에 단 부처의 형상을 닮고, 깨달음을 얻은 예수쟁이가 무릎을 치는 것은 무릎을 꿇는 겸손한 자세로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라는 뜻인 것 같다.
“맞아요! 숨겨진 주인공은 지화자 자매님이예요. 청량리에선 장미화라는 가명을 사용하죠. 저도 꽃을 좋아하기에 라합교회의 꽃 봉사팀 반장이예요. 회원은 30명 정도 되는데 옥상의 온실의 꽃 관리부터 라합빌딩의 꽃 그리고 국가병원을 다니며 꽃을 선사하고 관리를 해 주는 봉사팀인데 그 때 화자가 국군수도병원 담당이었어요. 박 목사가 금식을 끝나자 바로 맞은 밤꽃들의 새 생명 축하주일의 주인공인 화자가 너무나 행복해 보였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임 사모는 현 집사를 통해 이름과 최신 소식까지 알았고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을 더 알고 싶었으나 반대를 하는 입장에서 정에 끌릴 것 같아 처녀에게 창녀라는 죄명보다 더 큰 죄를 찾을 수 없다는 자신의 판단을 굳히고 있었다.
“한 전도사님과 저의 남편도 화자가 창녀의 생활을 한다는 사실에 여자 속은 알 수가 없기에 아담도 속아 넘어갔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창녀라는 직업 외에는 모든 점에서 흠이 없는 순수한 여자예요.”
현 집사가 사모님의 눈치를 보면서 밤꽃들을 옹호를 하는 것은 일년 동안 그들과 가족이 됨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결과인 것 같았다.
“창녀의 탈은 사탄의 탈이라 어떤 선행도 용서를 받지를 못해요.”
여자란 돌아 누우면 남이라는 공자의 말처럼 현 집사가 자신들의 교인을 감싸는 분위기를 풍기기에 임 사모는 냉정하게 못을 박았다.
“이번 주일 주보에 이상한 광고가 나왔어요. 충청북도 청주 근처에 라합교회에서 교회를 개척을 하여 꽃과 무공해 농작물을 재배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공동체마을이 들어서니 희망자는 신청을 하라고 하더군요. 예정일은 7월 17일 경이라고 나와 있었어요. 참! 화자의 고향이 이 근처일거예요. 그러면 개척교회 목사는 박 중규 목사라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군요.”
장 여사는 일주일 전에 병춘이 집으로 꽃단지 개척교회의 계획서를 들고 왔기에 도장을 찍어 준 생각이 났다.
“철수가 그러는데 7월 17일에 라합교회에서 결혼식 겸 개척교회 발주식을 갖고 바로 충북으로 떠난다는 말을 하던데 이 말이었나 보군요.”
언젠가는 드러날 나함이사장의 정체를 대비하여 아들을 핑계 삼아 결혼 날자도 알려 준 것이다.
“각 교회에 보낸 이상한 공문이 이 말이군요. 안수집사님이 이 일을 맡았으면 크게 벌릴 스타일이라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니 걱정이네요. 내일 제가 이 두 분을 만나 보지요. 제가 다녀온 뒤에 집으로 전화를 드릴 터이니 당분간 비밀로 해 주세요.”
“사모님, 이 광야개척 안은 저의 소관이 아니며 이미 나함재단이사장님의 결재가 떨어진 상황이며 저희 교인들에게도 광고가 되어 신청자들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개척안을 포기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박 목사를 여기에 참여 시키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는 거예요.”
“이제는 박 목사가 아니라도 지화자 자매가 앞장서서 진행을 할 것입니다. 문제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하면 자연적 실이 가는 곳에 바늘이 따라 가겠죠. 우리로서도 영적으로 이들을 지도할 박 목사 같은 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라합교회를 찾아온 임 사모님은 상담실에서 나함재단 부이사장과 한 전도사를 상대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임 사모님은 이들을 쉽게 설득을 하리라 생각을 했으나 소문대로 열정에 싸여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생각을 하였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히 검토를 해 보죠. 성직자가 창녀와 결혼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보나요?”
“세상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될 것이나 결혼은 두 당사자의 일이니 그들이 알아서 결정을 해야죠.”
