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두달 조금 넘게 남았다. 세대가 더해갈수록 국민들의 정서는 보다 상식적이 되어간다. 지구촌시대의 세례를 받아서인지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관점보다는 보편적 세계주의의 성향을 더욱 많이 보인다. 그래서 보수수구파의 입지는 점점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시대사상에 격렬하게 저항하기 위한 보수파들의 결집 역시 더욱 강고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번 대통령 선거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기점이며 국민들은 보편적 상식에 합당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중차대한 대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모든 선거마다 등장하는 북풍이 이번 대선에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되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는 조선 병사가 상관 두 명을 살해하고 귀순한 내용이나 얼마전 조선 어선 여섯 척이 NLL을 넘어와 이에 경고사격을 하여 돌려보냈다는 내용 정도가 주요 뉴스의 전부이다. 북풍과 관련하여 특별히 색다른 조선의 도발징후들은 발견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조선 전문 언론에서 보도되는 조선당국의 발표, 발언 내용들은 매우 다르다.

우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간 어선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괜히 다른 나라의 어선 문제를 자신들에게 덮어씌우는 의중을 의심하고 있다. 

[조선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29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가 제기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해 “남의 집마당에 주인도 모르게 썩은 새끼줄을 쳐놓고 제집마당이라고 우겨대는 것과 같은 날강도적인 계선이 바로 ‘북방한계선’이다”고 주장하였고 또 “조선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가 엄중히 경고한바와 같이 남조선괴뢰군부호전광들의 무모한 군사적도발로 하여 지금 조선서해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전쟁국면이 조성되고있다”며 “요즘에는 다른 나라의 평화적인 어선들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거기에 대고 총포탄을 란사하는 광기까지 부리고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뉴스 기사 참조

또다른 기사는 다음과 같이 조선의 분위기를 전한다.

[<조선중앙통신> 9일발에 따르면, 공개보도는 “괴뢰해군 함선들의 아군 영해 침범행위는 매일과 같이 계속되고 있”으며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기간에도 연평도와 대청도 주변 수역에서 괴뢰해군함선집단들의 광기어린 함포사격과 괴뢰공군비행대들의 분별없는 공중타격이 매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강행된다고 한다”면서 분위기를 전했다.] 통일뉴스 기사 참조

최근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서해5도 부근의 이런 한국의 군사적 움직임과 이병박 정부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조선 인민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매우 악화돼 있다고 한다. 이런 대남 감정의 결과이자 원인은 아마도 이른바 통일대전일 것이다. 통일대전은 김정은 제1비서가 최종 서명한 것으로 대남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통일뉴스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김 1비서는 특히 “나는 이미 서남전선의 최전방부대들에 나가 적들의 무분별한 추태를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예리하게 살피며 만약 적들이 신성한 우리의 령토와 령해에 단 한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즉시적인 섬멸적반타격을 안기고 전군이 산악같이 일떠서 조국통일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전면적반공격전에로 이행할데 대한 명령을 전군에 하달하였으며 이를 위한 작전계획을 검토하고 최종수표하였다”고 밝혀 주목된다.] 통일뉴스 기사 참조

한국의 대선이라는 상황과 조선의 일련의 발표를 놓고 사태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우선 현재 서해5도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국의 국민들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조선 어선이 국경을 침범했는지, 아니면 조선의 주장대로 다른 나라의 어선인데 괜히 한국이 트집을 잡는 것인지 객관적인 정보를 알 수 없다. 또 조선의 주장대로 한국이 서해에서 공군력과 해군력을 동원하여 도발을 유도하는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조선의 괜한 말 지어내기인지도 알 수 없다. 여기에 대해 김정은이 수표(서명)한 소위 통일대전이라는 것이 한국의 대북 도발유도에 의한 조선의 자구적 결정인지, 조선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과 군 사이의 알력다툼인지 역시 한국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 그나마 미루어 짐작하기에는 뭔가 한국 대선 상황을 앞두고 무슨 일인가 벌어지긴 벌어지고 있지만 그 내용을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능성은 두 가지이다. 한국이 대선에서 북풍효과를 누리기 위해 조선의 자극을 유도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동안 한국에 알려진대로) 조선이 한국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요량으로 오히려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인이면 한국의 언론을 믿어야지 조선의 발표를 고려하는 것은 잘못 됐다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항상 시시비비는 양자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것처럼 양자의 주장을 모두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속단하여 결론을 내린다면 남과 북 당국 모두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있었던 일로 비추어 보거나 상식적으로 봐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이런 조작과 선동은 비단 한반도만이 아니라 세계 여라나라의 역사 속에서 비일비재 했었던 일이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한반도에 있어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증거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그래서, 더욱 분명한 것은 결코 그 어떤 조작된 외부적 상황이 대선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련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건 아니건 한국정부는 결코 조선을 자극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조선 역시 한국에 이런저런 영향을 미치는 조처들과 선동을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미래는 한국 국민 자신들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다. 그리고 조작된 상황에 떠밀려 귀중한 한 표를 엉뚱하게 행사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범죄이다. 그리고 한반도 전체에 혹은 한민족 전체의 안보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도 두려운 마음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 번의 선거에 민족의 미래를 통째로 건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한 도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와 관련한 북풍, 조선의 동향 등 현재 한국 국민들이 접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취약하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 더욱 중심을 잡고 분명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연평사태 같은 엄청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밝히 본다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분명한 의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 당국은 소위 북풍이라는 조작과 선동으로 미래를 향한 한국 국민들의 염원을 왜곡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 국민들 스스로 민족의 미래를 개척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한국의 국민들이 질 것이다.