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9살에 개척한 교회에서 14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목사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오래하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목사 안수를 받을 때만 해도 교목이나 부목 자리 제의를 받았다. 그때는 내 안의 신념과 오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만만치 않은 개척목회에 탈진이 되면서 이 자리를 벗어나고픈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때마다 내 아내는 ‘여기서 안 되면 다른데 가서도 안 된다’는 말로 요동치는 나를 붙잡곤 했다. 나는 “아니야! 여기서 안 되도 다른데 가면 잘 될 수 있어!”라고 반박 했지만 집사람 얘기가 옳은 것을 알기에 마음을 추스르며 몇 번의 위기를 넘겼다.

게다가 종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나는 본래 교회개척은 죽어도 안한다고 했다. 하게 되더라도 나중에나 할까 첫 목회의 시작을 개척으로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나에게 주님은 개척에 대한 말씀을 분명하게 주셨고, 그래서 금식기도까지 하면서 확인을 했다. 도망갈 수 없었다. 결국 굴복하고 순종했다.

그렇게 시작한 내 목회는 처음부터 우여곡절이 많았고 버라이어티 했다. 눕다가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서 일어나 심호흡까지 하는 날도 많았다. 계속 여기서 목회하다간 죽을 거 같았다(그렇다고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적과 영광의 순간도 많았다).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말씀이다. 개척한 이후로 주님은 여길 떠나라는 말씀을 안 하셨다.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도망가고 싶을 때, 착각이라도 “떠나라”는 말씀을 듣고 싶었지만 분명 그런 말씀은 없었다. 결국 생각을 고쳐먹고 ‘여기가 내 자리구나!’는 마음으로 나름 열심히 살아 온 것이 이렇게 시간이 흘렀다.

요즘 내 사역 현장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목회자들, 선교사들, 목회를 준비하는 전도사들……. 11월에는 감신 신대원생들이 탐방을 오기로 했다. 이런 일은 목회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당당뉴스에 우리 교회가 소개되면서 부터다. 취재하러 온 기자가 기사를 너무 좋게 써주었는데(화학조미료는 안 쓰는 분식점이라고 나왔지만 그건 오보다. 분식 재료 자체가 조미료가 가미 되서 나온다), 이 기사를 본 분들 몇몇이 찾아오시기도 했다. 그 분들 중엔 우리 사역에 깊은 관심을 보이시고 전도(?)까지 해 오신다. 이렇게 아름아름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어떤 분은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을 보여준다고 극찬을 하신다. 이런 얘기 들으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이란 쉽게 말하면 별난 목회 한다는 뜻인 것 같다.

하긴 목사가 교회(건물)에는 있지 않고 분식점에 있으니, 떡볶기를 비롯한 각종 분식을 만들어 팔면서 그걸 사역이라고 하고 있으니 별나긴 별나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는 의류사업도 하고 있다. 분식점 앞에 빨간 천막을 쳐놓고 거기서 남성의류, 여성의류를 판매한다. 품질이나 색감이 꽤 괜찮은 물건이다. 매주 한 번씩 밤을 새가면서 동대문시장을 돌며 물건들을 보고 만져보고 골라 가지고 온다.

그리고 토요일 주일은 구제의류도 판매한다. 여기저기서 들어온 헌옷을 정리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이 모든 사업에 이름이 있다. 분식점 이름은 “5떡2어”다. 의류사업 이름은 ‘레베카’이다. 구제의류사업은 “플로잉#”이다.

“5떡2어”는 “오병이어”에서 “병”자를 한글로 바꾼 것으로, 크리스천들은 나눔과 풍성의 의미를 기억할 것이다. 또한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분식점의 상징인 “떡”을 기억하게 된다. “오~~ 떡이어~~”

▲ 5떡2어

▲ 레베카 사업 처음 시작했을 때

▲ 플로잉# / 찾아 온 외국인들1

▲ 플로잉# 2 / 베트남 친구들과 인증샷

▲ 오떡이어 금요 전도의 날1

▲ 오떡이어 금요전도의 날2

▲ 주일 예배

▲ 불기둥청소년교회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