“목사가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의 대상에 오르는 것이 보기에 좋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사모님은 호기심과 죄에 대한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총각이 유부녀와 결혼을 한다면 죄이나 총각이 처녀와 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하죠. 단지 여자가 창녀였다는 사실이 호기심을 일으킬 뿐입니다. 호기심이 꼭 죄를 낳는 것은 아니죠. 우리도 예수를 모르는 호기심에 교회를 찾는 수도 있지 않습니까?”
병춘 관리소장은 야무지게 따지는 임 사모에게 한 발도 밀리지 않고 조리 있게 설명을 한다.
“말려야 할 일이 있고 권장해야 할 일이 있는데 소장님은 말리기보다 권장을 한다는 인상이 드는군요.”
“사모님, 저는 신학교에서 배운 대로 죄인을 의인이라 칭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음으로 교회는 세상을, 성도는 이웃을 용서하며 사랑하자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전할 성직자가 배필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면 위선입니다. 게다가 이 죄는 남편을 만나기 전에 생긴 일이라 말이 되지를 않습니다.”
자신의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라 듣고만 있던 한 전도사가 정면으로 도전을 하자 임 사모는 말문을 닫고 멍하니 쳐다본다.
“사모님, 요새 젊은이들이 예의도 없고 천방지축처럼 행동을 하는 것 같으나 근본정신을 찾자는 순수함은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의 누구의 축복보다 부모님들의 축복이 박 목사나 화자 자매의 바람일 것 입니다. 한번 더 생각을 해 주십시오.”
두 사람의 말로 이 문제에 대한 라합교회의 결정은 변함이 없음을 느낀 임 사모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7월 14일, 강남의 백합교회 성도들은 예배를 마쳤는데도 자리를 뜨지를 않은 것은 담임목사인 박대원 목사님이 개인적인 문제를 발표한다는 광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강대상이 아니라 맨 앞 좌석의 바닥에 설치된 마이크 앞에 박 목사가 섰다.
“저의 개인적인 문제로 여러분의 시간을 뺐어 미안합니다. 성도들이 결혼을 하면 고맙게도 저에게 제일 먼저 알리고 주례까지 부탁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여러분이 잘 아시는 제 아들 박중규 목사가 7월 17일 청량리의 라합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림을 알려 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성도들은 그 동안 자신들의 결혼에 봉사해 주신 목사님에게 감사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감사합니다. 이대로 마치면 얼마나 기뿐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이 결혼이 본 교회의 ….”
“목사님! 그만해 주세요! 그만!”
갑작스레 비명을 질러 목사의 말을 막은 것은 양 손을 흔들며 울먹이는 사모님이었다.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할 지어다. 물을 것이 있으면 집에 가서 남편에게 배우라.”
회의 시간에 목사님의 의견을 묵살하는 사모님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하시던 목사님이 오늘은 직설적으로 꾸중을 하기에 모든 성도들은 긴장이 되어 침묵을 지킨다.
“제가 항상 말씀을 드렸듯이 결혼은 하나님이 맺어준 신성한 약속이며 인연입니다. 결혼의 전제조건은 사랑인데 혼인 전에 상대방의 큰 결점을 알게 된 것입니다. 제 며느리는… 육체를 돈과 교환하는 직업을 가졌던 과거가 있던 여자입니다. 제 아들은 결혼 전의 일이라 사랑으로 감싸 주겠다며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제 아들이나 저는 목사이기에 성도들이나 타 교회의 질타에도 순종을 할 생각입니다. 제가 자식을 잘못 가르쳐 교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을 용서해 주십시오.”
박대원 목사는 조용히 강대상 뒤의 기도실로 성경을 가슴에 품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다.
“결혼을 한 목사가 바람이 났거나 사모님이 바람이 난 것은 징계로 해결이 되지만 총각 목사가 처녀 창녀에게 장가를 가겠다는 문제는 교계에 있어 본 일이 없기에 노회나 총회에 자문을 구해야 하겠지요?”
“본 교회 목사님의 문제가 아니고 아들의 문제니 우리 자체에서 해결을 하는 것이 소문을 줄이는 일 같습니다.”
“솔직히 한국사회에 매춘을 하는 결혼 전 여자들이 상당수가 된다는 통계를 보았는데 이들은 어떻게 결혼을 했는지 궁금하네요.”
회의실에 점심도 생략하고 장로 열 분과 안수집사 열 다섯 분이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눈다.
“일단 우리는 박중규 목사의 옳고 그름보다 담임목사님의 문제를 해결을 함이 좋을 듯 합니다. 저녁예배 전에 무릎을 꿇고 기도실에 바닥에 계신 목사님이 일어나시도록 결정을 해야 합니다.”
