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직장을 명예퇴직한 후 자영업을 시도한다는 사연은 그리 특별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람의 스토리가 특별한 건 모두 그의 꿈 때문이다. 50이 넘어서 꿈에 도전하는 양대성 씨(54세, 아름씨에스 안성센터장)가 그 주인공이다.

철든 장남의 꿈은 '사장'.

그의 꿈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그의 가정사를 알아야 한다.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양대성 씨.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은 그를 일찌감치 철들게 만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꿈이 뭐냐"고 물으면 "사장"이라고 대답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철든 장남이 선택한 꿈이 '사장'이었다. 사장이란 직업이 아니라 직함이다. 사장도 사장 나름이지, 어떤 업종의 사장인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업종 불문하고 '사장'이 꿈이었다. 가난한 어린 시절, 그에게는 '돈 많이 버는 사람 = 사장'이었던 게다. 어려운 가정환경이 그에게 안겨 준 꿈이다.

철든 장남은 대학 진학 때 그 철을 발휘했다. 고3 시절, 취업을 선택했다. 자신이 대학을 가면 동생들의 진로를 막을까봐서다. 자신이라도 스스로 벌어서 대학을 가고자 함이었다. 부모님의 부담을 들어주고자 하는 기특한 장남의 결정이었다. 사장이 되어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했으리라.

고 3때 취업, 평생직장 되다.

이글을 읽는 당신은 생애 최초 직장 시작 날짜를 기억하는가. 양대성 씨에게 물으면 한시도 주저함이 없이 "1976년 9월 1일"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그에겐 뼈아픈 일인지도 모른다. 가난한 형편과 장남의 부담으로 인해 고3 때 나간 첫 직장이었다.

그 때 취업한 회사가 제약회사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학교가 선택해준 직장이었다. 그 직장이 30년 넘게 평생직장이 될 줄은 그도 몰랐다. 알고 보니 고3 취업 친구들 중 평생직장으로 삼는 친구는 50%란다. 주위에도 꽤나 많은 친구들이 고3 취업 직장이 평생직장으로 이어졌단다. 무엇이든 첫 발이란 게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고3 때 취업해서 1년을 재수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며 돈을 벌며 공부했다. 이듬해에 야간 대학교를 진학했다. 자신의 동기들보다 1년 늦게 대학을 들어갔다. 대학은 '주경야독'을 했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획에 의해서였다.

▲ 그는 안성 동안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아침에 눈 뜨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꿈을 찾아 한걸음씩 내딛는 즐거움이리라.

고3 동기들보다 1년 늦게 졸업한 대학. 졸업하고 나서부터 제약 회사의 관리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주구장창 모범적인 직장인으로 살았다. 2010년 12월에 명예퇴직을 하기까지 말이다.

"사장되는 게 꿈"이라고 주위에 종종 말해.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내가 사장이 되면 자네들을 내가 채용하지"라고. 주위에서도 그의 꿈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52세에 평생직장을 명예퇴직 했다. 남들은 '이제 어떡하나'라고 할 때, 그에겐 오히려 기회였다. 이제야말로 '사장'에 도전할 기회라고.

퇴직한 후 먼저 알아본 업종이 고물상이었다. 그것을 하기 위해 고물상 수업도 몇 달간 받았다. 준비를 착착 해가던 차에 '물량 확보의 어려움'을 감지하고 도전 종목을 바꿨다. 이번엔 농사였다. 제대로 된 농사를 위해 인터넷과 교육을 통해 준비해 나갔다. 기업으로서의 자영업농사를 지어볼 요량이었다.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 만난 곳이 '비영리재단법인 아름씨에스 http://www.arcs.co.kr/'였다. '아름씨에스'는 2010년 8월 23일에 설립된 표준장례서비스 재단이다. 우리나라의 장례비용에 거품이 많다는 걸 감안하여 가입한 회원에게 최대 700만원의 금전혜택을 돌려주는 곳이다. 양대성 씨는 올 7월에 '아름씨에스 안성센터장'으로 사무실을 개소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어린 시절 꿈꾸어 왔던 '사장'의 길입니다. 아마도 60세쯤에 이루어내지 않을까 합니다."

가난해서 일찍 철들었던 한 장남이 이제야 꿈의 길로 접어들어선 게다. 그는 자신이 사장이 되는 두 가지 방법을 말했다. 하나는 아름씨에스에서 사회적 기업이 태동되면 거기에 사장이 되는 길, 또 하나는 자신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사장이 되는 길 등이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사장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깐, 양대성 씨가 원래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일까. 아니다. 그는 태생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좋아하는 남자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주어진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30년 넘게 한 직장생활이 그걸 말 해 준다. 말하자면 지금의 도전은 그에게 있어서 해보지 않은 삶의 방식을 택하는 거다.

거기다가 아름씨에스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영업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의 천성 상 누군가에게 영업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처음 사람을 만나 영업할 땐, 차마 입이 떼어지지 않아 식은땀이 흘렀다고. 지금도 여전히 쑥스럽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요즘 그는 "아침에 눈 뜨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다. 왜? 꿈을 향한 걸음을 시작했으니까. 가난한 어린 장남이 꾸었던 꿈을 이제 중년 남성이 되어 이루고자 하니까.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그는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I can do"란 말을 곱씹는다. "그도 할 수 있고, 그녀도 할 수 있으니 난들 왜 못할까. 나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안성 영동에 위치한 아름씨에스 안성센터(031- 671-2356)에서 양대성 씨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