“세상에도 자식이 범죄를 하였다고 부모까지 처벌을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요. 그런데 중규 목사의 결혼이 죄인지 아닌지는 상세한 내용을 잘 모르는 우리들서는 판단이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참! 오늘 전병춘 안수집사님이 본 교회에 오셨는데 그 분에게 상세한 내막을 듣고 토의를 계속하죠.”
“이렇게 저의 아들을 염려 하여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집에서 아무리 목사님을 설득하여도 고집을 꺾지를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권유를 하시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선 상세한 내용은 처녀가 다니는 라합교회 한 전도사의 어머님인 장 집사님께서 잘 아시니 설명을 듣고 난 후에 의논을 하죠.”
“신부가 될 처녀가 제 아들이 담임하고 있는 교회에서 생긴 일로 여러분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들은 대로 말씀을 드리죠.”
장 여사는 침착하게 현 집사가 말한 사실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모인 여자 성도들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심정인데 현실로 우리의 코 앞에 닥쳤으니 정신을 차리고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남자들이야 여자의 마음을 알지는 못하니 사모님의 마음이 더 아프시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됩니다. 이혼녀와 결혼을 하기 위해 왕관을 포기한 챨스 황태자처럼 박중규 목사는 이 결혼을 포기를 하던지 목사직을 떠나던지 양자택일을 해야 합니다.”
“이번 일은 이혼을 금한 법을 어긴 이혼녀가 아니고 처녀가 아닙니까?”
“처녀라도 흠이 있는 처녀이기에 마찬가지입니다. 흠이 있는 여자는 제사장의 아내가 되지 못합니다.”
젊은 여집사님의 항의는 나이 드신 보수적인 권사들의 말에는 맥을 추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목사도 총을 들고 적을 죽여야 하는 전쟁터로 지원을 했고 부상으로 인해 흠 있는 육체를 가졌으므로 흠 있는 자끼리의 결혼은 남들이 반대를 할 수가 없다고 봅니다.”
“아니 찬성을 하시는 것은 좋으나 흠 있는 자들이니 끼리 놀아라는 말은 어찌 듣기가 안 좋군요. 그런 판단을 하실 바에는 반대를 하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찬성의 표를 던지는 것도 미운데 자신의 아들의 흠을 들추어 내는 조 집사의 말에 임 사모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
“같은 여자로써 이 아가씨를 동정을 해야 하나 마음 속에는 싫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이미 결혼 날자도 수요일 오후 2시로 잡혔으니 방법이 없는 것 같군요. 이 문제는 남자들에게 맡기고 결혼식 참석여부는 개인의 소신에 맡겨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제일 나이가 많으신 권사님 말에 여성도들은 동의를 하면서 교회 부엌으로 바삐 가는 것은 주부는 사랑토론보다 밥 타령을 하는 식구들에게 먹이는 것이 더 체질에 맞기 때문인 것 같았다.
“라합동산의 광고 시간에 저희들에게 간증할 시간을 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얼마 전에 종전을 한 월남전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 제 삶에 대해 간단하게 간증을 하겠습니다.
월남은 1945년 2차대전이 끝나고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 1954년 제네바 협정으로 17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갈리게 된 것은 모든 아시아의 국가가 겪어야 하는 슬픔이었죠. 월남전은 1964년부터 8년 8개월 동안 32만 명이 참전을 하였고 5000여명이 전사를 했으며 부상병의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이 되고 있습니다.
저의 집안은 오래 전부터 하나님을 믿었으며 외할아버지와 아버님은 목사님이십니다. 누님 한 분도 목사에게 출가를 했으며 외아들인 제가 목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그러나 오래된 믿음의 가정은 뜨거운 믿음보다 평온한 믿음에 적응이 되어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쳐야 할 자가 여호와의 증인들처럼 총을 든다는 사실이 죄라 생각되어 학업을 핑계로 계속 군복무를 연기 해 왔습니다. 여호와의 증인들은 군대생활대신 감옥으로 가서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들을 이단이라 손가락질 하면서 제 자신은 피하기만 하는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신학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군대에 가서 월남전쟁에 전투병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목사가 될 사람이 살인현장에 자원을 한 것입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전쟁터를 많이 보았지만 제가 눈으로 본 전쟁터는 화면이 바뀌지 않는 계속적인 살인과 광란의 광경 뿐이었죠. 아무리 선한 사람도 옆의 전우가 총알을 맞고 쓰려지면 나의 총구는 정신없이 불을 뿜고 베트콩이 단검을 들고 나를 찌르면 저의 단검이 먼저 그를 찔려 버렸기에 살아 남아 있었죠. 전쟁터에 고요가 찾아오면 더 무섭기만 합니다. 조금 전의 분노나 살인이 양심을 찌르기에 다시 광분을 하는 것이 더 편하더군요.
종전협상이 들어가 평화의 기운이 감돌던 어느날, 마을에 베트콩들이 잠입 했다는 정보에 수색을 나갔습니다. 이 잡듯이 가정이나 마을의 구석까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저는 개인 집의 헛간으로 들어갔는데 가마니 뒤에 인기척이 나기에 뒤져보니 갓난애기에게 젓을 먹이는 젊은 여인을 발견하고는 안심을 하여 총부리를 내리는 동시에 총소리가 나며 저의 왼쪽 정갱이가 시큰거리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애기 엄마가 애기 등에 숨긴 권총으로 저를 쏜 것입니다. 현장에서 사람을 앞에 두고 확인치 않고 자신의 총부리를 내리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는 훈련을 받아 왔습니다.
무릎을 꿇으면서 저의 총은 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본능적으로 불을 뿜자 순식간에 갓난애기와 어린 엄마는 피와 피 묻은 살을 저에게 튀기며 없어져 버렸습니다. 형체를 분간하지 못하는 피덩이를 보면서 차라리 제가 죽지 못한 것이 야속하게 느껴지더군요. 무릎의 통증보다 눈 앞의 광경에 놀라 기절을 했죠. 월남에서 응급수술을 받고 서울의 수도국군병원으로 후송이 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무릎 관절을 피하고 바로 아래 정강이를 관통을 했기에 절단을 하고 의족을 키우면 지팡이 없이도 다닐 수가 있다며 수술을 서둘더군요. 그 당시 제 심정은 발가락 하나를 잘라도 다리 하나를 자르는 기분이라 강력하게 반대를 했지요. 게다가 다리 부상을 당했다고 여자와 어린애의 생명을 빼앗은 저의 분노에 대해 저 자신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다리절단 문제는 안 중에 없었습니다.
양쪽 지팡이에 의지하여 병원을 도망쳐 시골의 기도원으로 갔습니다. 회개의 기도보다 곪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독한 소주라 스스로 위로를 하면서 구석진 곳에서 취해서 먼 산만 보는 생활이었습니다. 차라리 애기 엄마가 그때 날 죽여주었으면 국립묘지에라도 묻히게 되는데…. 그때의 시간들은 두 영혼을 서서히 잊게 하는 효과는 있었어요.”
방황의 늪을 간증하는 박 목사의 조용한 음성을 성도들은 숨을 죽이며 듣고 있는 것은 이들도 남이 겪지 못한 밤의 꽃이나 포주가 되는 방황의 늪을 지나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병원에 들어가서는 다시 치유 은사가 있다는 기도원으로 도망을 쳤죠. 많은 재활 불능의 환자와 병원에서 죽음을 선고 받은 환자들로 북적대더군요. 극소수로 낫는 사람도 있었으며 저도 목회자니 저의 믿음을 보시고 주님이 이적을 베풀어 주시리라 믿었습니다. 저의 교만으로 염증이 관절까지 썩게 하여 병이 더 악화된 상태로 다시 병원으로 오게 되었죠.
제가 입원한 수도병원에는 많은 사회 단체들이 봉사와 위문을 옵니다. 관절까지 썩어갈 때 라합교회에서도 오셨는데 주로 꽃과 어항을 관리를 하더군요. 특이한 것은 환자가 물어보기 전에는 하나님의 이야기를 하지 않더군요. 병원의 환자들이나 감옥소의 죄수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얄팍한 동정심을 빙자하여 자기들의 종교를 투입 시킨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꽃의 여인 지화자 자매를 만나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겪으면서 3일 후면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부상을 통해 얻은 교훈은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하던 살아오던, 기도원에서 병이 났던지 악화가 되던지 이 모든 결과는 하나님이 정해주신 나의 길이라 생각을 하고 사람은 정해주신 길을 최선을 다해서 기어서라도 가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았으면, 다리를 빨리 절단했다면 아내 될 배필을 만나지 못했을 것 입니다. 슬픈 추억도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제 제 남은 생애를 삶에서 멍든 마음을 가진 형제들을 예수님의 보혈로 다시 사랑으로 채우는 봉사에 바치려 합니다.
저의 부부는 새로운 꿈을 안고 선화씨의 고향 근처인 야산으로 가서 꽃을 키우는 일과 일용할 양식을 심는 일부터 할 것입니다. 저희들의 사랑으로 키운 꽃이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사랑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고맙게도 라합교회에서 큰 광야에 비닐하우스 교회도 지어주셨고 저희와 믿음의 공동생활을 할 많은 사람도 보내 주셨습니다. 저희들이 세우는 도피성은 들어오는 길이 하나뿐인 천연 요새입니다. 밤꽃 여러분! 어두움을 방황하는 여러분! 어두움에서 도망쳐 오십시오. 이 부상당한 파월장병이 곡괭이를 들고 따라오는 어두움을 쫓아 드리겠습니다. 할렐루야!”
박 목사는 손을 들어야 하는데 얼마나 기쁜지 지팡이를 들고도 그의 자세는 흐트려지지 않는다.
“일전에 이 자리에 섰을 때는 다리가 흔들려 혼이 났는데 오늘은 다리가 불편한 낭군을 만났다고 주님께서 저의 다리에 힘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남자들은 손만 씻고 도피성으로 뛰어오시면 되지만 밤꽃들은 일수돈을 갚아야 하니 장병규 형제님에게 남은 금액을 밝히시고 벌어서 갚겠다는 편지는 드리고 도망쳐 오세요.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장 형제님은 일수돈 깎는 은사를 받은 분입니다.”
평소에 웃음과 말이 적던 화자는 주님과 낭군으로부터 사랑을 체험한 후로 사랑의 웃음을 전달하여 성도들을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병규 형제가 일어나 동의를 한다는 큰 절을 하자 박수와 함성이 성전을 가득 채워준다.
“여러분들의 방에 장미 한 송이를 항상 꽃아 두세요. 시들기 시작을 하면 버리지 마시고 꺼꾸로 벽에다 매어 달고는 새 장미를 화병에 담으세요. 벽이 마른 장미로 다 채워지기 전에 새 장미가 되어 그 방을 떠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힘든 생활을 이겨내세요. 밤꽃의 소망을 들어주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례는 박 목사와 철수 전도사의 신학대학원 교수님이 서 주셨고, 아버지와 친척이 거의 없는 화자를 신랑에게 인도하려고 전병춘 관리소장이 신부의 팔걸이가 되어 라합군악대에 맞추어 십자가를 향해 첫 걸음을 떼자 바로 앞의 유치부 두 천사가 신부가 말려 둔 붉은 장미 잎을 성전 바닥에 뿌리며 인도를 한다.
박대원 목사의 옆 자리는 비어 있었고 훨체어가 앉아 있는 화자 어머님의 옆 자리도 비어 있었으나, 박 목사님의 뒤에는 장로님들의 감격의 미소를 띤 얼굴과 화자 어머님 뒤에는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언니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낯선 이웃들에게 감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동생들의 얼굴이 성전을 밝게 해 주었다.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로 하객에게 신혼부부는 큰 절을 하자 철수 전도사가 신랑에게는 ‘아내 사랑하기를 …….’신부에게는 ‘남편 사랑하기를 ….’라고 쓰여진 붉은 커텐을 두 사람의 목에 걸쳐 한 몸이 되게 하였다. 신혼부부가 퇴장을 하는 모습을 2층 기둥 뒤에서 임 사모님이 홀로 눈물을 적시고 있었다.
-----------------------------------------------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해 게시판에 설문을 올렸더니 세 분이 답을 보내 주셨는데 일단은 긍정적인 대답이라 한숨을 돌렸는데 의외로 성매매여성지원센타 두 곳에서는 대답 대신 앞서 나간 2회의 원고조차 삭제를 해 버렸습니다. 세상은 이래서 힘이 든 모양입니다.
빛의 동네에서 창녀란 낱말로 구박을 받더니 어두움의 동네에선 구원이란 낱말로 퇴장을 당했으니 다른 두 곳에서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 줍니다. 창녀와 구원이 연합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날을 소망하며 저도 화자의 붉은 꽃잎 위를 걸어 볼 생각입니다.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123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